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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일, 하루 12시간 작업"... 웹툰 작가들의 바람

[웹툰/웹소설 플랫폼, 이윤은 챙기고 건강은 빼고 ③] 웹툰작가노동조합 하신아 위원장,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이수경 지회장 인터뷰

등록 2023.05.09 09:51수정 2023.05.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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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웹툰과 웹소설을 운영하며 엄청난 수입을 가져가면서도, 사용자의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노동자를 불안정한 위치로 내몰고 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웹툰노조)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는 작가들의 권익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최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다. 웹툰노조 하신아 위원장을 4월 15일, 디콘지회 이수경 지회장을 4월 12일에 만나 플랫폼의 책임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웹툰작가노동조합에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웹툰업계 상생협의 졸속운영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에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웹툰업계 상생협의 졸속운영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웹툰작가노동조합
 
웹툰노조는 예술인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부당계약해지 및 해고 금지 등 사회적 안전망의 보장, 후차감 누적 MG 타파·적정 MG 가이드라인 개정 및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을 통한 창작의 정당한 대가 보장, 예술인복지재단이 관리하는 공제회 설립을 통한 불법 웹툰 피해 구제를 요구하며 활동하고 있다. 하신아 위원장은 일과 노조 활동 이외의 생활이 없는 자신의 일과를 캘린더를 보며 소개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쓰기 시작해요. 밥은 거의 들고 먹어요. 원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신(장면) 구성, 글과 그림 콘티를 각각 진행합니다. 구성 시간 포함해서 주 6일, 하루 평균 8시간 정도를 투여합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구글 플래너 통계를 했을 때 결과예요. 잠은 중간 중간에 잡니다. 한 작품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작품을 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하루 평균 12시간 일합니다. 그림 작가도 비슷합니다. 주 6일, 하루 11시간에서 12시간 일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하니까 외출할 일이 생기는데, 자는 시간을 줄여서 나갑니다. 운동은 안 하면 살 수 없으니 하고, 그런 시간 빼고 어떤 휴식도 없다고 봐야죠."

웹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컷 수와 직결된다. 매번 일정 컷 이상을 요구받지만, 마감 기한이나 단가는 맞춰 늘지 않는다. 또한 '개인 사업자'로 간주되는 웹툰 작가의 위치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저임금 구조를 공고히 하기도 한다.

"현재 65컷 정도의 분량으로 결정이 돼 있고 그 이하는 플랫폼에서 아예 받지 않습니다. 40컷이었던 시절이나 65컷 이상이 된 지금이나 똑같이 회차 당 도급제로 보수를 받고 있기에 노동량이나 노동 시간의 상한은 없어요. 작가보고 알아서 하라는 거죠. 자신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나가야 하고, 세이브 원고도 만들어야 해요. 보수는 하한이 없어요. 저는 2013년에 회당 20만 원을 받고 일했습니다. 저는 글 작가였기 때문에 그림 작가랑 5대 5로 나눴어요. 도저히 이 분량을 소화할 수 없기에 채색 어시스턴트를 썼고, 저와 그림 작가가 분담해서 지급했어요. 또 여기서 3.3%를 제외하더라고요. 우리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이고 업체와 대등한 관계로 계약을 맺는다고 여겨지니까요.

웹툰노조는 컷 수 상한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이를 고시하며, 계약 외 분량을 내용상 더 하게 된다면 30%를 가중해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시간당 평균 20kg 정도 수확한다고 가정합시다. 영국의 생활임금 제도는 시간당 95파운드 이상의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95 파운드를 20kg으로 나누면 kg당 48펜스 정도가 됩니다. 이것이 단위 보수가 되고, 수확한 kg당 48펜스 이상을 받는 거죠. 우리가 말하는 컷당 단가랑 같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거예요."


원하청처럼, 많은 웹툰 노동자들은 중간에 제작사를 끼워 플랫폼과 계약한다. 하신아 위원장은 노동 통제는 시행하면서 분쟁 발생 시 책임을 작가에게 묻는 현 상황을 짚으며 공유받은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플랫폼과 직계약한 작가라고 무조건 잘 나가는 게 아니에요. 다음 웹툰이 있었던 시절에, 제가 직접 면접 가서 들었어요, 월 240만 원 이상 줄 수 없다고요. 제작사를 통한 계약은 더 힘듭니다. 제작사도 떼어가고, KT 등 망 사용자에게도 굉장히 높은 비율의 망 사용료를 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50%까지 떼어가죠. 하지만 플랫폼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배너조차도 제작사나 작가가 만들어요. 그러면서 작가들에게 노동 통제는 해요. 빨간펜 수준으로 하거나 모멸적인 말이 적혀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공유 받은 "웹툰 제작 및 권리 운영에 관 한 계약서"인데요, "B(웹툰작가)는 A(제작사)에게 위 저작물의 저작권을 양도한다"라고 적혀있어요. 권리 종속 기간은 영구적이고 제작사는 완전성 여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작가는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분쟁 및 손해가 발생하면 작가가 민형사상 책임 및 손해를 다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상담이 일주일에 두세 건씩 들어오는 현실입니다."


그는 또한 산재보험에 가입한 웹툰 노동자가 매우 적은 현실을 얘기하며, 기저에 놓인 창작노동자의 신화화와 실질적 사용자로서 책임지지 않는 플랫폼의 문제를 강조했다.

"저도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요. 웹툰계는 가입률이 1~2%도 안 될 겁니다. 예술인 산재보험료를 저희가 다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웹툰 노동자도 산재보험 당연 가입과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문화예술노동연대와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률도 떨어집니다. 어시스트를 둔 사람은 고용주가 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웹툰 작가의 노동 강도가 너무 높아서 어시스트를 쓰는 건데, 그러면 고용주라는 겁니다. 어시스트의 사용자는 제작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미 우리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어요. 노동조합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노동조합 만들 때 입증할 자료를 줬더니 허가가 나오더라고요. 문제는 사용자성입니다. 플랫폼은 작가는 에이전시와 계약했으니 플랫폼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수익을 많이 올리는 작가한테는 "우리 플랫폼 덕분에 많이 팔았으니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때는 "우리는 그냥 단순 중개했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문제를 어서 바꿔야 해요."

 
 배달기사, 웹툰 및 웹소설, 대리운전기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플랫폼 기업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여할 것, 노동자성 인정과 쉴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배달기사, 웹툰 및 웹소설, 대리운전기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플랫폼 기업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여할 것, 노동자성 인정과 쉴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플랫폼이 책임지는 고용과 가이드라인을, 웹소설 여성노동자 권리 찾기

디콘지회는 업계에 만연한 부당 관행 타파 및 노동환경 개선, 웹툰/웹소설/일러스트 작가 피해사례 수집 및 대응,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성차별 해소를 목표로 여성 프리랜서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수경 지회장은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은 웹소설 노동자들의 특징을 비롯한 일과와 연재 주기 등을 설명하였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웹소설 노동자들이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출근해서 오전에 회사 업무를 바짝 보고, 오후에 웹소설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연재는 하지 않고 단행본을 위주로 해서 마감 기한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웹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경우 하루에 최소한 5000자 정도 써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웹소설은 연재작가라 하더라도 거의 완결까지 미리 써놓은 후 나눠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기본 분량이 50화 정도 되어요. 이들이 나뉘어 일주일에 4~5번씩 연재되는 동안 나머지 분량을 작가가 써서 완결을 냅니다. 저도 연재하고 싶다고 출판사에 문의했더니 50화 이상은 써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비축분을 쌓는 중입니다. 카카오나 리디 등은 분량 확보가 미리 안 되어 있으면 받아주지 않아요."

웹소설 작가 중 다수가 여성 노동자다. 그러나 여성 창작자 대상 실태조사도 없고 육아휴직도 보장되고 있지 않다. 상생협의체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황 속 이수경 지회장은 웹소설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과 사상 검증에 대한 대응, 차별금지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건 일단 고용보험 가입을 보장하라는 거예요. 작품을 끝내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작가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여성 창작자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웹소설을 연재해서 받는 수익을 저작권 수입으로 보고 있어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하는 상황입니다. 여성 창작자들에게 집중되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에이 전시에서 작가 SNS를 사찰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일러스트나 웹소설, 웹툰 작가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이 현재 거의 없기에 보편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많은 웹소설 노동자도 출판사를 껴서 플랫폼과 계약한다. 이수경 지회장은 노동 강 도 완화 측면에서의 휴재권 및 고용 안정을 강조했다.

"대부분 출판사가 중간에 껴서 계약해요. 이들이 주로 요구하는 건 일정에 맞춘 연재입니다. 휴재권의 경우 계약서에 '합의 하에 정한다'라고 넣기는 하는데 작가들은 잘 안 하려고 하죠. 휴재를 하게 되면 수익이 줄어드니까요. 고용 안정의 경우, 완결까지 연재를 보장한다는 조항은 저는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고용 안정, 휴재권, 댓글 관리.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까 임신이나 출산, 육아 때문에 휴재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하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희가 말하는 휴식은 일단 분량부터 줄여야 한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5번 하던 거를 3번으로 줄여서 여유를 확보하는 개념입니다. 과노동과 낮은 단가가 큰 문제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고, 대안 중 하나가 휴재권이에요. 댓글 관리는 플랫폼에서 해야 해요. 이상한 댓글을 보면 플랫폼에서 일단 차단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플랫폼은 체계적 교육이나 관리에는 뒷짐지고 있고, 출판사 PD는 플랫폼의 눈치를 보며 작가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이수경 지회장은 플랫폼이 책임지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과 웹소설 노동자 참여를 강조하였다.

"PD도 인력이 부족해서 과노동에 시달려요. PD도 노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인력을 많이 늘리고, 체계적으로 작가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플랫폼에서 마련해야 해요. 지금은 너무 중구난방이거든요. PD들의 역량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죠. PD들도 자기 목줄을 쥐는 건 플랫폼이니, 작가 편이 되어서 플랫폼과 조율을 잘할 수 있는 PD가 얼마나 되겠나 싶어요.

교정 교열의 경우, 특히 모 플랫폼은 런칭되기 전에 원고를 미리 보내 수위를 조절하게 합니다. 제가 정말 어이가 없었던 건 '산부인과에 간다'라는 표현에 대해 어떤 교열자는 오케이 사인을 줬지만 같은 소설 내에서 다른 교열자는 안 된다고 한 거예요. 교열자들도 울퉁불퉁하게 하는 거죠. 네이버나 카카오는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인데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는 게 어이없어요. 그래서 플랫폼이, 이 사업에 대해서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갖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웹소설 연재 작가들이 목소리를 내서 반영하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창작자이자 노동자인 작가들이 만드는 작품의 가치는 두 인터뷰 내내 강조되었다. "박봉과 극강의 노동에 시달리며 연재를 한 경력을 지니고"(하신아) "유일무이한 작품을"(이수경) 만들어내고 있는 웹툰/웹소설 노동자들은, "잠깐 쓰고 버릴 부품이 아니며"(이수경) "힘없는 을도 아니"(하신아)다. 이들이 놓인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구조를 더 이상 고착화하지 않기 위해, 현장 노 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안전망의 구축과 노동자성의 인정, 사용자로서의 플랫폼 책임 이행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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