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길 2코스 길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길
이기원
자산을 지나다 보면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해서 흘러가는 여강 물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위 절벽 타고 올라온 하얀 찔레꽃, 물속에 반쯤 잠겨 죽은 듯 엎드려 있지만 여기저기서 새잎 돋아나는 나무, 다닥다닥 오디 열매를 매단 오래된 뽕나무, 벼랑 따라 줄지어 선 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강물. 사람의 손길이 드문 여강길에는 자연이 빚어낸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람이 만든 가파른 계단조차도 그림 같은 풍경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야생이라고 한다. 야생에서 생명체들은 온갖 모습으로 살아간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야생의 모습을 잠시잠깐 지나치다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처럼 느껴지고, 신비로운 생명의 세상처럼 보이지만 그 모습이 야생의 전부가 아니다.
여강길 걷는 도중 수꿩의 사체가 눈에 들어왔다. 포식자에 의해 사냥당해 살점이 모두 뜯기고 앙상한 뼈만 남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상하지 않은 사체의 상태로 미루어 포식자가 꿩을 사냥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 추정된다.
꿩의 포식자로 어떤 동물이 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잠에 떨어진 꿩을 사냥하는 삵의 모습이 담긴 EBS 다큐 프라임 동영상이 있었다. 간밤 이곳에서도 다큐 프라임 영상처럼 삵이 꿩을 사냥했던 것일까? 생존을 위해 먹고 먹히는 야생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야생이다.
마을을 거쳐 해돋이 산길로

▲물에 잠긴 나무 물에 잠겨 죽은 듯 보이지만 새로 돋아나는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이기원
오디 다닥다닥 열린 뽕나무 줄지어 선 곳을 지나니 넓은 개활지에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은 밭이 있고, 밭이 끝나는 지점 군데군데 집이 보였다. 인적 드문 강변을 벗어나 인적 확연한 마을로 접어드니 야생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가셨다. 예초기로 정리한 밭둑이나 마을 길에서 뱀이나 사냥당한 수꿩의 사체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적 확연한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시 숲길이 나타난다. 해돋이 산길이다. 생생한 야생이 느껴졌던 자산 줄기와는 달리 오래된 숲과 잘 정비된 둘레길이 어우러져 정든 고향 산골길에 들어선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비 갠 오후에 출발해 해돋이의 장관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만 접는다면 '걷다가 쉬다가'를 되풀이하며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해돋이 산길 여주시 강천면 해돋이 산길, 잘 정비된 산길 따라 걷다 보면 고향처럼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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