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웹툰 및 웹소설, 대리운전기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플랫폼 기업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여할 것, 노동자성 인정과 쉴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플랫폼이 책임지는 고용과 가이드라인을, 웹소설 여성노동자 권리 찾기
디콘지회는 업계에 만연한 부당 관행 타파 및 노동환경 개선, 웹툰/웹소설/일러스트 작가 피해사례 수집 및 대응,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성차별 해소를 목표로 여성 프리랜서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수경 지회장은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은 웹소설 노동자들의 특징을 비롯한 일과와 연재 주기 등을 설명하였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웹소설 노동자들이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출근해서 오전에 회사 업무를 바짝 보고, 오후에 웹소설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연재는 하지 않고 단행본을 위주로 해서 마감 기한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웹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경우 하루에 최소한 5000자 정도 써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웹소설은 연재작가라 하더라도 거의 완결까지 미리 써놓은 후 나눠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기본 분량이 50화 정도 되어요. 이들이 나뉘어 일주일에 4~5번씩 연재되는 동안 나머지 분량을 작가가 써서 완결을 냅니다. 저도 연재하고 싶다고 출판사에 문의했더니 50화 이상은 써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비축분을 쌓는 중입니다. 카카오나 리디 등은 분량 확보가 미리 안 되어 있으면 받아주지 않아요."
웹소설 작가 중 다수가 여성 노동자다. 그러나 여성 창작자 대상 실태조사도 없고 육아휴직도 보장되고 있지 않다. 상생협의체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황 속 이수경 지회장은 웹소설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과 사상 검증에 대한 대응, 차별금지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건 일단 고용보험 가입을 보장하라는 거예요. 작품을 끝내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작가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여성 창작자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웹소설을 연재해서 받는 수익을 저작권 수입으로 보고 있어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하는 상황입니다. 여성 창작자들에게 집중되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에이 전시에서 작가 SNS를 사찰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일러스트나 웹소설, 웹툰 작가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이 현재 거의 없기에 보편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많은 웹소설 노동자도 출판사를 껴서 플랫폼과 계약한다. 이수경 지회장은 노동 강 도 완화 측면에서의 휴재권 및 고용 안정을 강조했다.
"대부분 출판사가 중간에 껴서 계약해요. 이들이 주로 요구하는 건 일정에 맞춘 연재입니다. 휴재권의 경우 계약서에 '합의 하에 정한다'라고 넣기는 하는데 작가들은 잘 안 하려고 하죠. 휴재를 하게 되면 수익이 줄어드니까요. 고용 안정의 경우, 완결까지 연재를 보장한다는 조항은 저는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고용 안정, 휴재권, 댓글 관리.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까 임신이나 출산, 육아 때문에 휴재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하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희가 말하는 휴식은 일단 분량부터 줄여야 한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5번 하던 거를 3번으로 줄여서 여유를 확보하는 개념입니다. 과노동과 낮은 단가가 큰 문제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고, 대안 중 하나가 휴재권이에요. 댓글 관리는 플랫폼에서 해야 해요. 이상한 댓글을 보면 플랫폼에서 일단 차단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플랫폼은 체계적 교육이나 관리에는 뒷짐지고 있고, 출판사 PD는 플랫폼의 눈치를 보며 작가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이수경 지회장은 플랫폼이 책임지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과 웹소설 노동자 참여를 강조하였다.
"PD도 인력이 부족해서 과노동에 시달려요. PD도 노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인력을 많이 늘리고, 체계적으로 작가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플랫폼에서 마련해야 해요. 지금은 너무 중구난방이거든요. PD들의 역량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죠. PD들도 자기 목줄을 쥐는 건 플랫폼이니, 작가 편이 되어서 플랫폼과 조율을 잘할 수 있는 PD가 얼마나 되겠나 싶어요.
교정 교열의 경우, 특히 모 플랫폼은 런칭되기 전에 원고를 미리 보내 수위를 조절하게 합니다. 제가 정말 어이가 없었던 건 '산부인과에 간다'라는 표현에 대해 어떤 교열자는 오케이 사인을 줬지만 같은 소설 내에서 다른 교열자는 안 된다고 한 거예요. 교열자들도 울퉁불퉁하게 하는 거죠. 네이버나 카카오는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인데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는 게 어이없어요. 그래서 플랫폼이, 이 사업에 대해서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갖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웹소설 연재 작가들이 목소리를 내서 반영하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창작자이자 노동자인 작가들이 만드는 작품의 가치는 두 인터뷰 내내 강조되었다. "박봉과 극강의 노동에 시달리며 연재를 한 경력을 지니고"(하신아) "유일무이한 작품을"(이수경) 만들어내고 있는 웹툰/웹소설 노동자들은, "잠깐 쓰고 버릴 부품이 아니며"(이수경) "힘없는 을도 아니"(하신아)다. 이들이 놓인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구조를 더 이상 고착화하지 않기 위해, 현장 노 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안전망의 구축과 노동자성의 인정, 사용자로서의 플랫폼 책임 이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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