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7 04:48최종 업데이트 23.05.1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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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열한 번째로 사회적경제입니다. [편집자말]
윤석열 정부에는 사회적경제가 없다
 

2020 서울시 사회적경제 공공구매상담회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는 대선 시기 윤석열 캠프의 공약이나 후보 연설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7월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에서도 오직 한 구절에서만 이름을 걸쳤다. 44번째 과제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의 세부 설명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등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다변화・규모화를 통한 품질 향상으로 이용자 신뢰 향상 도모"라는 언급만 있을 뿐이다.

이 과제에서도 강조점은 '다변화, 규모화를 통한 품질 향상'에 찍혀 있다. 시민이 스스로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민간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경제 관련 동향은 사회적경제 정책과 제도의 뒷걸음질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경제는 혁신적 포용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축이었다. 또한 민간과 행정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정책개발의 키워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 지우기'에 급급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회적경제가 무시되는 현 상황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 씁쓸하다.

정책 콘트롤타워 폐지와 사업·예산 축소

대통령실의 사회적경제 홀대는 중앙정부의 사회적경제 관련 업무의 축소를 가져왔다. 기획재정부는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합하여 지속가능경제과로 축소하고, 사무관 1명씩만 배정하는 급격한 조직축소를 단행했다. 과의 명칭 또한 포괄적이고 모호한 '지속가능경제'로 바꿨으며, 담당업무를 자세히 보면 사실상 ESG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가 중앙부처 전체를 총괄하여 국장이 주재하며 사회적경제 정책협의회를 운영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홀대는 중앙부처의 예산과 사업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사회적경제 주요 사업을 분석한 결과, 정부 예산은 2022년 1조 5천억 원에서 2023년 1조 2천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사회적경제 조직에게만 지원되는 전용사업 예산은 3080억 원에서 2296억 원으로 34%나 축소됐고, 전용사업 개수도 46개에서 35개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44번째 국정과제에서 약속했던 사회서비스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 예산조차 줄어들었다.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전용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 ⓒ 포럼 사의재


지방정부에 대한 나쁜 신호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는 지방정부에도 나쁜 신호를 주고 있다. 민간 사회적경제 조직의 전국적 연대체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와 예산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여당 출신 지자체장이 있는 지방정부에서 축소가 두드러졌다.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실 예산은 2020년 433억 원에서 2022년 251억 원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서울혁신파크를 폐지하고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도 통폐합하는 등 제도적인 기반도 크게 약해졌다.

부산시도 사회적경제 정책을 총괄하던 사회적경제과를 축소하여 경제정책과 산하의 사회적경제팀으로 만들었다. 이런 축소지향적 조직개편에 대해 사회적경제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작년 7월 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가 민생노동정책국을 폐지하고 사회적경제 부서를 디지털경제혁신실 산하로 배치한 것은 사회적경제 분야를 경시하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지원을 확대해도 부족한데 이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의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의 방침대로 조직개편은 이뤄졌다.

서울시와 부산시만이 아니라 이런 움직임은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어렵게 사회적경제를 이끌고 온 민간의 사회적경제 기업가에게는 힘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경제의 활력 저하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자리한 서울혁신파크 ⓒ 차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의지 및 제도 악화는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을 위축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2022년 사회적경제 기업의 사업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장의 목소리 대부분은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통계만 보면, 문재인 정부 때 급증하던 협동조합 설립 건수가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21년에 일반협동조합 설립은 1009건에서 1891건으로 증가하였고, 특히 사회적협동조합은 175건에서 959건으로 5.5배나 급증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로 바뀐 2022년에는 일반협동조합 1342건, 사회적협동조합 656건 설립에 그쳤고, 올해는 5월 초까지 각각 440건, 249건에 불과하다. 취약계층이나 시민사회가 사회적경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크게 꺾였음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 ⓒ 포럼 사의재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경제 홀대는 단기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의 설립을 약화시킨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민들의 의욕을 꺾어서 국가공동체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사회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수백 번 '자유'를 강조했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자유'보다는 사회적경제를 포함하는 '포용적 혁신'이다.

국제연합(UN)은 2023년 4월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2022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결의안'과 연결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3대 국제기구가 모두 사회적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각국이 최선을 다해 제도화하고 정책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전 세계 사회적경제 민관 관련자에게 부러움을 샀던 한국의 각종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와 정책을 축소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정부·여당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늦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놔야

원래 사회적경제는 자립과 자조를 운영원리로 한다. 다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민간의 힘으로 해결한다면 그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영리기업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소박한 요구를 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도 도외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만큼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지난 정부에서 닦아 둔 정부의 정책과 역할만큼은 그대로 유지해 나가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

국회와 민간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5년 내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최소한의 제도적 정비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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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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