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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질문 "바이든? 날리면? 대통령 실제 발언 뭐였나"

외교부, 정정보도 청구 소장에 구체적 설명 안 해... 재판부, '음성 감정' 제안하기도

등록 2023.05.19 18:18수정 2023.05.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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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2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화면을 전광판에 띄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순방 '비속어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19일 진행됐다. 그런데 외교부는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정의내리지 않은 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판부는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음성 감정'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이 재판의 중요 쟁점으로 '당사자 적격성 여부'도 떠올랐다. 외교부가 이 소송을 거는 게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 배석판사 박준범·김병일) 심리로 진행된 첫 번째 변론기일에서 피고 측인 MBC는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소장에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원고(외교부)는 서면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라고 요구했다.

MBC 측 제안에 재판부는 외교부에 "원고(외교부) 측에서 답변할 수 있으면 하라"면서 사안의 신속한 해결 방법 중 하나로 발언의 진실성 확인을 위한 '음성 감정'을 언급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대한 외교부의 정확한 입장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음(기일)에 말씀하신 취지에 맞게 (답을) 하겠다"고만 답했다. 

당사자 적격성 따진 재판부... 진실 규명 없이 결론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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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이날 변론기일에서 떠오른 또 하나의 쟁점은 '외교부가 이 소송에 당사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원고(외교부)에게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면서 이 소송에 '당사자 적격성 여부'도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당사자 적격성'이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소송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19일 외교부는 소송 제기 이유를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소송에서 재판부가 당사자를 윤석열 대통령 개인으로 본다면 원고 외교부의 당사자 적격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라는 발언의 진실성을 규명하기 전에 소송 당사자의 부적격을 이유로 재판이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이 <중앙일보>의 2019년 보도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와 관련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벌였지만 당시 재판부는 소송을 낸 주체가 보도 대상인 대통령 부부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19일 변론기일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난 MBC 측 대리인은 "외교부가 직접 거론된 게 전혀 없는 보도인데 외교부가 원고로 나서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MBC의 반론보도 수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이날 외교부와 MBC를 향해 신속한 재판 종결을 위해 '적절한 형태의 반론보도'도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피고인 MBC 측은 "반론보도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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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1일(미국 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 환담한 뒤 퇴장하던 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이 모습이 방송 기자단의 풀(Pool) 화면에 찍혔다. 이후 MBC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담 직후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다"면서 'OOO'에 해당하는 대목을 '바이든'이라고 표기해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전문가 음성분석 결과 OOO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하며 MBC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석열 #바이든 #날리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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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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