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기억하며 41.6km를 달리고 있는 김동수 씨와 '베스트 탑'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
박정이
그는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기억의 길'이라는 티셔츠를 제작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만약 내가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내가 누군지 주위 사람들이 모를 것 아닙니까. 그래도 내가 이렇게 티셔츠를 입고 뛰면, '아 저 사람, 세월호 김동수 아니냐'고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적어도 가족에게는 연락이 가겠죠."
그는 늘 기억을 잃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가 티셔츠에 새긴 '기억의 길'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더불어 김동수 개인의 기억이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의 마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잊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이 오롯이 김동수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티셔츠 하나를 제작하더라도 개인 사비를 들여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관련한 재단이나 단체,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일체의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가 하는 기억의 투쟁은 오롯이 개인의 몸부림으로 유지되는 듯 보였다. 김동수씨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자는 항상 죄인이다. 그래서 드러내는 존재이기 보다는 감춰지고 숨겨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유일하게 경험하고,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들이자 당사자들이 숨어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함께 나눠질 수 있다면
이틀 뒤, 김동수씨를 다시 만난 건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 앞이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는 김씨는 여전히 세월호 안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여전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잠들고, 함께 걷고, 함께 뛰고 있었다. 그는 9년 전 세월호에서 많은 사람들을 홀로 구했던 책임감을 여전히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외롭게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병원에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 그가 붙잡고 있는 진실이라는 '소방 호스'를 다른 시민들도 함께 나눠서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피해·생존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외상 후 트라우마 증상을 겪고 있는지, 그 후유장해를 위해 국가와 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피해자와 가족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더는 생존자와 희생자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기억의 길'을 달리는 김동수씨를 우리가 기억하고 함께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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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참혹한 광경..." 홀로 '기억의 길' 달리는 김동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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