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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 배신감 느꼈지만..." 6년만에 친정 복귀한 김정은의 의리

[여자프로농구] 20일 FA 2차 협상 마감, 9명 잔류 속 이적은 2명 뿐

23.04.21 09:15최종업데이트23.04.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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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농구를 경험하지 못한 KB와 하나원큐가 바쁜 비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FA 2차 협상 결과를 공시했다. 지난 6시즌 동안 우리은행 우리원에서 활약하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던 베테랑 김정은은 계약기간 2년, 연봉총액 2억 5000만 원(연봉 2억, 수당 5000만 원)의 조건에 처음 프로에 데뷔했던 하나원큐로 복귀했다. 꾸준히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잔류가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김정은은 친정팀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았다.

올해 FA시장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팀은 2021-2022 시즌 통합 우승에서 2022-2023 시즌 5위로 추락한 KB스타즈였다.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3억 5000만 원(연봉 2억 8000만 원, 수당 7000만 원)에 계약한 강이슬을 비롯해 센터 김소담, 포인트가드 심성영을 잔류시킨 KB는 하나원큐에서 6시즌 동안 활약했던 '스틸여왕' 김예진을 계약기간 3년, 연봉 8000만 원에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우리은행 우승시키고 하나원큐 복귀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을 이끈 김정은은 20대 시절을 바친 하나원큐에 6년 만에 복귀했다. ⓒ 하나원큐

 
우리은행과 BNK 썸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시리즈 MVP를 수상한 선수는 김단비였지만 3월 23일에 열린 3차전의 히로인은 단연 우리은행의 맏언니 김정은이었다. 만 35세의 나이에도 20대의 젊은 선수들과 부딪히며 34분 45초를 소화한 김정은은 3차전에서 18득점 11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특히 7개의 3점슛을 던져 무려 71.4%의 확률로 5개를 적중시키면서 BNK의 추격의지를 꺾고 우리은행의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기분 좋은 통합우승으로 시즌을 마친 김정은은 팀 동료 고아라, 노현지, 박다정과 함께 FA자격을 얻었다. 2021-2022 시즌 공헌도 22위, 2022-2023 시즌 공헌도 17위를 기록한 김정은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FA시장에서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2022-2023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에게 패했던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김정은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의 선택은 우리은행 잔류도, 신한은행 이적도 아닌 '친정' 하나원큐로의 복귀였다. 사실 2017년 하나원큐를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젊음을 바치다가 부상을 당한 자신을 홀대했던 구단에 대한 미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하나원큐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는 것을 보면서 친정팀에 대한 미움은 측은함으로 변했고 결국 김정은은 '최강' 자리를 되찾은 우리은행을 떠나 최하위 하나원큐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하나원큐는 2022-2023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1995년생 양인영과 신지현, 김애나였을 정도로 6개 구단 중 가장 젊은 팀이다. 그런 하나원큐에 김한별(BNK) 다음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김정은이 합류하는 것이다. 특히 2022-2023시즌 신인왕 박소희(2003년생)는 김정은과 무려 16살이나 차이 난다. 김정은에게는 하나원큐의 젊은 선수들과 코트 안팎에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김정은은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전성기 시절, 경기당 평균 35분 이상을 소화했을 만큼 체력이 좋은 선수였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평균 출전 시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만큼 이제 김정은은 체력 관리를 위해 효율적으로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노장선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코트에서 활약하는 시간 동안에는 이제 그 어떤 팀도 하나원큐를 쉽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KB잔류하며 명예회복 노리는 '스테판 이슬'
 

두 시즌 만에 FA자격을 재취득한 강이슬은 3년 계약으로 KB스타즈에 잔류했다. ⓒ KB스타즈

 
'아무리 박지수가 없어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중위권은 충분히 유지할 것이다'라는 농구팬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KB 전력의 '시작과 끝' 박지수가 공황장애 증상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친 KB는 2022-2023 시즌 정규리그에서 10승 20패(승률 .333)에 그치며 5위로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다. KB가 정규리그에서 3할대 승률에 그친 것은 지난 2010-2011 시즌(승률 .343)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KB는 시즌이 끝난 후 슈터 강이슬을 비롯해 5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다. 강이슬은 2022-2023 시즌 이소희(BNK)에게 3점슛 1위 자리를 내주며 6시즌 연속 3점슛 여왕 등극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만 29세의 젊은 나이와 정확한 외곽슛, 포지션 대비 좋은 신장(180cm)까지 겸비한 올해 FA시장 최대어였다. 영입할 경우 단숨에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강이슬에 대한 각 구단의 관심이 높았던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강이슬은 애초에 KB가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할 마음이 없었다. KB이적 당시 2년 계약을 맺었던 강이슬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 5000만 원의 조건에 KB에 잔류했다. 강이슬은 이적 첫 시즌에 박지수와 함께 KB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했지만 2022-2023 시즌 개인기록 하락과 함께 팀도 5위로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새로운 계약 첫 시즌을 맞는 강이슬의 2023-2024 시즌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KB는 FA 2차 협상에서 하나원큐와 함께 외부영입에 성공한 팀이다. KB는 지난 19일 생애 첫 FA자격을 얻은 174cm의 포워드 김예진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8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시즌 4.21득점 3.8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예진은 경기당 평균 1.9개의 스틸로 스틸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김예진은 다음 시즌 외곽 수비에서 KB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한편 강이슬과 함께 FA시장 최대어였던 최고령 선수 김한별은 1년 총액 3억 원에 BNK에 잔류했고 만능포워드 김진영은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2억 4000만 원에 신한은행과 계약했다. 벤치 멤버로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던 베테랑 포워드 고아라와 다음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노현지도 나란히 우리은행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에 김정은과 이경은(신한은행)의 프로 입단 동기 최희진은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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