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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member yuji' 논문 논란의 진정한 교훈

[주장] 20년간 국공립대 석·박사학위 논문표절 학위취소는 단 16건... 대학원의 위기 직시해야

등록 2023.05.15 09:41수정 2023.05.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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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22년 8월 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총장실 건물 앞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조사 결과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9개 국공립대로부터 자료를 받아 취합해 지난 11일 발표한 결과, 지난 20년간 국공립대가 수여한 석·박사 학위 48만 개 중 논문표절 학위취소는 16건이다. 이는 전체 학위의 0.003%에 불과하다. 석·박사 학위 17만개를 내 준 26개 대학은 논문 표절로 징계위가 열린 일조차 없었다. 국공립대 전체 학위수의 16%에 달하는 7만 7천개의 학위를 수여한 서울대학교 역시 논문표절 학위취소는 20년간 단 한 건이었다. 

과연 저 16건을 제외한 학위논문은 표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되었던 것일까? 정치인의 청문회나 유명 인사의 검증 과정에서 수시로 불거지는 논문 표절 시비를 떠올려본다면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실제로 장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경북대학교 석박사 학위 8만 건 중 논문 표절에 따른 학위 취소는 2018년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의 석사 학위 취소건이 유일한데, 이는 선거 과정에서 밝혀진 것으로 학위논문 심사 당시였던 2010년에는 걸러지지 못했다. 

턴잇인이나 카피킬러와 같은 전자적 방식의 논문표절검사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 2010년대 중반 이전의 대한민국 대학원은 학위논문 표절에 무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혜영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으로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대학도 4개나 존재한다. 학위논문 부정행위에 따른 학위취소 규정이 없는 대학도 여섯 군데에 달했고, 학위논문 표절시 논문지도교수에 대한 징계규정은 대부분 수립하지 않고 있었다.

최소한의 연구진실성 검증도 도외시한 채 학위를 남발한 대학들에게 경력을 위해 학위가 필요한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해 왔다. 20년간 전체 기간의 자료가 존재하는 22개 국공립대의 20년간 석·박사 과정 등록금수입은 2조 5천억 원에 달했고, 논문심사 명목으로 167억 원을 수취했다. 

도덕성 논란 넘어 '간판 제조 학위공장 시스템' 직시해야

연구자나 전문가 육성으로서의 대학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사람들에게 내세울 '간판'을 공급하는 역할이 사회적으로 더 요구되는 현실에서 연구진실성은 도무지 강조될 수 없다. 만약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석·박사 학위논문을 디지털화해 논문표절검사 프로그램에 돌려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어떤 수치가 나올지 두렵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추문으로 부동산에 이어 가상자산 전수조사까지 벌일 기세인데, 이전에 수차례 문제가 불거졌던 학위논문 관련해서는 세게 말하는 이들이 없었다. 논문표절 논란은 상대 당파 유력정치인의 도덕성을 그때그때 힐난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쓴 'member yuji' 같은 논문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 논문이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라는 판정, 그리고 거기에 고등교육 전반이 잠잠한 현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학원의 학위논문 상당수가 이런 상태일 것이라는 추정에 응답하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김건희 박사'에게는 아무 일이 없고, 그에게 박사를 수여한 대학에게도 아무 일이 없으며, 저 거대한 '간판 제조 학위공장 시스템'도 역시 아무 일이 없다. 민주당에서도, 국힘당에서도, 연예인 누군가나 유명한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Y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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