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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위는 실패했다"는 용혜인의 외침 비웃은 국민의힘

국회 전원위 마지막 날,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 한목소리...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하자"

등록 2023.04.13 13:01수정 2023.04.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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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전원위원회는 실패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13일 오전, 제4차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자로 나서며 '실패'를 선언했다. "나흘간 전원위원회를 지켜보면서 자괴감만 들었다"라며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거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라는 자조였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만 19년, 햇수로 20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가 이날 마무리된 가운데, 전원위원회의 논의 과정에 대해 이처럼 우려를 표한 의원이 용 의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를 선언한 것은 원내 1인 정당 기본소득당의 용 의원이 유일했다. 용 의원 본인이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원내 입성한 만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나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 날 선 말들을 토해내기도 했다.

"5만 표 받은 지역구 의원들, 무슨 근거로 50만 표 받은 비례대표 비판?"

그는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는데 전원위원회 끝나고 며칠 새에 합의안을 만들고 이를 통과시키는 졸속 입법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라며 "선거 제도 개혁이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추진할 만한 사안인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의원은 "이대로 가면 선거 개혁도 실패할 것"이라며 "전원위가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수십 년간 국회가 논의하고 합의하고 결정한 선거개혁의 방향을, 그리고 원칙을 모조리 뭉개버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라지면 그만인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결정을 국회 의석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언제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심지어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선거제도의 본질이 되었느냐?"라며 "의원 정수 축소, 비례대표 폐지 같은 원칙 없는 주장을 어떻게 뻔뻔스럽게 말하고 계신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라며 "솔직히 말씀하시라. 선거제도 개혁이 이대로 좌초되어서 거대 양당의 의석 독식, 적대적 공생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라고도 꼬집었다.


용 의원은 이어 국민의힘 저격에 나섰다. "의원 정수 줄이자, 비례대표 줄이자, 폐지하자 말씀하시는 분들 몇 표나 받으셨길래 그러시는지 세어봤다"라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4만 8933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5만9045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4만6463표, 지역구 의원이 진짜 의원이라는 의원들께서 지난 총선에서 받은 표"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 숫자에 대해 "참 황당하다. 21대 총선 비례대표 의원이 1명당 받은 국민의 표는 50만 표가 넘는다"라며 "5만 표 남짓 받아서 당선한 지역구 의원들께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50만 명의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라고 비례대표 의원은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느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대놓고 비웃는 이들도 있었다.

용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원들께서 진정으로 두려워하시는 건 승자 독식의 지역구 중심 선거 제도로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무너져내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확대돼서 정치 세력이 고인 물 정치를 밀어내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성, 대표성, 다양성 보장을 향한 확실한 방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강화"라며 "그리고 기성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70년 보수 양당 체제를 끊어내고 진짜 다당제가 가능하다"라고 재차 역설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야당 의원 중 일부에게서 "잘했다"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도 일부 있었다.

원내 소수정당들의 목소리는 한 방향으로 일치했다. 진보당 첫 국회의원이 된 강성희 의원도 이날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다당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난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이용하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이나 이전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매우 퇴행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빈 손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라는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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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 마지막 날, 용 의원만큼은 아니었지만 많은 의원들이 중구난방식 백가쟁명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치열한 토론도 없이, 합의 도출을 위한 성의도 없이, 그저 100인 100색의 의견만 쏟아내고 끝날 것 같다"(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라는 국민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하고,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리만 요란한 채 빈 손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양기대 민주당 의원)라는 외침도 자주 들려왔다.

합의 처리를 위한 거대 야당 내에서의 자성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을 두고 사과한 이원욱 의원에 이어(관련 기사 : 준연동형 도입 고개 숙인 이원욱...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https://omn.kr/23i3z), 허영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시기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참으로 정치 혐오와 조롱을 만들어낸 부분들에 있어서, 저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지만, 이 자리를 빌려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국민 여러분들과 또 여러 선후배 의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리겠다"라며 고개 숙였다. "관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고소고발 사건들은 여러 가지로 합의를 봐서 취하하는 것이 좋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향후 계획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합의된 선거제도를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오늘 이후 각 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전원위원회의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드린다"라고 외쳤다. "소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을 폭넓게 대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한 한 뼘이라도 진전된 선거제도 개편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들이 지혜와 의지와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라는 부탁이었다.

국회 전원위원회를 마무리할 100번째 토론자로 올라온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간 100분의 토론자가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그 과정 속에서 모아진 결론들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하고 한 발이라도 나갈 수 있는 그런 안을 같이 모색했으면 좋겠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그런 발상이 아니라 단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할 수 있는 안을 21대 국회에서 만들어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전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정당과 정파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던 선거제도 개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 함께 논의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그동안 전원위원회를 통해 온 국민 앞에 성숙한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여드린 것처럼, 앞으로 협치와 소통의 정신으로 합리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각 정당과 모든 의원께 당부드린다"라며 산회를 선포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전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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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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