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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보고 있는데... 원희룡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 아냐"

[국토위] 야당 질의에 "사회적 원인에 의해 벌어진 사기는 전부 사회적 재난?" 따져 물어

등록 2023.04.28 16:14수정 2023.04.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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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사회적인 재난이라 하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사회적 재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래서 제가 아까 왜 (전세사기피해가) 사회적인 재난일 수밖에 없느냐 하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원 장관은 이날 대규모 전세사기범죄의 특수성을 들어 이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한 야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이같은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줄곧 전세사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해왔다. 당장 이날 오전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보여주기식' '피해자 골라내기' 특별법안을 차라리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원희룡 장관이 분명하게 거절한 셈이다.

"사회적 재난 아냐" vs. "특별법 만드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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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마이크를 이어 받은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금 밖에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에서도 나와 계시다"라며 "정부가 시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이번 사태가 "사적인 권리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한 전세 사기이고,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역이용하고 발생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이걸 사적인 권리 관계로만 (규정)하면 자꾸 (범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에 대해 장관은 수용하실 생각이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원 장관은 "대한민국의 사인과 법인 간에 거래 관계는 자유 계약에 의거한다"라며 "선순위가 있는 경우, 그 위험에 대해서 세입자가 판단하도록 돼 있다"라고 맞섰다. 오히려 "국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뭐, 사회적인 재난이다? 그러면 앞으로 사회적인 원인에 의해 벌어지는 사기, 뭐 전부 사회적 재난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허 의원은 "특별법을 만든 이유는 피해자가 사회적 재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드는 거 아니겠나?"라며 "이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인정을 하고, 특별법을 만들어서 구제하기 위한 것 아니겠나?"라고 받아쳤다. "이런 인식 전환이 없으면 어떻게 이 사건에 대해서 해결하고 구제할 수 있겠나?"라면서 정부의 "방어적 태도"를 꼬집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용어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구호 제도가 있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개념"이라며 "우리가 특히 법안을 심의하는 데 있어서, 명백히 법 체계 속에 있는 걸(개념을) 가지고 가서 (논의)하는 걸... 뜻은 알겠지만, 그런 용어를 가지고 여기에 이 제도를 설계하면 안 된다"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장관님 말씀 들어보면, 국민의 주거보장이라든지 그리고 이 안타까운 사태를 정부에서 책임지려고 하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아니라 법무부장관 같다"라고 쏘아붙였다.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요구 또 일축... 피해지원 소급적용에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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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원희룡 장관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공공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매입 여부를 두고 또다시 격돌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금 많은 전세 피해자들이 정말 한 가닥 희망의 끈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으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라며 "피해자들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하는 게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먼저 매입해서 처리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공매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빌라왕 사태 같은 경우 임차인이 몇백 명 몇천 명이고, 체납정보도 제한돼 있다"라며 "그러니까 지금 피해자들이 임차인들 간 연락도 하기 힘들고 정보도 파악하기 힘드니까, 이런 경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집단으로 받아 안아서, 이런 절차를 줄여서 피해자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건 혈세와 상관 없는 것이다. 정부가 당연히 적극 고려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한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소급해서라도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채권을 매입하라? 매입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반발했다. "경매에 대한 사실상의 법률 지원으로 충분하다"라는 입장이었다.

소액보증금에 관해서도 그는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소액보증금인데, 이걸 담보로 잡고 있는 금융이나 채권자 입장에서는 그걸 보고 금융과 채권 체제가 짜여있는데 사후에 소급해서 담보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민사, 채권, 채무 관계와 이에 기초한 금융, 또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과 서로 잉여물자를 (교환해) 시장경제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체제 자체를 밑의 바탕에서 주춧돌 빼버리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금융체계 전체를 흔든다"라며 "금융체계와 민사 권리 관계 전체를 흔드는 것은 입법권도 넘어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헌법 질서 근간의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심 의원은 "너무 과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존하는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제도를 설명하면서 "사회적인 법질서 흔드는 일도 아니고, 사회적 통념으로 제도화 돼 있는 것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장관께서 '이런 전례 만들면 안 된다'고,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먼저 선을 친다. 그런 정치 공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반박이었다.  
#원희룡 #허영 #전세사기 #사회적재난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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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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