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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를 위해 기도했던 목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유

불과 1년만에 외교, 경제, 민생 나락으로... 지금이라도 국민 위한 정부 되길

등록 2023.05.04 11:47수정 2023.05.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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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필자는 1995년 목사안수를 받은 이후 지금껏 목사직을 감당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목사로 살아왔고 은퇴를 5년여 앞두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목사로 살아가면서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교인들의 정치적인 입장이 100%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분단국가를 살아가며 '진보와 보수', '좌와 우'란 극명한 대립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교인들은 목사의 정치적인 성향이 자신과 다르다 생각되면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는 것이 지혜롭게 목회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기독교신앙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삶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며 정치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으니 '하나님의 말씀만!'이라는 요구에는 어패가 있다.

예수는 정치범으로 사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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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5월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대전시청 남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6000여명의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 대전대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예수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했고, 정치적인 메시야를 거부했지만, 십자가형을 당했다. 당시 십자가는 정치범들을 처형하는 도구였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는 정치적이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이나 말들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심지어는 당시 정치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다고 할 수 있는 헤로데를 '저 여우'라고 지칭(누가복음13:32-너희는 가서 저 여우에게 이르되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고치다가 제 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 하라)하기도 한다.

게다가 종교권력의 아성인 '예루살렘성전 숙청사건' 역시도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종교권력을 숙청한 것이지만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치와 분리된 신앙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와 절연하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이익을 얻는 정파가 있으므로 그들이야말로 지극히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치권력에 빌붙어 살기를 자처하고 행동하는 해바라기종교권력에 대해서는 '정치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노골적인 정치적인 행위는 신앙의 행위로 받아들이면서도 불의한 권력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내면 정치적이라고 비난한다. 1970년대 유신독재,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지금도 판박이처럼 이런 일은 되풀이 되고 있다.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정치행위는 신앙의 행위로, 권력의 불의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행위로만 규정하는 이상한 잣대가 아직도 한국교회에는 팽배하다.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직면할 것 같은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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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축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까닭에 진보적인 성향의 교회도 아닌 보통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시국선언에 참여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보면서 시국선언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시국이 이런데 침묵하고 있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과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직면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에 의해 선택되었으므로 그 직무를 잘 감당해주기를 바랐고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할 때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지난 일 년 간 미숙한 정치행보와 독선적인 정국운영, 일관된 내로남불 등을 지켜보면서 이 나라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히 이태원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면피에는 능하지만 무책임한 정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민 듣기 평가사건 사건(바이든-날리면 사태)을 통해서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둘러대는 뻔뻔함에 실망했다. 

북한과의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 친일친미외교, 급기야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주변 강대국까지 자극해가는 행태, 가족들과 측근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 대통령 한 사람만이 아니라 대통령실 모두 나라를 위한다는 구호만 요란할뿐 정치, 경제, 교육, 문화, 환경 등등 사회전반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가 행하는 정책들은 기득권자들을 배려하는데 치중되어 있으며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강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굴욕적인 외교행태로 인해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자화자찬 일색이다.

불과 일 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중 하나도 희망적인 일은 없었다. 그동안 이런 행태들을 두고 보기 힘들어 정치에 거리를 두고 살았지만,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목사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계속 국민을 곤경에 내몬다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서두에서 밝힌 대로, 목사 혹은 교회가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지만, 표면에 나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9:40)"는 예수의 말씀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목사에게 준 말씀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나라가 위태로운 길로 가고 있음에도, 사태파악을 못하는 윤석열 정부가 왜 목사들까지 시국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국선언 참여를 선택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 대한민국의 성공 말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준엄한 경고를 받아들여 자기도취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돌이키지 않고 자신들의 성공만을 위해 걸어가고자 하면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계속 곤경으로 내몬다면 "정권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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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 선언 전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마태 3:10)

두렵다. 온 나라에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 하나님의 심판이 두렵다. 윤석열 정부 1년, 민생은 파탄 나고 평화는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일로에 있다. 엉망진창, 지금 나라꼴을 무슨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촛불민의가 좌절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였다. 물론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마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1년간 펼쳐진 일들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1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극에 달했고,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통합을 위한 정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했다. 하지만 국민적 통합을 위한 정치는커녕 아예 정치가 실종되었다. 검찰권력이 온 사회를 속속들이 지배하고 일체의 정치행위가 사법적 판단에 맡겨지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는 말할 것도 없고 자당 소속 정치인들에게까지도 편 가르기 패악을 일삼고 있으니 대통령의 머릿속에 국민통합의 개념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가?

공공성을 구현해야 할 국가의 책무는 뒷전으로 밀렸다. 9년 전 4.16 세월호 참사를 겪고 그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도 가려내지 못한 터에 지난 해 10.29 이태원 참사를 다시 겪어야 했다.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다. 아니 국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며, '근조' 없는 리본으로 억울한 이들을 조롱했다. 천벌을 받을 일이다.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 성별 갈라치기는 여전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산재, 불안정 고용과 임금격차 등 산적한 노동현실은 외면당하고 오히려 노동개혁 미명 아래 노동자들이 압박당하고 있다. 농업 정책은 고사작전 외에는 대책이 없으며, 사회적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지고, 교육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 해 사유화,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다.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의 엇박자로 양극화 해소 방안이 묘연한 가운데 연금개혁은 또 어찌 될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에너지와 환경 정책도 뒷걸음질이다. 탈원전 정책은 범죄시되고 있으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세계 공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그에 대한 긴박한 위기의식이 없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도 없이 그저 단기적인 경제 득실만 따지며 허둥대고 있는 꼴이다.

한반도에는 전운마저 감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선제공격 운운하더니 급기야 강대강의 벼랑끝 전술에 집착하면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다. 더욱이 말끝마다 진영간의 대결을 자극하는 언사로 한반도 주변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방에 치우친 외교는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군사적 안보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민족의 역린을 건드린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법, 국가안보실 도청사건에 대한 대처 등은 주권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사대적이며 굴욕적인 외교 가운데 빚어진 참사이다. 신냉전의 격랑 가운데서 그 일방적 외교는 오히려 경제적․군사적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윤석열 정부 1년, 우리는 권력에 눈먼 무능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언사가 넘쳐나고 걸핏하면 거짓말과 변명으로 둘러대는 것만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으니, 국민통합의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 대통령의 거친 언사로 전쟁의 불안까지 겹쳐 이 땅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대의를 따르지 아니하고 정파적 이해에 몰입한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이 나라의 불안한 미래이다. 임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저히 낮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요구를 받드는 정부가 아니라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집행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 폐해는 고스란히 온 국민의 몫이 되었다. 오죽하면 취임 1년만에 각계각층에서 퇴진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 되었겠는가?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나라꼴이 이토록 망가지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합법적 절차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여기지 말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는 절차상의 정당성을 지녀야 할 뿐 아니라 마땅히 통치상의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도취상태에 빠져 패악을 저지르고 있다.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가장 극악한 권력의 하나였던 히틀러정권마저도 합법적 절차를 통해 탄생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정녕 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인가? 잘못하면 바로잡을 수 있고, 스스로 그 잘못을 바로잡을 때 또다시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나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간다면 그것은 스스로 기회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행적을 엄중히 돌아보고 향후 진퇴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 온 국민이 겪게 될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도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의 운명이 다했음을 깨달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다(마태 3:10).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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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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