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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잠실야구장 덮친 동양하루살이가 보낸 메시지

매년 반복되는 벌레들의 습격... 기후위기로 급증, 살충제만이 대안은 아니다

등록 2023.05.22 18:09수정 2023.05.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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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의 그라운드와 관중석은 동양하루살이 무리로 뒤덮였다. ⓒ 트위터 캡처

 
지난 18일,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TV로 보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잠실 야구장에 폭설이 내리는 듯 뭔가 하얀 것이 엄청 많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하루살이 무리였다. 동양하루살이, 몸은 2~3센티미터 되지만 날개를 펴면 5센티미터 가량 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살이도 아닌 것이 모기도 아닌 것이 엄청나게 무리지어 잠실벌을 뒤덮었다.

그런데 이미 양평에서도 남양주에서도 성수동에서도 제보가 이어져 왔었다. 우리 프로그램(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작가님도 지난달 양평 한강변에 나들이를 갔다가 동양하루살이 무리를 만나고 깜짝 놀랐었다는데 당시 기억을 이렇게 말한다.

"시원한 강바람 쐬려고 거길 갔는데 하루살이가 워낙 많아서 커피전문점을 가도 야외에 앉지 못하고 차에도 엄청나게 내려앉아있다가 차 문을 여니 수 백 마리가 저를 향해 날아오더라고요... 걔들이 잠실까지 갔나봐요."

이들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어떤 대책들이 있을까, 조사를 하다보니 뜻밖에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1. 이들의 정체는?

하루살이(mayfly)는 하루살이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으로 특히 동양하루살이는 2∼3cm 길이지만 날개를 폈을 때는 4∼5cm에 달해,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 '팅커벨'의 이름을 빌려와 대량 출몰지의 지명을 붙여 '덕소 팅커벨', '잠실 팅커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입이 퇴화해 파리나 모기처럼 물거나 동·식물에 질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일정 조건이 갖춰져 번식을 한 번 진행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혐오감을 주는 외모에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떼로 출몰하는 습성 때문에 사람들이 놀란다. 수명이 4~5일에 불과하기에 동양하루살이의 시체들이 무더기로 공공장소에 쌓여있는 모습도 시민들의 민원 사항이다.


2. 왜 양평, 남양주, 잠실인가?

동양하루살이는 2급수 이상의 비교적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 서식하는 수서곤충이다. 2000년대 이후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 사이 한강에 인접한 지역, 서울에서는 강동구, 광진구, 송파구, 성동구 등과 경기도에서는 남양주, 양평, 하남 등지에서 출몰소식이 전해져왔다.

3. 출몰 원인에 관한 세 가지 가설   (1) 기후변화 :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상승도 이들의 대량출몰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백민정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은 <뉴스펭귄>과의 인터뷰에서 "동양하루살이가 출몰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가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 상승"이라고 말했고,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도 같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동양하루살이 급증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온이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상승되면 곤충의 체내 온도가 높아져 생장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2) 한강변 상권 : 상권이 발달하면서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둔 곳이 많아진 것도 대량 출몰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시혁 교수는 지난해 < tbs >와 한 인터뷰를 통해 "인간이 사는 면적이 넓어지다 보니 곤충이 서식해야 할 자리를 다 뺏고 곤충은 어디론가 가서 살아야 하는데 없으니까 계속 인간이 사는 공간까지 들어와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언제든 곤충이 대발생해서 인간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소수의견이지만 4대강 공사의 영향, 4대강 공사로 쌓인 모래를 퍼가는 과정에서 벌레들의 천적생물까지 감소했고, 이로 인해 천적이 사라진 환경 속에 온도까지 높아지면서 하루살이 유충 대량 부화가 매년 일어나고 있다는 한강 유역 주민들의 말도 있다.

4.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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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JTBC <[밀착카메라] 5㎝ 하루살이 떼의 습격…장사에도 차질, 상인들 '한숨'> 보도의 한 장면 ⓒ JTBC

 
일단 화학적 방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출몰지역이 한강 유역 2급수 이상인 곳이라서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대량의 살충제 살포가 불가한 곳이 많다. 또 특정 곤충만 없애는 살충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에 대량의 살충제 살포가 꿀벌, 야생벌 등 다양한 곤충과 생물 집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한 생태계 균형 파괴는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남양주 등 팔달상수원 보호구역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생물학적 방제노력에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남양주시는 주요 하천에 '63만 붕어용병'을 풀어놓기도 했다. 붕어는 하루살이 유충을 대량으로 잡아먹는 천적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해양수산연구소에서는 토종 미꾸리를 대안으로 하는 검증실험을 벌이기도 했다. 미꾸라지와 생김새가 비슷한 토종 미꾸리는 고인 물을 선호하는 미꾸라지와 달리 흐르는 물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특히 모기 유충을 좋아해 다 큰 미꾸리 한 마리가 먹어 치우는 유충의 양은 하루 1천여 마리에 이른다고... 주로 한강 상류 지역 생물학적 방제용으로 연구를 시작한 연구소에서는 잡식성 어종인 미꾸리의 습성상 동양하루살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방법도 제안된다. 역시 하루살이 민원이 급증한 서울 성동구청은 "동양하루살이는 밝은 불빛을 좋아하므로 가정이나 상가에서는 밤 8시 이후 조명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노란색 계통의 빛이나 나트륨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다. 혹시 창문이나 유리 등에 붙어있을 경우 물을 뿌리면 떨어진다고 한다.

5. 갈수록 늘어나는 벌레들의 습격... 살충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 2021년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 사용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꿀벌과 다른 꽃가루 매개체에 치명적인 살충제의 독성 영향은 10년 사이에 두 배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일의 코블렌츠-란다우 대학의 랄프 슐츠 교수는 "척추동물에게 독성이 있는 화합물은 독성이 적은 화합물로 대체되었으나 동시에 살충제는 더 특이적이 되었고, 불행히도 꽃가루 매개체와 수중 무척추동물과 같은 '비표적 유기체'에게도 더 독성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벌레가 들끓어 살충제 대량 살포가 이뤄졌던 서울 은평구의 이말산을 < tbs > 취재진이 2년 뒤에 찾아가보니 대벌레 숫자는 2년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지만 다른 곤충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대벌레를 잡으려고 설치한 끈끈이 트랩에는 오히려 엉뚱한 곤충들이 더 많이 잡힌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정 곤충만 잡는 살충제는 없다는 말에 눈길이 쏠린다.

되짚어보자. 지난 2017년 서울 강북구에 나타난 하늘소, 2019년 충북 지역 매미나방, 2020년 인천 깔따구 유충, 2020년 서울 은평구 대벌레, 2022년 서울과 일산의 러브버그까지, 이미 생태계 균형이 파괴되면서 인간과 벌레 떼의 조우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때다.


[참고자료]
- 이세중, <5월에 웬 폭설?…야구장 하늘을 수놓은 팅커벨>, (KBS, 2023년 5월19일)
- 박연정, <"눈 오는 줄"…서울 뒤덮은 '동양하루살이 떼'>, (뉴스펭귄, 2023년 5월19일)
- 정경인, <"5월에 폭설?" 18일 KT 위즈, LG 트윈스 경기 하루살이 떼로 '곤혹'>, (세계일보, 2023년 5월19일)
- 최재호, <"날개 펴면 5cm"…동양하루살이 대규모 출몰에 '징그러워'>, (동아닷컴, 2023년 5월12일)
- 최양지, <[인싸_이드] 곤충의 습격, 살충제로는 못 막는다>, (TBS 뉴스, 2022년 8월2일)
- 김지연, <꿀벌에 치명적인 살충제, 양은 감소했는데 독성영향은 10년새 두배 증가>, (케미컬뉴스, 2021년 4월7일)
- 이종구, <남양주시, '붕어 용병' 동원해 골칫거리 '동양하루살이' 퇴치작전>, (한국일보, 2021년 6월21일)
- 윤지윤, <살충제 대신 '천적'으로…'동양하루살이' 퇴치법>, (MBS, 2020년 8월25일)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오늘의 기후> PD입니다. 자세한 방송내용은 유튜브 OBS 라디오 FM 99.9 공식채널 에서 다시보기하실 수 있습니다.
#잠실팅커벨 #동양하루살이 #덕소팅커벨 #기후변화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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