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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바람소리... 숲속에서 열린 미사, 아름다웠습니다

'부활 승천대축일' 의미 새기는 숲속 미사가 봉헌된 대구 달성습지 현장 이야기

등록 2023.05.22 10:39수정 2023.05.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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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작은 숲속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애은성당 신자들과 사제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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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숲속 미사 ⓒ 정수근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저 아침해와 저녁놀. 밤하늘 빛난 별. 망망한 바다와 늘푸른 봉우리. 다 주 하느님 영광을 잘 드러내도다."

지난 21일 시작 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미사가 시작됐다. 때마침 가사처럼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미사를 올리는 작은 숲속에 가득 울려 퍼졌다. 산새 소리가 가득한 숲에서 산새 소리를 찬양하는 숲속 미사가 열린 것이다.

이 숲은 서대구 달성습지 초입의 작은 느티나무 숲. 이 작고 아름다운 숲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소박한 숲속 미사를 봉헌했다.

이 미사는 대구 서구에 자리잡은 대한성공회 애은성당 신자들과 사제인 박용성 신부가 함께 준비한 미사로, 예수가 부활해 하늘로 올라가신 날이라는 부활 승천대축일을 즈음해 열린 숲속 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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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애은성당 신자들이 대구 달성습지에 숲속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이렇게 야외 현장 미사를 봉헌한다는 애은성당의 이 소박한 숲속 미사에 필자도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돼 함께 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미사는 개회예식을 시작으로 말씀의 전례 : 독서, 복음, 설교,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와 성찬의 전례 : 평화의 인사, 봉헌기도, 성찬기도, 주의 기도 그리고 파송예식 순으로 진행됐다.

"전능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승천하시어 영광을 받으셨나이다. 간절히 비오니, 그리스도의 승천을 믿는 우리가 비록 육신은 땅에 있으나 하늘나라의 기쁨과 소망을 누리게 하소서. 특별히 이곳 달성습지에 와서 주님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 고마운 햇빛과 물과 공기와 땅을 선물로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이와 같은 간절한 기도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필자는 설교 시간에 박용성 신부로부터 달성습지와 습지의 가치에 대해서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는 요청에 맞게 다음과 같은 달성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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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습지 달성습지의 전경. 오른쪽 두 물길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바로 달성습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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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미사가 봉헌된 대구 달성습지의 작은 느티나무 숲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창조질서 와  공존의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달성습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습지 중 하나입니다. 대구에는 유명한 습지가 달성습지와 안심습지, 팔현습지, 반야월습지가 있습니다. 모두 금호강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즉 강 자체가 거대한 습지인 것입니다.

이곳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입니다. 진천천도 만납니다. 즉 세 강이 만나는 세물머리입니다. 습지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정말 중요한 기능들을 합니다. 다양한 습지 식물들로 인해서 온도와 습도 조절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다양한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처로 기능을 합니다. 이곳에 특히 야생동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갑니다. 이곳에는 지금 삵, 너구리, 고라니, 수달과 같은 포유류와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원앙 등과 같은 조류와 능구렁이와 남생이, 맹꽁이 같은 파충류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12종의 법정보호종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이렇듯 습지는 금호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입니다. 원래는 산과 강이 연결돼 있었지요. 그런데 그런 산들이 지금은 다 단절돼 있습니다. 주로 도로들로 인해서 말입니다. 강 양안 쪽으로 다 길을 내버리니 이들 야생동물들이 산으로 이동하거나 피신을 하려 해도 갈 수가 없습니다. 딱 고립돼 있습니다.

무릅쓰고 갔다가는 로드킬을 당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가령 큰 비가 올 때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피신을 하는지 그것이 의문입니다. 강 전체에 강물이 들어차버리면 이들 야생동물들이 피신할 데가 없습니다. 그냥 빠져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산과 연결된 곳에 길을 내는 것은 정말 지양해야 하고 꼭 길을 내야 한다면 야생동물들 이동통로를 충분히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피신이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이곳 화원동산도 달성습지와 잇닿은 연결된 생태계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생태탐방로라는 산책길을 만들어놨습니다. 이것을 건설할 당시 엄청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착공되고 나서 이 공사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결국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이 산책길은 완공돼 가동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밤새 개방을 했습니다. 스피커에 음악도 틀었습니다. 화려한 조명까지 밝혔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인간들에게는 필요할지 몰라도 이곳 야생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이거든요. 교란 요소이거든요. 그래서 싸웠지요. 적어도 가동을 하려면 야간 시간에는 이동을 금지하게 하라, 조명을 꺼라. 스피커도 꺼라. 이런 조건을 내걸고 싸워서 조명과 스피커가 사라지고 밤에는 사람들이 이동을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밤은 야생의 기간이거든요.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시간까지 인간이 침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곳 달성습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몰 이후에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즉 낮은 인간의 시간이고 밤은 야생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몰 이후엔 이곳 출입이 금지됩니다. 그것은 참 잘한 일이지요. 이렇게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입니다. 마지막 남은 피난처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곳까지 인간들이 들어가 마지막 남은 그들의 피난처마저 내놓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토캠핑장을 만든다. 야구장을 만든다. 축구장과 주차장을 만든다. 최근에는 파크골프장을 우후죽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탐욕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란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선 안됩니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을 더 이상 침범하지 말고 그대로 제발 놔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단절된 생태계를 복원시켜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들도 이 땅에서 더불어 살도록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들입니다. 그들이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야생의 공간을 빼앗지 말고 우리는 멀찍이서 이런 제방길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공존의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창조질서' 지켜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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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숲속에 봉헌된 숲속 미사에서 박용성 신부가 신도들에게 설교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어진 설교 시간에 박용성 신부는 다음과 같은 설교 말씀으로 필자의 이야기에 화답했다.

"제가 설교를 준비하면서 여러 군데를 둘러봤는데 여기를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달성습지만큼 이렇게 너무 아름다운 곳이 없더라고요. 근데 예상 외로 여기가 사람들이 또 많이 이용을 안 하더라고요. 이상하다. 이 정도면 볼 것도 많고 어마어마하게 자산이 이렇게 풍부한데 이걸 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안 오지 너무 신기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게 나는 보전이 좀 됐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마음도 그냥 그대로 있거든요. 굳이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고 아까 얘기했던 대로 여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집이니까 동물들이 중심이고 인간들은 조금 약간 옆에서만 좀 살짝 지켜보는 그 정도였으면 여기가 되게 아름답고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박 신부는 "하느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시면 땅과 하늘의 만남을 통해서 하느님이 그동안 인간이 저질러왔던 서로에 대한 욕심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가벼움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그런 모든 행위들을 용서하겠다는 화합하고 싶은 선언이고 다시 생명을 살리고 자연을 회복시켜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원래 본연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고 생명이 넘치게 살 수 있는 그런 용기의 메시지가 부활 승천대축일의 큰 의미"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우리를 생명의 길로 평화의 길로 인도해 주시겠다라고 하는 뜻이 부활 승천대축일의 큰 의미"이니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 깃든 생명과 평화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애은성당 교우이기를 그리고 오늘 참석해 주신 정수근 처장님의 모든 활동에도 깃들기를 소망한다"면서 설교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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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신부가 영성체를 준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미사가 봉헌되는 내내 작고 소박한 숲속에서는 계속해서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바람소리가 울러 펴졌다. 그것은 그대로 창조질서를 회복하라는 하느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달성습지에 살고 있는, 하느님의 창조물들인, 저 많은 야생동물들의 평화와 안식을 간절히 빌어본 하루였다.

미사는 다음과 같은 파송성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풀밭에 내리는 단비처럼 땅 위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그 은덕 만인에게 내리시니 정의가 꽃피는 그의 날에 저 달이 다 닳도록 평화 넘치리. 바다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저 땅에 이르기까지."

각종 개발행위로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숲속 미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켜나가겠다는, 야생동물들의 집인 금호강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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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이 축복기도를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제2의 4대강사업이라 일컬어지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금호강 개발계획인 '금호강 르네상스'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금호강 #달성습지 #애은성당 #창조질서 #공존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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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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