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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파업' 하루 전 대구에 울려퍼진 기후 정의 함성

414기후정의파업 대구참가단, 출정식 열고 시에 기후위기대책 마련 촉구

등록 2023.04.13 16:52수정 2023.04.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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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들이 대구시청 청사 앞에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대구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그리고 개인이 모여 만든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이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며 대구 동성로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건 지난 2019년 9월 21일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22년 9월 24일, 80여 명의 대구시민이 전국의 '기후 시민'과 연대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전국에서 모인 3만5천명의 시민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관련 부처, 지자체는 개발과 산업, 경제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 외치고자 일상을 멈추고 4월 14일 세종시로 향한다.

기후위기 대응 촉구 위해 4월 14일 세종시로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변화와 정책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가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비판하며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사회공공성에 입각한 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이뤄낼 강력한 사회적 투쟁이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우리는 매년 기후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 폭우, 한파, 태풍이 반복된다. 갑자기 등장한 재난이 아니다. 이제야 이 재난의 원인이 기후위기임을 분명히 알게 됐을 뿐"이라 진단했다. 그러면서 "'불평등, 기후위기, 재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강고해졌다. 자본의 고리를 깨기 위해 불평등에 맞서는 기후정의 투쟁이 펼쳐져야 한다"라며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 공공성이, 생태학살에 맞서는 반개발 투쟁이, 함께 살기 위해 이 세계를 멈추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업날인 4월 14일에 농토와 삶터를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빼앗긴 농민들을 비롯해 핵발전소‧핵폐기장 건설에 맞서 싸워온 주민들, 4대강,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시도에 맞서 싸워온 이들, 발전노동자들이 모인다고 밝혔다.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난개발을 멈추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확보하기 위해 습지와 숲 등 보전구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라며 "그린벨트 해제 권한 이양 추진 계획은 철회하고, 무분별한 농지 전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농지와 숲을 없애는 산업단지 증설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 토건·건설자본 배 불리는 민간 부동산 개발은 전면 금지해야 한다. 또한 향후 모든 개발에 '기후영향평가'를 하고 주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파업 하루 전 대구에서도 기후정의를 외치다

이들은 파업 하루 전 날인 1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 위기 가속화는 생태학살을 멈추자! 일상을 멈추고, 세종으로 가자!"라고 외치며 대구시에도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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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들이 대구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구시만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시는 자본가와 기업만 배불리는 토건개발 중단하라!
폭염과 한파에 피해를 입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라!
'그린'이니 '스마트'니 말만 붙이는 개발사업 필요없다. 개발 말고 보존하라!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지원을 확대하라!
기후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어서 수립하라!
자동차 대신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개편하라!"


이들은 "이미 우리는 4대강사업이라는 거대한 토건 사업으로 생태학살을 경험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이 겪고 있다"라며 "이제는 한여름이 채 되기 전에 취수구 주변으로 녹조가 끼고,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이 발견되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녹조가 낀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된 농작물들에도 녹조 독이 검출됐다. 청산가리의 6600배에 달하는 심각한 독소가 시민들의 식수와 식재료에 검출되었음에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대구시는 되려 금호강 주변에 대규모 토건 사업을 예고했고, 공항 후적지에도 오직 개발, 개발만을 말하고 있다"라고 대구시를 규탄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숨 가쁘게 쌓아올린 시멘트덩이 아파트들은 전국 미분양률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파크골프장 또한 인구 대비 가장 많이 지어졌고, 지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작년 6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동년 12월 14일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면서 "개발과 동행하는 탄소중립은 있을 수 없다. 그야말로 허울뿐인 조례와 전략"이라며 대구시를 비판했다. 

대구시는 자본가와 기업만 배불리는 토건개발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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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채은 씨가 대학생 신분으로 기후정의파업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밝히며 파업 동참하며 기후정의 활동에 연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현장에선 기후정의파업에 동참하는 각오를 담은 발언들이 이어졌다. 대학생 이채은씨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기후위기 시대에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고민하고 소극적으로 실천해왔지만, 2023년 현재 무엇이 크게 달라졌는지 의아함이 들었다"라며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흩어져서는 현상유지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고, 일상 속에서 형편이 되는 한, 연대할 수 있다면 최대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으로 414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다"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소영씨는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입니까, 지속성장하는 것이 정의입니까?"라며 "모두가 안전하게 존재하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정의이고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그 누구도 차별되지 않는 것이 기후정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당원인 백소현씨는 대구시의 무늬뿐인 탄소중립 정책을 두고 "대구시는 지금 그야말로 공사판이다. 또 금호강 르네상스를 외치며 파크골프장을 짓겠다고 해서 많은 멸종위기 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대구시가 말하는 탄소중립 전략은 과거와 이름만 다를 뿐 여전히 성장주의·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화려한 토건 계획들만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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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대구시당 장정희 사무처장이 대구시의 기후 부정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녹색당 대구시당 장정희 사무처장은 "대구의 기후 부정의는 무엇이냐"고 물은 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수돗물에 검출된 녹조 독이 기후 부정의입니다. 토지자본가들, 토건기업들이 이익을 챙기고 보통의 시민들이 청산가리의 6600배나 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수돗물을 마시고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것이 부정의입니다. 홍준표 시장은 여전히 녹조 독을 핑계로 장사를 하려고 합니다. 취수원을 옮기면 수돗물이 깨끗해질까요? 지금의 취수원 주변은 개발에 몸서리를 앓게 될 것입니다. 우린 더욱 오염된 강과 땅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기후 부정의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구시청과 대구시의회를 두 바퀴 돌며 청사가 떠나가도록 함께 외쳤다. 기후정의의 함성이 메아리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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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과 시의회 건물을 두 바퀴 돌면서 이들이 왜 기후정의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지르 대구시민들에게 설명하며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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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과 시의회 건물을 두 바퀴 돌면서 기후정의를 위해서 토건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기후정의파업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대구시 #토건개발 #생태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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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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