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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자!" 경상도 환갑쟁이 친구들의 무등산 등정기

40년지기 벗들과 함께 5시간 30분의 산행

등록 2023.05.24 10:09수정 2023.05.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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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은 왜 어머니 산인가? 경상도 환갑쟁이들이 광주 무등산에 올랐다. 대부분 1963년 계묘생으로 올해가 만 60살 환갑이다. 11명이 왔지만 이러저러한 핑계 끝에 9명 출발, 6명이 완주했다. 경북 출신으로 광주서 자리 잡은 40년 지기 친구가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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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도원마을안내도 전남 화순면 무등산 도원마을 탐방지원센터에서 등반을 시작할 수 있다. ⓒ 이호영


무등산을 오르는 코스는 많다. 대부분 광주 시내 쪽에서 등반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화순군 도원마을에 베이스캠프(펜션)를 치고 등반을 시작했다. 멀리 말고 규봉암까지만 가자는 한 친구의 말을 믿고 지난 주말(5월 20일) 오후 1시 15분 해맑은 웃음과 모습으로 출발했다.

솔직히 도원마을에서 바라본 무등산은 펑퍼짐한 능선과 같은 모습이다. 둥근 왕릉처럼 보이기도 한다. 뭐 저 정도는(도원마을에서 규봉암까지 2.1km) 하면서 호기롭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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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규봉암 코스 계단 오르기 도원마을~규봉암 코스 중 계단 오르기 코스 ⓒ 이호영


불과 얼마 못 가 모두 '씩씩'거리기 시작한다. "계단이 왜 이리 많니?" 사실 요즘 산행은 계단 오르기다. 계단 정복하기나 다름없다. 힘들지만 산에서는 누구나 이웃이나 친구가 된다. "안녕하세요?, 고생합니다." 하산 중인 등산객이 인사를 건넨다. 힘내서 오르라는 응원의 목소리이다.


산이 아니라 길에서 스치는 사람이라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할 것인데, 산에서는 "안녕하세요?, 고생합니다"란 인사말은 쉽게 나온다. 사람들 사이가 산에서만큼만 정다워도 우리 사회가 다르겠지? 하는 속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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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르기 중 꽃 하트를 만나다. 누군가 계단위에 친절하게 꽃 하트를 수놓았다. ⓒ 이호영


인사말도 좋았으나 누군가 계단에 수놓은 꽃 하트를 보고 다리에 힘이 저절로 생긴다. 얼굴에는 땀이 비 내려도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번졌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계단 오르기에 지친 등산객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있으니 얼마나 큰 배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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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서 본 규봉암 모습 규봉암에 들어서기 전 입구서 본 모습은 산성이나 다름없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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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암 입구 돌기둥 바위 규봉암 입구 '서석' 돌기둥 바위, 돌기둥 사이에 누군가 돌덩어리를 얹어놓았다. 누굴까? 암석에는 유명인의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꼭 이래야 했는지 한심스럽다. ⓒ 이호영


무등산 중턱에 터를 잡은 규봉암은 마치 산성처럼 보인다. '헉, 이곳이 절이라?' 하는 의구심을 안고 사찰에 들어선다. '광석대'란 규봉 주상절리대가 규봉암 사찰을 감싸고 있다. 해발고도 850m로 문화재 명승 제114호이다. 사찰 뒤편의 주상절리대 높이는 30~40m이며, 기둥 최대 두께는 7m로 지질명소라 한다. 규봉암 사찰은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로 천년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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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암 관세음불 규봉암에서 바라본 서석과 관세음불 ⓒ 이호영


"좋은 인연"이라며 등산객을 반겨주는 정연(正緣) 스님의 활짝 웃는 모습이 정겹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출이 아름답다는데 다시 한번 좋은 인연을 만들어야겠다.

"에이, 여기까지 왔으니 장불재는 가봐야제~"
"아이고, 더 간다고..."


아니나 다를까 규봉암까지만 하던 등반 일정이 순식간에 "더"로 바뀐다. 규봉암에서 장불재 구간은 능선이 많아서 쉽다면서 지금까지 오르막 산행과 다르다고 앞장선 친구가 유혹한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뭐 가보자."

원래 등반은 그렇게 오르는 거다. 많은 곳은 가보지 않았지만 "조금 더, 힘내자"하는 게 원래 등산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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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장불재 무등산 장불재, 오른쪽 봉우리쪽에 입석대와 서석대가 보인다. ⓒ 이호영


규봉암에서 장불재 구간은 사실 능선을 따라 넘어가는 코스라서 좀 쉬웠다. 한 2~3년 동안 산행을 하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전남 명산, 무등산에 왔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장불재는 해발 919m로 무등산 9부 능선에 자리한다. 능선이지만 들판처럼 넓다. 특히 한쪽에는 통신사와 방송사 탑이 웅장하게 세워져 있고 반대편에는 유명한 서석대와 입석대가 한눈에 보인다.


"자, 가자."

또 가자는 친구의 다그침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니 오르고 싶은 욕심이 저절로 생긴다. "정상을 가봐야제~" 조금만 더 오르면 무등산 주상절리의 대명사인 '서석대와 입석대'를 볼 수 있는데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시 급하지 않은 경사를 따라 입석대를 거쳐 서석대를 올랐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제주도 바닷가에도 주상절리 바위가 있다. 바다가 아닌 산 정상에서 주상절리 바위를 보기는 처음이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는 그야말로 하늘이 빚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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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입석대 무등산 주상절리 입석대, 장불재를 지나 오른쪽에 있다. 빼어난 돌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 이호영

 
입석대는 장불재에서 동쪽으로 약 200m 올라가면 된다. 높이 10~15m의 돌기둥이 반달 모양으로 둘러섰다. 서석대는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1187m) 바로 밑에 있다. 해발 1100m란 표지석이 등산객을 반긴다. 더 올라갈 수가 없다. 정상 천왕봉은 군사기지로 출입금지다. 다 왔다는 기쁨과 함께 정상에 못 가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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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서석대 표지석 무등산 서석대 표지석 해발 1100m. 뒤에 정상인 천왕봉이 보이지만 군사기지여서 오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올해 하반기에 개방한다고 한다. ⓒ 이호영


서석대는 다각형 돌기둥 200여 개가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무등산의 대표적인 명소라고 한다. 뿌연 안개가 좀 낀 날씨지만 광주시가지가 보인다. 서석대에서 바라보니 광주 시민들이 무등산을 '어머니 산'으로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무등산이 마치 광주를 보호하는듯한 모습으로 시가지를 감싸고 있으니 어머니의 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초를 당했던가도 생각해 본다. '광주', '무등산'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아린 듯한 아픔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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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서석대 표지석 뒤면 "광주의 기상,이곳에서 발원되다."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어머니의 산'으로 부른다. ⓒ 이호영


서석대에 올라서니 바람이 불면서 좀 쌀쌀해진다. 모두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코스를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장불재에서 규봉암을 거치지 않고 도원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다른 등산객이 추천해 준 하산 코스다. 하산까지 전체 5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오랜만의 등반이라서 그런지 다리가 매우 아프고 엄지발톱이 멍들 정도로 무리가 왔다. 며칠 끙끙거리며 고생을 하겠지만 무등산을 올랐다는 쾌감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특히 환갑을 맞은 40년 지기 벗들과 함께한 산행이여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경상도 환갑돌이 #무등산 등정기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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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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