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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박 제거하려" 예천군 해명,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내성천 왕버들 싹쓸이 벌목] 시민단체, 8일 예천군 규탄 기자회견 열어

등록 2023.05.05 17:54수정 2023.05.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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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 현장에서 직경 110센티미터에 이르는 나무가 벌채된 것을 목격했다. 크기로 짐작할 때 수령 100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4일 내성천 왕버들 싹쓸이 벌목 현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1일 전해진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예천군의 사실과 다른 해명과 성의 없는 답변을 듣고 다시 현장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가시박 제거를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해명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 딱 그대로다. 제방변에서 맹렬한 기세로 자라는 가시박들이 보기 싫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제거한다고 나무를 모두 베어낸다고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가시박 제거는 자라 있는 가시박 줄기를 제거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무수한 씨앗으로 발아하는 그 가시박 싹들을 일일이 뽑아 없애야 제거된다. 이는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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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베어진 곳마다 가시박들 싹들이 맹렬히 올라온다. 나무가 사라지니 햇볕을 더 많이 받아 더욱 맹렬한 기세로 발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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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박은 이렇게 똥째로 뽑아내야 제거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즉, 봄철 씨앗이 발아해서 가시박이 마구 올라올 때 사람을 써서 그 걸 통째로 뽑아서 제거해야 가시박이 줄어드는 것이다. 옆에 있는 나무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가시박을 제거하겠다고 애먼 나무까지 싹쓸이 벌목을 단행해버리다니. 

예천군에 따르면 이번에 나무 벌목에 들인 예산이 2천만 원이라고 한다. 이날 동행한 민예총 예천지부 김두년 지부장은 "나무 벌목 예산의 1/10만 들여도 가시박을 제거하고도 남겠다. 예산도 줄이고 효과적으로 가시박을 제거할 것인데 이게 뭐냐. 가시박들은 가시박대로 자라고 애먼 왕버들만 모두 베어낸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어디 있느냐"며 예천군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나무를 벤 자리마다 맹렬한 기세로 올라오는 가시박 싹들을 가리킨다. 온 천지에 가시박 싹들이다. 녹색의 가시박 싹들이 맨땅을 완전히 뒤덮었다. 가시박이 제거된 것 아니라 나무 벌목은 햇볕 등의 영향으로 가시박이 더욱 맹렬히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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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기세로 올라오는 가시박 새싹들. 온 전지에 가시박들이 올라온다. 정작 제거해야 할 가시박들은 제거하지 못하고 애면 나무들만 무두 베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예천군은 지금이라도 사람들을 투입해서 가시박 싹들을 뽑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 대신 가시박들이 온 제방을 뒤덮어버리고 말 것이다.

저명한 식물사회학자이자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이렇게 "파괴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것이 가시박들과 같은 외래종 식물"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하천을 심각하게 개발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가시박들이 자라난 것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누가 쓰레기 투기를 조장하는가


또 하나 얼굴 붉히는 현장은 쓰레기 투기 현장이다. 예천군과 보문면장은 쓰레기 투기가 심해서 나무를 벌목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투기돼 있는지 살폈더니 딱 두 곳에 쓰레기가 투기돼 있었다. 생활 쓰레기들이었다. 그런데 이 해명도 가관이다. 나무가 있다고 쓰레기를 투기하고 나무가 없다고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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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된 쓰레기가 방치된 채 뒹굴고 있다. 예천군이 하천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렇지 않다. 이곳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라서 그렇지 나무가 많이 자라 있어서 쓰레기 투기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즉 하천의 관리가 잘 안 되어서 그렇지 하천을 아름답게만 관리해 놓으면 누가 쓰레기를 투기한다는 말인가. 

따라서 쓰레기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나무를 모두 벨 것이 아니라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이라도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치워서 하천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예천군과 보문면은 버려진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이래 놓고 사람들이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기를 바라다니.

예천군과 보문면은 지금이라도 버려진 쓰레기는 모두 치워야 한다. 하천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쓰레기 투기가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하천관리를 안 하거나 엉망으로 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하천관리를 안 했으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투기할 생각을 했겠는가 말이다.

더러운 곳에 더러운 것이 붙고, 깨끗한 곳에 깨끗한 것이 붙게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예천군의 실질적 하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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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팰릿의 재료가 되는 나무 밑둥은 모두 수거해가고 잔가지들만 방치된 채 놓여 있다. 홍수시 다 떠내려가기 마련이라 속히 치워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울러 방치된 채 내버려져 있는 벌채 한 나무의 잔가지들 또한 하루속히 치워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큰 폭우라도 내리면 천변에 쌓아둔 잔가지들이 모두 내성천을 넘어 낙동강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은 더 큰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8일, 추가 벌목 강행하겠다는 예천군 규탄 기자회견

이런 현실에서 보문면장은 나머지 남은 1.5㎞ 구간의 왕버들을 마저 벨 것이라 하고 예천군은 아직 예산이 잡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즉 베지 않겠다가 아니라 예산이 없어 못 베고 있을 뿐 예산만 잡히면 또다시 싹쓸이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김두년 지부장은 "절대로 못 베도록 해야 한다. 이 아름드리 잘 자란 나무가 도대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다 벤다는 것인가? 예천군민들에게 이 사실을 널리 알려서 예천군이 똑같은 어리석은 행정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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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베어진 하천변에 수달의 배설물이 잔뜩 놓였다. 나무가 베어지기 전에 수달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는 증거로 이 일대 수달의 서식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무 벌목으로 이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민예총 예천지부, 전교조 경북지부와 안동환경운동연합 등은 8일(월) 오전 11시 예천군청 들머리에서 예천군을 규탄하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예천군수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기자회견 후에는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와 함께 벌목 현장의 현장조사를 벌인다.

[관련기사]
내성천 싹쓸이 벌목 사태... 예천군 황당한 답변 https://omn.kr/23rdc
내성천 '왕버들 싹쓸이 벌목' 비판 쇄도 "당장 중단하라" https://omn.kr/23poc
지름 1미터 넘는 왕버들도 무참히 잘려... 이게 정말 맞습니까? https://omn.kr/23p61
내성천 수백 그루 나무 싹쓸이 벌목, 왜? https://omn.kr/23mw8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십수년간 내성천의 변화상을 기록하고 고발해오고 있다.
#내성천 #나무 벌목 #왕버들 #예천군 #보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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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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