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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선 어떤 마약이 제일 잘 나가요?" 채팅창에 물었더니

코로나 완화 후 액상 대마 유행... 일산의 경우 서울권 마약 거래 의존, 안심 단계 아냐

등록 2023.05.18 13:40수정 2023.05.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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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마약편의점'. 2023년 기준 고양시는 마약편의점일까? ⓒ 픽사베이

 
"일산에서는 어떤 마약이 제일 잘 나가요?"
"브액(합성액상대마), 떨액(일반액상대마), 케이(케타민) 등이요. 코로나 끝나고 떨액이 반짝 뜨더니, 요즘엔 브액이 대세예요."
"다른 물건도 있나요?"
"가격판 보내줄 테니까 확인해 봐요. 떨액은 1.4ml에 35만 원 정도? 일산 쪽은 어디 보자. 쇼핑센터 쪽에 물건 하나 있네요. 바로 결제하실 거죠?"


지난 9일 새벽 2시 30분. 다소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상담 채팅이 연결됐다. 기자는 '양질의 마약'을 구하는 척하며, 총 6곳의 유통업체에 연락을 취했고, 무응답 1곳을 제외하곤 가상화폐 입금계좌를 전달받기까지 평균 약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누구든지 메신저만 있으면 클럽까지 갈 필요 없이 집에서 마약을 '취향껏' 고를 수 있었다. 섬세한 딜러의 상담은 덤이다. 동시간대 음식 배달시간이 32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음식보다 마약 구하기가 더 빠른 '마약편의점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작년 고양경찰서 마약팀이 검거한 마약범죄 건수는 89건으로 5년 전과 비교해 약 43% 증가했다. 심지어 별도의 마약팀이 없는 일산서부경찰서가 지난 5년간 검거한 마약사범 수도 1.6배 정도 늘었다. 간편히 흡입할 수 있는 데다 겉으로 티가 안 나 최근 유행하는 액상대마를 비롯한 마약·대마·향정은 고양시민들의 삶 가까이 다가온 상태다. 과연 오늘날 고양시를 '마약청정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담배 피우듯 대마 흡입 가능

떨액과 브액으로 나뉘는 액상대마는 흔히 전자담배 '팟 카트리지' 형태로 판매된다. 유명 전자담배 브랜드 기기와 호환돼 구매자들은 수고로움 없이 카트리지의 뚜껑을 빼고 기기에 끼우기만 하면 담배 피우듯 대마를 흡입가능하다. 즉, 카트리지 안에 니코틴액 대신 액상대마가 들어있다는 것. 

자신을 '대마 애연가'라고 소개한 고양시 거주 한국계 미국인 A씨는 "기존에는 대마를 피우려면 롤링 페이퍼에 말거나 별도의 파이프를 사용하는 등 번거로운 준비가 필요했는데 액상대마는 그런 과정이 없다"며 "편리한 데다가 냄새가 덜 나고 건조대마보다 마약 효과가 세 '일산 약쟁이'들의 필수품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액상대마가 고양시로 유입되는 경로는 제각각이다. 업체와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기자가 제보를 통해 확인한 유통 경로는 크게 2가지다. 액상대마의 원재료인 대마초(허브)는 멕시코 등 남미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후 들여온 대마초는 유럽에서 떨액으로, 동남아 특히 태국에서는 브액으로 가공된다.

이렇게 생산된 완제품들은 국제우편, 밀항 등으로 한국에 유입된다. 이후 국내유통업체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공급되고, 이때 고양시에도 일정 물량이 배정된다. 임의 배정된 물량을 바탕으로 한국인 유통업체는 '텔레그램', 중국인 유통업체는 '위챗' 등 온라인 공간에서 구매자를 모집한다.

마약에서도 '베드타운'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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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및 오프라인 딜러들을 통해 확인한 고양시 액상대마 유통경로. 고양시는 마약유통 및 거래에서도 '베드타운'의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 고양신문

 

지난 9일 새벽, 5개 업체로부터 확인한 고양시 내 액상대마 좌표는 총 두 곳이었다. A업체로부터 쇼핑센터 인근 한 곳, B업체로부터 백석역 쪽 한 곳에 '좌표'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정확한 수량 없이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랜덤좌표'의 존재 또한 드러났다. 반면 나머지 3개 업체는 일산 내 액상대마 물량이 전부 매진되었다고 답했다. 

연락이 닿은 한 딜러는 "고양시에선 지금 당장 대마를 못 구하고, 가능한 곳이 강서구와 인천인데 이쪽에서 거래 진행하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는 "수요가 많은 서울에만 물량이 남아있다. 그나마 일산과 가까운 곳이 강북인데, 거래를 위해 직접 오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좌표가 있다고 밝힌 딜러 B씨도 새벽 시간대의 고양시, 특히 일산에서는 액상대마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산이 서울에 비해 빨리 매진되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서울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구를 옮겨 다니며 마약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일산은 서울에 대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일산 내에서만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따라서 일산 쪽 수요가 급증해 물량이 금방 바닥나고, 구매자들은 서울권 마약거래에 의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시에도 쇼핑센터, 할인매장 등이 있지만 서울처럼 대량유통이 가능한 유흥단지는 조성되어 있지 않다. 자체적인 마약 생산까지도 가능한 '자족도시' 서울과 달리 고양시는 '위성도시'로서 미리 확보된 마약이 유통되는 선에서 그치는 상황이다. 마약을 대량보관하는 큰 규모의 보관책도 구로 쪽에나 존재하고, 고양시 내에서는 그 정도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보관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배달원, 월 2000만 원 챙겨

실제 '던지기식' 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드로퍼(dropper)'다. 드로퍼는 보통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관리자급 딜러에 의해 모집되는 경우가 많다. 수시로 경찰 단속이 붙는 마약배달업 특성상 상시 모집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자급은 바뀌지 않지만 배달원은 자주 바뀐다. 

드로퍼 공고를 낸 딜러 C씨는 "드로퍼들은 건당 3만 원 정도를 받으며, 일반적으로 하루 4시간 동안 약 30건 정도의 배달건을 수행한다. 한달로 치면 900건 정도다"라며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달마다 약 27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고, 개인 편차가 크긴 하지만 최소 1500만 원 정도는 챙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타 텔레그램 방에서 만난 딜러 8명 또한 건당 평균 2만 7000원의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고양경찰서 마약팀 관계자는 "사실상 거래 실무자에 해당하는 드로퍼들이 수시로 교체되어 현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통 프로세스 전반을 책임지는 관리자급의 경우에는 자주 바뀌지는 않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등 우회적으로 거래에 관여해 추적이 어렵다"라며 "드로퍼 구인이 대화 기록과 사용자 정보가 남지 않는 텔레그램에서 진행되기에 증거도 부족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필로폰, 대마 범죄도 꾸준히 증가

요즘 들어 액상대마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기존 유통되어 온 마약들에 대한 검거도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고양경찰서는 집 앞 화단에 마약원료가 되는 양귀비 1000주를 불법으로 경작한 피의자를 체포했다. 

고양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는 검거 당시 관상용 양귀비로 알고 키웠다고 진술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마약원료로 재배했음이 입증되었다"라며 "양귀비는 통산 5~6월까지 개화하며 고양시 노상, 밭, 도심과 주택, 화단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검거된 피의자들은 대다수가 쌈 용도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양귀비를 재배했다"라고 덧붙였다. 조직 규모의 마약생산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가내수공업 형태'의 마약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 또한 여러 번 포착됐다.

지난 2월 대검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대마·향정을 제외하고 작년 2월 대비 가장 많이 유통된 마약류는 단연 필로폰이다. 필로폰은 약 2만 7221g에서 10만 4686g으로 284.6% 증가했다. 시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양귀비 또한 5.6%의 증감률을 보여 꾸준히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고양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고양시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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