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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물러나야 민주당이 산다? 여론은 다르게 움직였다

[김봉신의 여론감각] 갤럽 등 지지율 추이를 통해 본 '이재명 퇴진론'

등록 2023.05.30 18:26수정 2023.05.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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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필자에게 종종 내년 총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있다. 또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돼야 하는 건지, 이 대표가 퇴진해야 하는지 묻는 분들도 있다. 두 의문을 여론조사 결과로 풀어보고자 한다.

총선 10개월 앞... 대통령 긍·부정률과 정당 호감·비호감 비교 

지금 시점에서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는 5월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라고 본다. 지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조사해 발표한 정당 호감도를 보자. 아래의 그림은 한국갤럽이 주요 3개 정당 호감/비호감 결과에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긍/부정률을 함께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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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주 한국갤럽의 조사 자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긍/부정 평가와 정당별 호감도를 비교해봤다. ⓒ @한국갤럽


수치를 읽어 본다면 윤 대통령 긍정률 36%, 국민의힘 호감도 33%, 민주당 호감도 30%, 정의당 호감도 19%다. 민주당과 오차범위 이내 격차이지만, 윤 대통령 긍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대통령 긍정률은 민주당 호감도와는 오차범위 내에서 6%p 격차, 정의당 호감도와는 17%p 격차로 우세하다.

물론, 국정수행 긍정률과 정당 호감도는 질문하는 내용이 달라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긍정/부정 평가는 호감 여부보다 조금 적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즉 "긍정/부정 평가를 떠나 호감하느냐, 호감하지 않느냐"를 물어보면, 조금 더 높은 수치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호감도를 물었다면 긍정률인 36%보다 높을 가능성이 더 크다.

우세한 정부 견제론... 그보다 낮은 야당 지지도

그렇지만 일부 조사에선 정부견제론이 지원론 대비 강세를 보인다. 한국갤럽 5월 1주 조사에선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이 49%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 37% 대비 무려 12%p 격차로 우세하게 나왔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4%였다.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길 바란다는 응답이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의 합보다 많은 건 두 정당이 야당을 지지하는 민심을 모두 지지세로 끌어 오지 못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야당을 지지하고 싶지만, 지금의 야당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견제 민심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는 야당. 현 대통령과 여당 대비 호감도 역시 나을 게 없는 두 야당이 총선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엔 '내일 투표를 한다면' 지금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 대비 더 많은 의석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총선 직전까지 몇 번이고 정당 호감도와 지지도는 등락을 거듭할 것이기에 내년 총선 결과를 현재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 주장에 공감해도... 신뢰받지 못 하는 야당

물론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해 5월 윤 정부 출범 후 2개월 정도 지난 때부터 여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대등한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독특하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에 제1야당이 여당과 지지도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기 위해 소진한 세월은 '3년'이었다. 놀랍게도 민주당은 격차를 급속히 줄였다.

그렇지만,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주장하듯 이번 정부가 민주주의에선 '퇴행' '독재', 경제에선 '무능', 외교에선 '굴욕'을 보여주고 있고, 거기에 문제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지금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을 지지한다면 여당 대비 야당 전체의 지지율이 훨씬 더 높은 지지도/선호도를 얻어야 맞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중도 성향자 중 다수가 야당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야당에 호감·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메시지엔 공감해도 메신저를 신뢰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표 퇴진, 해법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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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수입 반대 서명운동 발대식’이 2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야당 중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지지도가 더 높아지지 못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이재명 대표에게 묻는 기류가 있다. 혹자는 내게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면 민주당 지지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지, 그래서 총선에서 더 많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지 묻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가설적 문제제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이재명 대표가 당내 다른 인사에 비해 당원·지지자의 기대를 받고 있어서 민주당 내 이 대표를 대체할 새로운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둘째, 아직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어서, 야당 지도자로서 윤 대통령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로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셋째,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 리스크보다는 다른 이슈에 의한 지지도 하방압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퇴진한다고 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위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 다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 이재명 대표 외에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언론보도량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 중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결과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조사한 바를 보면 '이재명 대안은 누구인가?'라는 문항에서 없다는 응답이 33.9%로 다수였다. 이낙연 전 대표 17.1%, 김동연 경기도지사 15.9%, 김부겸 전 총리 12.5%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44.9%가 "없다"고 답해 전체 평균 대비 대안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김동연 지사가 22.7%로 나타났고, 전체 중에서 제시된 인물 중 1위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7.9%로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가장 저조했다.

② 대통령에게 맞짱 뜰 인물은 더 안 보인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로 떠오른 시기는 2021년 정도다. 그 전엔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필자는 주변에 이낙연 전 대표가 1위일 때에 경쟁 정당인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1위가 누구인지를 가끔 묻는다.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당시 이낙연 대항마로 가장 강력하게 떠올랐던 후보는 황교안 전 총리였다. 민주 vs. 보수 양 진영에서 전 총리와 현 총리의 대결이 됐었다. 그후 윤석열 후보가 등장하면서, 윤석열 후보의 대항마로는 이재명 지사가 설정된 것 같다. 이재명 지사가 당시 두 자릿수로 올라서고 나서 이낙연 총리보다 우세하게 되던 시기를 보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급부상과 비슷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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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2020년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한국갤럽이 2020년에 조사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보면 여야 주요 인물의 부침을 볼 수 있다. ⓒ 한국갤럽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다. 긍정률이 전직 대통령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하더라도, 언론은 윤 대통령의 행보와 메시지에 집중한다. 야당은 얼마나 잘 비판하고 대응하느냐로 역량을 평가받을 텐데, 이재명 외에 사실 대항마로 인식되는 인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 내 인물들은 이재명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느라 윤석열 대항마로 지지자의 인식 속에 자리잡을 기회를 스스로 잡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가 원하는 리더는 대통령의 대항마인데, 최근까지도 민주당 인사들은 이재명의 대항마로 포지셔닝하려 했다는 이야기다.

③ 하방압력이 더 강한 악재는 따로 있다 

민주당 지지도에 하방압력으로 강한 영향을 미쳤던 이슈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였다는 지적이 자주 언급됐다. 2022년 10월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직전 10월 2주에 민주당 지지도는 40%를 향해 오르던 38%였으나,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바로 5%p 하락한 뒤 30%대 초중반 박스권에 갇혔다. 유무죄를 떠나 검찰 수사만으로도 지지자 일부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정당지지도 등락의 핵심 이슈는 '국정 부정평가자가 많은데 왜 민주당 지지도는 오르지 않느냐'였다. 민주당 지지도가 10월 2주 38%로 상승할 때 국정 부정평가자 중 오차범위를 벗어난 9%p 상승이 눈에 띄었다. 국정 부정평가자의 민주당 지지자 전환이 이뤄지는 게 아닌가 했으나, 검찰 압수수색으로 다시 10월 3주 국정 부정평가자 중 8%p가 하락하면서 전체 5%p 하락을 견인했다. 국정 부정평가자의 민주당 지지자로의 유입도 차단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최근 등장하고 있는 악재는 사실 더 악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돈봉투 의혹에 이은 김남국 의원 관련 의혹의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올해 4월 4주 민주당 지지도는 각종 민생 법안 처리에 힘입어 37%로 상승했으나, 한 달 후인 5월 4주에는 31%로 6%p 하락했다.

두 악재의 영향으로 고점 37%에서 현재 31%로 하락할 때에, 오차범위를 넘는 큰 폭의 하락을 보인 특정 집단이 있다. 호남에서 21%p, 40대에서 22%p, 사무/관리직에서 14%p, 중도 성향자 중에서 12%p가 하락했다. 모두 오차범위를 넘는 뚜렷한 변화인데, 텃밭으로 분류될 정도로 지지자가 높은 비율로 분포하던 집단도 포함돼 있다.

최근 이재명 리스크는 오히려 언급량이 대폭 줄어서 이슈 자체가 잠복기로 접어든 듯하다. 돈봉투와 김남국 의혹 등 새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수치상으로 보자면 파급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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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연설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최악의 오판을 피하기 위한 방법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상방압력이 더 강한지' 혹은 '하방압력이 더 강한지'로 생각해본다면, 지금 정세에선 다른 악재에 저항하는 상방압력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방압력이 더 강할 때엔 퇴진해야 한다는 판단이 옳겠지만, 상방압력으로 더 강하게 작용할 때 퇴진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매우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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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효과 vs. 행보 2×2 매트릭스 분석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지지도에 미치는 실제 효과와 유지와 퇴진의 행보 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참값과 오류를 정리해봤다. ⓒ 김봉신

 
이 대표가 민주당 지지도에 미치는 효과와 유지냐 퇴진이냐의 행보를 교차하면 위와 같은 표로 정리할 수 있다. 필자는 하방압력이 더 클 때에 지도부가 유지되는 '유지 오류'보다 상방압력이 더 큰 상황에서 퇴진하는 '퇴진 오류'가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 오류라고 본다.

왜냐면 지도부에 의한 하방압력이 더 크더라도 당장 유지하면 다른 이슈에 의한 상방압력으로 상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지도부에 의한 상방압력이 큰 상황에서 퇴진하면 다른 이슈에 의한 하방압력과 함께 지도부 부재로 발생하는 혼란마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진보다는 혁신을 논할 때

기사 서두에 민주당이 여당과 지지도 경쟁에서 오차범위 내로 좁혀 격돌하게 된 시기가 이번 정부 출범 후 2~3개월 후여서 매우 독특하다고 했다. 이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시기부터 점차 지지도가 회복돼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순회 유세 시기에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분석한다. 그 이후 꾸준히 30% 초반대를 기록했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 체제는 출범부터 민주당 지지도에 하방압력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상방압력으로도 작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에 오히려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재명 지도부가 민주당 지지도 유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결국 지도부 퇴진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지지세가 확장되지 못하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적극적인 혁신을 과감히 추진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기사 내 혁신 과제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혁신' 없이 '지도부 퇴진'으로 내년 총선을 돌파하자는 주장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꼼수가 아닌가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글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여론조사 관련 더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언론사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 자체조사
- 2023년 5월 4주: 5월 23~25일 조사
- 2023년 5월 1주: 5월 2~4일 조사
- 2023년 4월 4주: 4월 25~27일
- 2023년 3월 1주: 2월 28일~3월 1일
- 2022년 10월 3주: 10월 18~20일
- 2022년 10월 2주: 10월 11~13일
- 2020년 12월 1주: 12월 1~3일

○ 미디어토마토 - 뉴스토마토 의뢰
- 2023년 5월 3주: 5월 16~17일 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도부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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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보이스(주) 이사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정량조사뿐 아니라 정성조사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소셜빅데이터 분석과 서베이의 접목, 온라인 정성 분석의 고도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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