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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머리띠' 김수지, 흥국생명 컴백... 절친 김연경과 한솥밥

[여자배구] 19일 흥국생명과 연 보수 3억 1000만 원에 3년 계약

23.04.20 09:20최종업데이트23.04.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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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절친' 김연경과 김수지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뭉친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와 계약기간 3년에 연 보수액 3억 1000만 원(연봉 2억 7000만 원, 옵션 4000만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2015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흥국생명에서 활약하며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도약했던 김수지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거쳐 6년 만에 다시 흥국생명의 핑크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수지의 흥국생명 이적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바로 김연경과의 재회 때문이다. 안산 서초등학교부터 원곡중학교,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까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던 김연경과 김수지는 프로 입단 후 18시즌 동안 한 번도 같은 팀에서 활약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하고 김수지가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면서 25년이 훌쩍 넘는 인연의 '절친' 김연경과 김수지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중앙 파트너로 프로 18년 경력의 베테랑 김수지를 선택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여제' 잔류시킨 흥국, 중앙약점도 메웠다

지난 16일 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처음으로 FA자격을 얻은 '배구여제' 김연경과 계약기간 1년, 보수총액 7억 7500만 원(연봉 4억 7500만 원, 옵션 3억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현역연장을 결정한 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비롯한 여러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김연경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설득과 팬들의 성원에 흥국생명 잔류를 선택했다.

김연경이 잔류하면서 흥국생명 구단과 팬들은 마치 흥국생명의 전력이 엄청나게 강화된 것처럼 기뻐했지만 사실 흥국생명에게 김연경의 잔류는 전력강화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이재영이라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실상 배구계를 떠난 현재,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다음 세대를 이을 '후계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연경마저 팀을 떠나면 흥국생명은 엄청난 전력약화가 불 보듯 뻔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 2020-2021 시즌 '쌍둥이 사태'로 시즌 중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도 김연경의 활약과 리더십에 힘입어 챔프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김연경이 중국리그로 떠나면서 팀의 구심점을 잃은 흥국생명은 2021-2022 시즌 7개 구단 중 6위로 추락했다. 흥국생명보다 순위가 낮은 팀은 31경기에서 3승에 그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뿐이었다.

이처럼 김연경이 없는 팀의 무력함을 피부로 느꼈던 흥국생명이기에 이번 FA시장에서 '김연경 잔류'는 팀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절체절명의 미션이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원하던 1년 계약과 여자부 최고연봉을 안기며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아직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활약했던 2020-2021 시즌에 이어 2022-2023 시즌에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패해 챔프전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흥국생명이 다음 시즌 진정한 우승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포지션의 전력보강이 필요했는데 흥국생명의 약점은 역시 이주아와 짝을 이룰 미들블로커 한 자리였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그 자리에 2020 도쿄올림픽 4강의 주역 중 한 명인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했다.

고교 졸업 후 18년 만에 만난 '절친'
 

6시즌 만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수지는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절친' 김연경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과 초-중-고를 함께 나온 김수지는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사실 현대건설 시절까지만 해도 이동공격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블로킹이 약해 188cm의 신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게다가 같은 팀에는 '블로킹 여왕' 양효진이 있었다). 하지만 김수지는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김수지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흥국생명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로킹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2016-2017 시즌에는 세트당 0.64개의 블로킹(4위)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미들블로커 부문 BEST7에 선정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정대영(GS칼텍스 KIXX)의 뒤를 이어 대표팀에서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 시작한 김수지는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어 기업은행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던 '기업은행 왕조시대'의 끝자락에 알토스 유니폼을 입은 김수지는 기업은행에서 활약한 6시즌 동안 두 번 밖에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실제로 김수지는 기업은행 이적 후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한 번도 미들블로커 부문 BEST7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2022-2023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친구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 복귀를 선택했다.

흥국생명에는 이미 프로에서 5시즌을 보낸 이주아라는 젊고 유능한 미들블로커가 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이주아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김나희는 미들블로커로서 신장(178cm)이 작아 블로킹에서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0.69개(5위)의 블로킹을 기록한 김수지가 가세한다면 흥국생명의 높이는 한국도로공사나 현대건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김연경과 김수지는 서로 다른 팀에서 활약할 때도 경기 전후로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친분을 과시하며 배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그런 두 선수가 다가올 2023-2024 시즌부터는 고교 시절 이후 무려 18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을 위해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여러 FA선수들의 이적들 사이에서도 김수지의 흥국생명 이적이 배구팬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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