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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강원 FC 뒷문 노린 '인천 유나이티드' 완승

[2023 K리그1] 강원 FC 0-2 인천 유나이티드 FC

23.04.17 09:41최종업데이트23.04.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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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FC 주장 완장을 찬 MF 신진호가 강원 FC 선수들이 감당하기 힘든 공간 패스를 앞으로 밀어주고 있다. ⓒ 심재철

 
인생도 그렇지만 축구도 조급한 마음을 품고 무턱대고 덤벼들면 뜻대로 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강원 FC가 실감한 일요일이었다. 3162명 홈팬들 앞에서 이번에는 꼭 시즌 첫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지만 강원 FC는 조급하기만 했다. 그 목표를 하루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증을 안고 뛰는 듯 보였다. 이러한 상대 팀 심리를 잘 알고 뛴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강원 FC의 허술한 뒷문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6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강원 FC 분석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준비된 승리'

홈 팀 강원 FC는 아직 시즌 첫 승리가 없는 형편이었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직전 라운드까지 K리그 1에서 가장 많은 골(게임 당 2실점)을 내줘 수비쪽 구멍이 크게 드러난 상황이었다. 더 급한 쪽은 이 게임 홈 팀 강원 FC였다. 여섯 게임을 치르는 동안 겨우 3골밖에 넣지 못해서 답답함을 하소연할 곳을 찾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 이번 게임 상대 팀이 리그 최다 실점 팀 인천 유나이티드였으니 여러 골을 터뜨리며 꼭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조급한 마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뿐이었다.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원-디노-양현준'이 맨 앞에 나섰지만 '델브리지-김동민-김연수'를 쓰리 백으로 세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공격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강원 FC가 이번 홈 게임을 통해 찍은 유효슛 기록은 후반전 시작하며 교체로 들어온 갈레고의 오른발 중거리슛(65분)이 전부였다. 그것도 갈레고가 자랑하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찬 느린 슛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글러브를 끼고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지킨 민성준이 예의상 오른쪽으로 쓰러지며 잡아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강원 FC가 지난 시즌까지 위력을 보였던 김대원, 양현준의 양 날개 공격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거의 다 예측하고 커트해냈다. 김연수는 특유의 허슬 플레이로 여러 차례 몸을 날려 크로스를 차단했고, 높은 공은 델브리지가 웬만해서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라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김동민은 강원 FC 패스의 길목을 거의 다 읽고 있는 듯 상대 공격수보다 항상 한 발 먼저 나와서 공을 걷어내거나 가로챈 뒤 역습의 출발점 역할도 해냈다.
 

84분 14초,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에르난데스가 오른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가뜩이나 조급한 마음을 품고 뛴 강원 FC의 수비수들은 어설프게 라인을 밀어올려 수비하다가 뒷문 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에 아찔한 위기를 여러 차례 겪을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중요한 골들이 터져나왔다. 

게임 시작 후 21분 35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윙백 김준엽의 감각적인 첫 골이 강원 FC 골문으로 들어갔다. 델브리지의 재치있는 역습 패스를 받은 제르소가 강원 FC의 뒷문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듯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얼리 크로스로 방향만 슬쩍 바꾼 김준엽의 골을 만들어냈다.

84분 14초에 터진 에르난데스의 추가골 상황도 비슷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잡은 역습 기회에서 제르소의 기막힌 스루패스가 에르난데스가 돌아서 뛰어들어가는 공간을 시원하게 열어주었고, 이 공을 가운데 쪽으로 몰고 들어간 에르난데스가 강원 FC 수비의 핵 김영빈을 앞에 두고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히 차 넣었다. 슛 타이밍도 좋았지만 상대 선수들의 수비 범위를 고려하여 오른쪽 발목으로 꺾어서 때린 각도가 일품이었다.

완승의 조건을 확인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8초에도 '김도혁-김민석-신진호'로 이어지는 놀라운 역습 전개 능력을 뽐내며 신진호의 쐐기골에 기뻐했다. 하지만 김도혁의 왼발 킥이 떠나는 순간 김민석의 위치가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라는 VAR 판독 결과가 나와 신진호의 이적 후 첫 골은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8초, 김민석의 왼발 패스가 반대쪽 신진호의 발 앞으로 뻗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이 귀중한 승리로 전북 현대를 밀어내고 8위로 올라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22일(토) 오후 7시에 인천 축구전용구장으로 6위 수원 FC를 불러서 중위권 진출을 노리며, 11위에 머물고 있는 강원 FC는 그 다음 날 오후 2시에 5위 광주 FC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나서야 한다.

2023 K리그1 결과(16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강원 FC 0-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준엽(21분 35초,도움-제르소), 에르난데스(84분 14초)]

강원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김대원. 디노(73분↔황문기), 양현준(46분↔갈레고)
MF : 정승용, 서민우(85분↔박상혁), 알리바예프(46분↔한국영), 김진호
DF : 윤석영, 김영빈, 임창우
GK : 유상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89분↔김도혁), 천성훈(67분↔김민석), 에르난데스(89분↔박승호)
MF : 민경현(76분↔정동윤), 신진호, 문지환(76분↔이동수),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동민, 김연수
GK :  민성준

2023 K리그1 현재 순위
1 울산 현대 18점 6승 1패 14득점 6실점 +8
2 포항 스틸러스 15점 4승 3무 11득점 6실점 +5
3 대전 하나시티즌 14점 4승 2무 1패 16득점 12실점 +4
4 FC 서울 13점 4승 1무 2패 13득점 8실점 +5
5 광주 FC 12점 4승 3패 12득점 9실점 +3
6 수원 FC 10점 3승 1무 3패 9득점 11실점 -2
7 제주 유나이티드 8점 2승 2무 3패 7득점 9실점 -2
8 인천 유나이티드 FC 8점 2승 2무 3패 7득점 12실점 -5
9 전북 현대 7점 2승 1무 4패 7득점 8실점 -1
10 대구 FC 6점 1승 3무 3패 9득점 12실점 -3
11 강원 FC 3점 3무 4패 3득점 9실점 -6
12 수원 블루윙즈 2점 2무 5패 7득점 13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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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K리그 강원 FC 신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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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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