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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적자 해결책, '난방비 폭탄' 말고 없나?

요금인상분도 부채 1/10 수준..."에너지복지로 서민 부담 줄여야"

등록 2023.05.24 18:05수정 2023.05.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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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당장 국민에게 도움 될지 몰라도 그것은 반드시, 반드시 폭탄으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21~2022년 문재인 정부에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도 도시가스요금을 동결한 정책을 비판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그는 "시장에 반항하면서 올려야 할 에너지값을 올리지 않는 정부는 그 어떤 정부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에 반항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능력도 없으면서 빚을 얻어서 국민들에게 인기만을 얻기 위해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개월 뒤, 한덕수 총리는 무안한 상황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급등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도 가스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개월 전 한덕수 총리 "시장 반항비합리적"이라고 했지만... 

구입하는 가스의 가격이 올라도 공급하는 가스의 가격을 그만큼 올릴 수 없다는 게 막대한 가스공사 부채의 근본 원인이다. 하지만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만큼 도시가스요금에 반영하는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는 25년 전부터 이미 시행됐다.

1998년 시행 당시 산업자원부는 원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지금까지의 도시가스요금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제때 조정하지 않고, 누적된 조정 요인을 일시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때 요금을 조정하지 않아) 석유 제품 등 상대 연료와의 가격 왜곡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어렵게 하여 가격기능에 의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했다"면서 "공급자 입장에서도 도입원료비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여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어렵게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때가 많았다. 역대 정권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정치 논리에 따라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한 탓이다.

한덕수 총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역시 원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다.

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에 따른 부채를 미수금으로 분류한다. 이명박 정부 때 공공요금 동결 기조로 인해 2012년 말 민수용 미수금은 5조5000억 원에 달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1조8000억 원이었던 미수금은 2022년 역대 최대인 8조6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2023년 1분기에만 3조 원 더 늘었다. 천연가스 도입에 지장을 초래할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장은 "미수금 문제가 너무나 커지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정부는 가스요금을 갑작스럽게 인상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인 것 같다. 이번에 최소 수준에서 올렸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판단으로 가스공사의 부채를 폭증시켜 "폭탄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전 정부를 비판한 윤석열 정부도 '폭탄'을 해소할 정도로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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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ㆍ전기 요금 인상 15일 결정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를 앞둔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의 가스 계량기. 정부·여당은 오는 15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2분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원료비 연동제 정상화해야"
 

그렇다면 원료비에 따라 가스요금을 확 올렸다 확 내렸다 하는 게 최선일까? 전문가들은 예고된 난방비 폭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 정상화와 재정 지원을 통한 국민 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에너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소득을 양극화시키고 복지의 관점에서 해로운 정책"이라면서 원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전제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에 시장 가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폭등을 막기 위해서 에너지 규제 기관에서 요금 상한선을 결정한다. 또한 정부는 요금 결정에 개입하기보다 에너지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 영국에서는 2년에 걸쳐 각각 120조 원의 재정을 지원했다.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구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욱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때 제도적으로 덜 올리는 제도로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정치 논리에 의해 요금이 좌우되는 양상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도시가스요금이 크게 인상되면 서민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지금 에너지 바우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에너지 복지제도로서 서민 부담을 해소하는 데 충분히 지원되고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가스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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