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선동, 가짜뉴스 위협" 말한 대통령, 그 허무함

[주장] 4.19혁명 기념사에서 강조한 민주주의 걱정, 그러나

등록 2023.04.21 15:51수정 2023.04.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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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 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주장했다. 3월 29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라고도 했다.

국가지도자가 가짜뉴스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를 하는 당사자가 가짜뉴스 전파자라고 비판받는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자칫 지도자 자신의 말만이 진실이라는 사고 속에서 정부나 본인의 뜻에 반대하거나 이를 비판하는 여론을 모두 '가짜뉴스' '허위정보'로 몰아버릴 위험성이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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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에 사용 내역에 대한 중간 점검 및 차후 정산 과정을 통한 보조금 환수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언의 시기는 차이가 있으나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발언을 관련 부처가 반박한 꼴이다. ⓒ 고용노동부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꼽아 살펴보자. 지난 2월 20일,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일까? 먼저 정부지원금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의 발언 시점보다 한참 앞선 지난해 12월 29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고용노동부가 '노동단체 지원' 사업으로 노조에 지급한 국고보조금은 총 345억9000만 원이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3월 말 최근 5년간 노동조합이 중앙정부에게 받은 보조금을 조사한 결과 액수는 모두 230억 원(연평균 46억 원)이었다. 그중 190억 원(83%)가 한국노총이 하는 사업(대부분 전국 19개 상담소 인건비)에 지출됐다. 심지어 이런 사업은 정부가 해야 할 공익성이 있는 사업이기도 했다. 

"수천억 원"과 "345억9000만 원"(정우택 의원 발표 기준), 액수부터 차이가 크다. 몇 개월 사이에 고용노동부도 모르는 기지급 보조금이라도 있었던 걸까. 


윤 대통령과 정부는 '노조가 국고보조금 등의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우택 의원의 자료 제출 요청에 고용노동부는 국고보조금과 관련한 노조의 부정사용이 '0건'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일보>는 <[단독]노동부 "노조 보조금 부정사용 0건"... 與 "눈 감았다는 고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부정사용이 0건인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회계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즉각 반박했다. 노동부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날 "외부위원 중심 심사위원회를 통해 공모방식으로 지원대상 등을 선정하고 중간 수행상황 점검을 통해 보조금 잔액 지급,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한 부정수급 모니터링(연 2회), 전 단체 대상 지도·점검(연 1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부는 "사업 완료 후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평가를 실시해 차년도 사업 지원과 연계하고 정산 과정에서 과오지급금을 환수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정산 과정을 통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스무 건의 국고보조금 사용 불인정 및 환수가 이뤄졌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조 때리기'에서 노조 회계는 정부의 주된 논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스스로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부처에서 자료 등으로 반박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가짜뉴스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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