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믿었던 대중문화의 거인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1927 - 2023)에 관하여

23.04.30 10:27최종업데이트23.04.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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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향년 96세 나이로 작고한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의 직함은 다채롭다. 카리브해의 국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전통 음악 칼립소의 전파자와 사회 운동가, 오스카와 토니 상을 받은 영화인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신뢰한 대중문화의 거인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대중가수로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할 당시 시민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를 후원했고, 시위자 석방을 위해 힘썼다.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가담했고, 1987년부터 2023년까지 유니세프 친선 대사를 역임했다. 슈퍼그룹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의 'We Are The World'의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 영국 그룹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벨라폰테는 기금모금 활동 전문가 켄 크레이근, 정상급 음악가들과 함께 아프리카 기근 구제의 역사적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벨라폰테의 1956년 명작 < Calypso > ⓒ 사운드밸류

 
음악적 성취도 또렸했다. 1956년 작 < Calypso >는 칼립소와 레케, 스카의 원류 격인 멘토(Mento)를 영미권에 소개했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백만 장 이상 판매고에 도달한 첫 번째 엘피(Long Play)'의 호칭도 획득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Day-O(The Banana Boat Song)'와 'Jamaica Farewell'은 벨라폰테의 상징적인 곡들로 남았다. < Calypso >는 미국 의회도서관으로부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기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뉴욕 카네기 홀에서 펼친 1959년 음반 < Belafonte At Carnegie Hall >도 호평받았다.
 
남아공의 싱어송라이터 미리암 마케바와 협연한 < An Evening With Belafonte/Makeba >(1965)와 이듬해 그리스 출신 세계적 보컬리스트 나나 무스쿠리와 입 맞춘 < An Evening With Belafonte/Mouskouri >, 미국의 인권운동가 겸 음악가 레나 혼과의 듀엣 앨범 < Harry & Lena >(1970)까지 그의 음악 경력엔 인류애와 인종 간 융합이 녹아들었다. 후기엔 카메룬계 미국 뮤지션 리처드 보나가 참여한 < An Evening With Harry Belafonte & Friends >(1997)에서 카리브해 음악의 전설 로드 버지스가 작곡한 벨라폰테 본인의 명곡 'Island In The Sun'과 'Jamaica Farewell'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불렀다.

영화 < 똑바로 살아라 >(1989) 의 감독 스파이크 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BLACK POWER'라는 문구와 함께  2018년 작 <블랙클랜스맨> 속 벨라폰테의 이미지를 올렸고,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래비츠는 'How Long Have You Been Blind' 커버에 추모를 담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권리 신장과 지구촌 화합을 이끈 영웅을 향한 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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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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