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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규모 1조 5천억... 하지만 웹툰작가는 웁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이윤은 챙기고 건강은 빼고 ②] 웹툰 작가 정신건강 해치는 구조, 그리고 해결책

등록 2023.05.08 10:40수정 2023.05.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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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네이버 웹툰의 태동기였던 2006년 '입시 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 '낢이 사는 이야기'로 시작했고, 지금도 업데이트 된 웹툰을 읽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웹툰 작가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즐겨 보던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작가가 과로사,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이야기, 임신한 웹툰 작가가 무리한 작 업을 요구 받아 연재를 계속하다 유산을 했고, 그 상태에서도 작업을 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반면 국내 웹툰 산업의 발전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오리지널 지적 재산권(IP)를 활용해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 중이다. 또한 2019년까지 성장 기조를 보이던 웹툰, 웹소설의 콘텐츠가 2020년 코로나19 유행의 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격히 성장했다. 2021년 웹툰 산업의 매출액 규모는 1조 566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48.6%가 증가했다.

웹툰 산업은 해외 시장 역시 개척하는 중이다. 2023년 01월,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영어권 나라의 작가 12만 명이 캔버스라는 웹툰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고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15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웹툰 산업은 성장하고 성장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과연 그 주역인 작가들은 제 몫을 받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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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시네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웹툰 작가들이 진단받은 여러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다. 출처: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국회 토론회 자료 발췌 및 수정. ⓒ 민지희

 
웹툰 작가 건강 실태조사

2022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 지원사업으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본 연구는 크게 설문 조사와 면접조사로 구성 되었다. 총 320명의 웹툰 작가들에 대해 서 설문조사를 수행했는데 이들 중 73%는 여성 작가였고 30대가 주를 이루었다. 설문조사에서 연재 단위로 계약을 맺는 사람들 이 55.6%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독립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이 대상이 되었다. 즉, 세부 분야만 담당하는 보조 작가들이 아니라 메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연구다.

주관적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한 사람은 34%였다. 그리고 건강 문제로 쉰 경험이 있는 사람 역시 25.7%로 적지 않았다.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 즉 프리젠티즘을 경험한 사람 역시 40.7%로 높은 숫자였다.

설문 조사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목 어깨, 허리, 팔, 손 또는 손목의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74%의 작가들이 목의 통증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통증이 일할 때도 불편하고 쉬어도 아픈 상황인 '심함'으로 응답한 사람들은 약 19%였다. 장시간 앉아서 작업을 하고 모니터를 많이 봐야 하는 웹툰 창작 업무 특성은 이렇게 높은 근골격계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높은 노동강도와 신체 통증은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의사에게 진단 받은 질병에 대해서는 안구 건조증이 92명으로 가장 많았다. 웹툰 작가는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므로 안구 건조증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 다음으로 호발한 질병이 우울증(54명)이라는 데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울증을 측정하는 선별검사인 PHQ-9을 사용해서 검사한 결과 기준 이상인 사람은 28.74%, 73명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자살에 대한 평가였다. 일반 인구 집단의 정신건강 수준을 조사한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 건강 실태조사에서는 자살사고가 10.7%, 자살 계획 2.5%, 자살 시도가 1.7%이었는데 비해 본 연구에서 조사된 웹툰 작가들의 자살 생각은 17.35%, 자살계획은 8.5%, 자살시도는 4.08%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여 주었다.

높은 노동강도에 지쳐가는 웹툰 작가들

웹툰 작가의 노동 환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일 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9.9시간이었고, 마감 전날의 경우에는 11.8시간 까지 늘어났다. 주당 근무 일수는 5.7일,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이었다. 62.2%의 사람들이 오전 6-10시에 일반적인 직장인과 비슷한 시간대에 일을 시작하지만 일을 20시~24시에 끝내는 경우가 36.9%, 새벽에 마치는 경우도 23%였다. 설문 응답자 대부분이 근무 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근무 시간이 길면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진다. 웹툰 작가들은 연재 기간에는 오로지 연재만을 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과거 출판만화부터 만화 업계에 있었던 작가는, 문하생 시절과 달리 웹툰 작가로 데뷔한 후에는 병원가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다. 질병을 위한 치료와 휴식에는 휴 재할 수 있는 권한(휴재권)이 필요하지만 노동자의 유급 휴가에 해당하는 '유급 휴재권'을 도입한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1화 당 더 높은 컷수를 요구 받는다. 작가들이 1화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컷수는 평균 52.0컷임에 비해 요구 받는 컷수는 평균 68.3컷으로 약 16컷 이상을 더 그리고 있다는 것이었 다. 웹툰을 그리는 작업은 크게 콘티 구성-스케치-펜터치-채색-편집 및 마무리 작업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웹툰 연재 주기는 1주일에 1회이므로 1주일 단위로 작업을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1일째 날은 스토리를 구성을 하고, 2일째에는 콘티로 연출을 대강 구성한다. 3일째에는 70컷의 전체 스케치를 하고 4일째에는 펜터치를, 5일째에는 채색을 한 후 6일째에 대사와 편집 및 마무리 작업을 하면 총 6일이 소요되고 1화를 완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웹툰 작업 방식을 이해 하면 52컷에 비해 68컷으로 늘어난, 16컷의 추가 컷수가 얼마나 많은 노동량 증가를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웹툰 작가에게는 작품의 내용 등에 대한 재량권이 있으나 업무량에 대해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재량권은 매우 부족했다. 본인이 원할 때 휴재를 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약 47%, 컷수를 조절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58%, 연재 주기를 조절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4%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내가 그리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연재를 시작했으나 회당 연재 분량, 연재 주기를 정할 수 없고, 또 개인 사정이나 휴식을 위해서 쉴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셈이다.

이러한 작업속도와 작업량을 누가 요구하는 것일까? 독자의 수요다. 더 많은 컷이 1화에 그려져야 사람들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실제 웹툰 작품에 달리는 '악플'의 상당수가 '스토리가 진행이 되지 않는다', '분량이 너무 짧다'는 독자의 피드백이다.

예술은 언제나 타인의 평가가 뒤따라 왔지만, 일반적인 예술의 평가와 달리 웹툰은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으로 평가받는다. 설문 응답자의 28.3%가 댓글을 매일 확인한다고 했으며, 매 시간 확인한다는 응답자도 5%나 되었다.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은(77%) 댓글을 통해 작품에 대해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고 작가에 대한 비난을 경험한 작가도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댓글은 트래픽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플랫폼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악플을 포함한 댓글 문화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더 좋은 노동 환경을 위한 과제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 세 가지의 해결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웹툰 작가들에게 기본적인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현재 웹툰을 연재하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비정상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았다. 이렇게 주 6일 근무를 1년, 2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웹툰 작가들은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이 업무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스토리 구성과 한 회에 그릴 컷 수, 연재 주기에 대한 재량권을 작가들에게 돌려주자. 연구진은 노동 강도를 단순히 컷수를 제한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웹툰의 장르, 화풍, 스토리 라인, 작가의 작업 방식 등에 따라서 1개의 컷을 창작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노동량이 작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형적인 예술 노동을 일관적인 잣대로 제한할 경우 파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고, 업무의 재량권을 작가에게 돌려주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플랫폼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웹툰 플랫폼은 새로운 예술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웹툰 플랫폼, 전시형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특히, 실시간 대중문화로서 웹툰이 성장하게 한 원동력 중에는 댓글도 한 몫을 한다. 그러나 양날의 검인 댓글에 대해서 이제는 진지하게 득과 실을 따져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끝으로 불안정성을 낮출 수 있는 최소한의 표준이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플랫폼의 혁신'은 규제를 피해나가는 방식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플랫폼과 작가의 정보 비대칭이 큰 상황에서는 플랫폼이 설명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표준을 만들어 내고, 협회, 노동조합 등을 통해 웹툰 작가들이 계약 주체로서 명확히 계약을 이해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민지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5월호에도 실립니다.

#웹툰/웹소설작가_장시간노동 #웹툰/웹소설작가_휴재권 #웹툰/웹소설작가_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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