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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시니어 컬링 대표팀, 세계선수권 첫 여정 마쳤다

[강릉 컬링 세계선수권] 2승 5패로 대회 마감... "속 후련합니다"

23.04.28 17:18최종업데이트23.04.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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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활약을 펼쳤던 시니어 컬링 국가대표팀. ⓒ 박장식

 
동호인 신분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나선 한국 남자 시니어 컬링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여정을 마쳤다. 한국 선수로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에 나선 대표팀은 한국 관중들의 응원 속에 2승 5패로 여정을 마쳤다.

강릉하키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강릉솔향 팀(신만호, 천인선, 최종경, 함영우, 허정욱)은 잉글랜드와 라트비아를 꺾고 2승을 기록했지만, 이어지는 경기에서 모두 패퇴하며 세계 선수들의 벽이 높았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반응이 적잖았을 정도로 선수들의 선전이 실제 승리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대회 초반부터 기적을 써내며 한국의 동호인 컬링이 해외의 전문 선수들과 맞붙어도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세계 벽 오른 '담쟁이' 시니어 팀

한국 시니어 국가대표팀은 대회 초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연승을 거두며 선전을 거뒀다. 특히 라트비아는 이미 여러 차례 시니어 국가대항전에 나섰던 팀인데다, 한국이 라트비아를 이긺으로서 라트비아의 PO 진출이 무산되되는 등 극적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시니어 대표팀이 담쟁이 같은 활약을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독일과의 경기가 약간은 아쉬웠다. 한국은 독일에 후반에 스틸을 내주면서 한 점 차로 아쉽게 첫 패를 기록했다. 특히 스웨덴·홍콩 등 남은 라운드로빈 경기에서 모두 패한 한국 팀. 특히 대회 초반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강한 팀이 라운드로빈 후반부에 여럿 포진되는 등 전력적으로도 상대가 쉽지 않았다.

상대가 크게 대량 득점을 가져간 뒤의 극복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은 경기를 따라가려 애쓰고, 다른 선수들이라면 경기를 포기할 법한 때에도 최대한 경기를 뒤집어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현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훈련 때는 일일 코치로, 그리고 대회 기간 중에는 소고 응원단으로 나선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저녁경기면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은 '팀 킴' 선수들은 선수들의 좋은 샷이 터져나오면 소고를 치고 함성을 내는 등 완벽한 응원단 역할을 해냈다.

다만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원래 대표팀의 계획은 얼터네이트, 즉 '핍스' 선수가 한 명씩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회 중반 선수 한 명이 큰 질병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병환으로 이탈하면서 변수가 생겨났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선수들의 분투를 질투한 하늘이 야속할 뿐이었다.

마지막 경기, 후련하게 마쳤다
 

강릉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활약을 펼쳤던 시니어 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 뒤편으로 퇴장하고 있다. ⓒ 박장식

 
홍콩과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마지막 경기는 스위스와의 일전이었다. 물론 상대가 컬링 강국으로 꼽히는 스위스인 만큼 경기는 쉽지 않았다.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12대 1로 밀리던 7엔드 시작 전, 상대 선수들에게 악수를 건네면서 세게선수권 도전을 마쳤다.

그 순간 관중들의 박수가 우렁차게 터졌다.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을 찾은 시민들이 선수들의 선전을 축하해준 것이다. 특히 선수들의 친구, 가족들 역시 '고생했다'며 함성을 외쳐주기도 했다. 응원을 받은 선수들 역시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천인선 선수는 대회를 마무리한 직후 "속이 후련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첫 시작에 2승을 하니 8강 진출까지 하길 바랐는데, 바로 직후부터 세계 무대가 높았던 것을 실감하게 되더라"라면서, "한 경기 한 경기 할 때마다 체력적으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며 천인선 선수는 "그래도 첫 대회에서, 선수 출신이 한 명도 없는 동호인들이 2승까지 거뒀다는 게 만족할 일"이라며 후련함을 드러냈다. 그러며 "1년 뒤에 시니어 세계선수권에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꼭 한 번 더 나가 보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선수들의 여정은 일곱 경기로 마무리되었지만, 시니어 컬링 대표팀의 첫 물꼬를 튼 다섯 선수들의 이야기는 한국 컬링에 남을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선수들이 앞으로도 도전을 예고한 가운데, 그런 도전을 이어갈 선수들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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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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