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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 산화한 6·25 전사자 유해...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유해발굴 개시 이후 208번째 신원 확인, 1950년 8월 '가산-팔공산 전투'에서 전사

등록 2023.04.20 10:04수정 2023.04.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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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20년 11월경 경북 칠곡군 용수리 일대에서 발굴된 고 이승옥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

2020년 11월경 경북 칠곡군 용수리 일대에서 발굴된 고 이승옥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18세의 나이로 산화한 국군 전사자의 신원이 73년 만에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일, 지난 2020년 11월경 경북 칠곡군 용수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 이승옥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6.25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8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은 1932년 4월 14일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입대 전 친형의 양복점에서 일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갔다. 6.25전쟁이 터지기 한 해 전인 1949년 7월 육군 수도사단 기갑연대에 입대한 고인은 1950년 8월 13일부터 9월 22일까지 경북 칠곡군 일대에서 벌어진 '가산-팔공산 전투'에 참전했다가 8월 31일, 만 18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가산-팔공산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한 직후부터 반격으로 전환할 때까지 대구 북방 일대에서 북한군의 8월 공세를 저지한 방어 전투다.

고인의 유해는 2020년 11월경 국유단과 육군 50사단 장병 100여 명이 6·25전쟁 당시 백병전까지 치러질 정도로 혈투가 벌어진 전투지역에서 기초 발굴하던 중 고인의 오른쪽 위팔뼈를 처음 식별했다. 이후 매장 자세를 추정하여 주변을 확장하며 발굴한 결과, 정강이뼈 등을 추가로 수습했다.

국유단은 유해의 유품은 식별되지 않았지만, 수류탄과 박격포탄 등 폭약류가 다수 출토된 지역이고, 유해 또한 뼈가 부분적으로 흩어진 상태로 발굴된 점을 고려했을 때 전쟁 당시 치열한 화력전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원확인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 등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찾아가는 기동탐문을 통해 이뤄졌다.


국유단 기동탐문관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전라남도 정읍으로 확인한 후 정읍시의 제적등본 기록과 비교해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이천수씨를 2021년 3월에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채취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해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유해 찾으면 묘비 세울 생각...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 됐다"


확인된 전사자 신원을 유족에게 알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6·25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쳤으나 아직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 계셨던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다.

이날 행사는 유가족 대표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한 후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인의 조카 이천수씨는 "참전 후 돌아오지 못하셔서 아쉬움이 크게 남아 유해라도 찾으면 묘비라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이 됐다"며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국가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제공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 신원이 확인된 경우에는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으로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은 대표번호 1577-5625(오! 6·25)로 연락하면 국유단 탐문관이 직접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다.  
#6.25전사자 #고 이승옥 이등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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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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