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연습동기 형은 매일 족구 타격기로 꾸준히 연습을 한다.
평생족구
온라인 매일 글쓰기 카톡 단체방이 마련되고 하나둘 회원이 입장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중 형의 이름도 보였다. 사실이었구나. 반가우면서도 아는 글벗은 나밖에 없고, 주로 여성들이 대다수인 이 공간에서 잘 버틸 수 있을 까 걱정도 되었다.
더구나 매일 쓰는 이야기가 생소한 '족구'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감도 못 받고 소통도 없이 금세 열정이 식을까 걱정되었다. 내가 열심히 방문해서 댓글을 달아주고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글쓰기가 처음 시작되는 날, 아침 일찍 카카오톡 메시지가 울렸다. 어떤 글 벗의 글일지 궁금해서 열어보니 맙소사 형이었다. 그 안에는 늘 상 있는 족구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매일 글쓰기에 대한 단단한 각오가 적혀있었다.
그 뒤로 형의 글은 늘 1등이었다. 매일 새벽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족구에 관한 글을 써서 공유했다.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쓸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새로웠다. 무엇보다도 즐기는 마음이 글에 오롯이 나타났다. 단순히 족구란 스포츠에 관한 소개가 아니라 족구와 본인 삶을 절묘하게 연결 지었고, 큰따옴표 안에 각오를 다지는 짤막한 문장으로 멋스럽게 마무리를 지었다.
특히 디딤 발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에 오징어 그림 안에서 왼발로 버티는 장면으로 이야기에 슬슬 시동을 걸더니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점을 밝혔다. 그것은 바로 버티는 디딤 발이었다.
족구에서도 힘 있는 공격을 위해서는 디딤 발이 안정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나의 디딤 발은 무언지 자기성찰로 넘어가더니 성실함이란 결론을 내렸다.
욕심 없이 그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과 더불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운동에 매진하지만,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했다. 역시 마지막에는 "140도, 다음 목표다. 날마다 찢는다"라며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 글에 내 마음도 파도쳤다. 나 역시도 떠올려 보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디딤 발은 무얼까. 출근길,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깊은 사색에 빠졌다.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형의 글에 댓글로 응원과 감사함을 전했다.
누구나 자기 안에 글항아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