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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브랜드 '하트시그널4' 다시 인정받을 수 있을까

[TV 리뷰]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4>

23.05.21 13:07최종업데이트23.05.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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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하트시그널4>의 한 장면 ⓒ 채널A

 
"2023년 버전의 연애, 사랑이다. (...) 연애, 설렘 등 기본에 가까운 프로그램 아닐까 한다." (박철환 PD)

채널A <하트시그널4>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2023년 버전의 연애와 사랑을 담았다는 박철환 PD의 말에서 기대감이 엿보인다. <하트시그널>이 시청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영광의 시기를 재현해 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2017년 대망의 첫 스타트를 끊었던 <하트시그널>은 연애 리얼리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말이다.  

<하트시그널>은 한때 연애 리얼리티와 동의어로 여겨졌을 만큼 한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청춘 남녀의 동거를 통해 '썸'이라는 미묘한 관계를 잘 표현해 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설렘을 느꼈다. 연애 세포 무한 증식에 기여했다. 또, 지금은 익숙해진 형식이지만, 패널(연예인 예측단)이 출연자들의 심리를 추리하고 설명하는 장치도 안착시켰다. 

출연자들도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갔다. '하트시그널=데뷔시그널'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시즌1의 서지혜, 배윤경은 배우로서 입지를 굳혀나갔고, 시즌2의 오영주와 임현주도 배우, 모델 등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3의 박지현도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하트시그널>은 매 시즌마다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1은 0.67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해서 최고 시청률 1.961%를 기록했고, 시즌2은 0.6%로 출발해서 최고 시청률 2.73%까지 상승했다. 시즌3은 1.21%로 스타트를 끊어 최고 시청률 2.407%까지 찍었다. 이렇듯 <하트시그널>은 채널A의 대표 예능이자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이다. 출연자들의 방송 데뷔가 이어질수록 '데뷔시그널'이라는 별명은 조롱과 비아냥이 되어 돌아왔다. 프로그램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출연자들의 비주얼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갔다. 그러다보니 출연자들이 방송 데뷔 또는 홍보 목적으로 출연한다는 의심이 생겼다. '리얼리티' 측면에서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몰입도는 당연히 떨어졌다.

또, 반복되는 출연자 논란은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즌1의 강성욱은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받았고, 시즌2의 김현우는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시즌3의 천안나, 이가흔은 학교 폭력 의혹을 받았고, 김강열은 과거 여성을 폭행해 벌금형을 받은 전과가 밝혀졌다. 시즌3의 마지막 회의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회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져 1%대로 마무리됐다.
 

채널A <하트시그널4>의 한 장면 ⓒ 채널A

 
이런 상황 속에서 <하트시그널4>가 방영됐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진 탓일까. 포화 상태에 이른 '연애 리얼리티' 시장이 주는 피로감 탓일까. 시청자들의 기대감과 호응은 생각보다 적었다. 첫회 시청률은 0.518%로 집계됐다. 역대 시즌 중 가장 낮은 시청률로 출발하는 셈이다. 이 부진은 아마도 방송 전부터 불거진 몇 가지 논란이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연자 논란이 반복됐다. 여성 출연자 중 한 명이 남자친구와 교제 중에 방송에 출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제작진은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프로그램에 득이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촬영장 인근의 주민들이 드론 촬영으로 인한 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이슈는 아니었다. 

어찌보면 <하트시그널>은 실패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시절은 화려했으나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하트시그널>이라는 이름에서 '설렘'을 떠올리기보다 '구설수'를 연상한다. 첫회도 '이변 없는 비주얼 파티'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강동원 닮은 꼴' 신민규, '전지현 닮은 꼴' 김지민 등이 주목받았다. 과연 <하트시그널4>가 출연자들의 비주얼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하트시그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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