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석하는 자연인으로 살아가기

등록 2023.05.19 08:27수정 2023.05.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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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 지연스럽게 강과 바다가 만나고 헤어지면서 조화로운 풍경을 이룬다. ⓒ 이대옥

 
텅 빈 아침을 누런 종이 냄새와 얽힌 초록 식물이 뿜어내는 경이로움으로 맞는다. 공간이 주는 평안과 넉넉함으로 오늘이 열린다. 흐린 하늘 아랑곳없이 5월의 비가 더욱 빛나는 것은 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거리의 초록 나무에 걸린 물방울, 자연스럽다.


한국 사회는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는 많은 몽상가를 만들어 낸다. 행복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내 목소리로 들릴 때 만나는 그 허망함은 자주 경험하는 순간이다. 타인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내가 꾸는 꿈이 몽상일 수는 없다.

행복한 내일을 위해 현재를 돌보지 않을 때 그것은 오히려 몽상일 가능성이 커진다. 마음속에 담아둔 숨어있는 꿈일지라도 바짝 마르지 않도록 물 주기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열망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이 땅에 많은 사람이 그저 몽상가로 남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용기 없음도 한몫한다. 쉽게 현실과 타협해야 하고, 대상을 탓하는 지독한 자기 합리화에 빠져드는 연약함도 있다. 실용과 현실 상황에 익숙한 자신을 돌아볼 순간을 외면하기도 한다.

조금은 의식하며 스스로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랑의 힘은 내 안의 연약함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무모하더라도 내 삶이 생기로 자라나는데 필요하기에 그렇다.

내가 원하는 만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인생의 법칙 가운데 하나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와의 마주함은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에서 온전하게 '자기'가 된다는 것은 진정성을 향한 끊임없는 대상과의 소통을 통한 담금질이다.


사전적 의미로 접근하면 자연인은 법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을 가리킨다. 자연인은 살아있는 동안 법 앞에서 평등한 권리 능력을 가진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 가능성은 늘 위협받는다.

자연스러운 생활이 다소 모호하게 들린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타인에게는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차고 넘친다. 내가 해석하는 자연인은 현존재로서 가능하다. 대체로 들숨과 날숨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인간은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먼저 실존한 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보았던 사르트르의 영향이 지나온 이십 대를 형성했다. 신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남겨진 상태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려는 실존적 휴머니즘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힘은 책을 통해 변화되어 '현존재(Dasein)'라는 살아 있는 실존적 인간을 뜻하는 하이데거의 용어로 정착한다. 인간은 늘 변화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있기에 현재가 강조되는 현존재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창조해 가는 능동적 존재자가 되어 현존재로서 살아가는 것, 현재가 강조되는 자연인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가진 사전적 의미의 보편성보다 사람마다 다른 개별성, 곧 실존이 중요하다.

어떤 목적이나 용도 등이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존재, 내가 가진 지금 이 모습, 나의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기에 우적우적 한 걸음 내딛으며 자연인으로 살아간다.

잿빛 하늘 너머 숨어있는 빛의 존재가 내일을 열어줄 것을 믿고 있기에 오늘은 또 오늘로 살아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공기의 떨림으로 전해지는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다른 빛으로 열릴 내일에 설렘을 품고 살아가는 나, 현존재이다.

광주민주화항쟁의 날을 별 일 없이 지나갈 수 없는 나는 아주 개인적인 오빠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 5월 광주 총성과 붉은 빛으로 물든 광장에서 들리는 신음으로 환상통을 앓던 스물 셋 오빠를 가슴에 안고 깊은 숨을 내쉰다.
덧붙이는 글 책방, 눈 맞추다 웹진 중복 게재
#자연인 #에세이 #광주민주화항쟁 #트라우마 #현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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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시, 소설 쓰는 작가 이창우로 동네 책방지기를 하면서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가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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