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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제 이후에도 성행... 여전한 펫숍, 달라질 순 없을까

유기동물 입양하는 서울 위해... 제도 개선·정책 마련 절실

등록 2023.05.22 17:14수정 2023.05.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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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펫숍에서 만난 케이지 속 강아지의 모습 1 (사진 : 김연웅 기자) ⓒ 은평시민신문

 
지난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약 310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 중 15%를 차지했다. 이 중 약 242만 가구는 강아지와, 약 72만 가구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난 2021년 지역별 반려동물 등록 현황 통계에서는 전국의 18.4%에 달하는 51만2040마리가 반려동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등록된 반려동물 수가 50만 마리를 넘는 곳은 약 82만 마리가 등록된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서울이 유일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서울, 이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길을 지나다 보면 '애완동물 판매'와 같은 문구를 달고 있는 펫숍을 간혹 볼 수 있다. 작은 케이지 속에서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고 있는 강아지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케이지 속 강아지들을 귀여워하는 소리도 잠시, 지나가는 시민들 틈에서 '불쌍하다'며 혀를 차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렇듯 펫숍은 우리 일상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좁은 케이지 속에서 나가지 못하고 갇혀 강한 조명과 외부 자극에 노출되는 강아지들은 어디가 아픈 듯 기력이 없거나 케이지 속을 빙글빙글 도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기가 많은 품종을 상호교배하는 등 품종과 혈통을 앞세운 '고급' 펫숍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펫숍의 이면에는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만에 좁은 케이지에 갇혀 전시되는 '동물학대'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또한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을 가진 개농장에서 젖을 겨우 뗀 강아지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펫숍에 들렀더니... "최대한 가격 맞춰준다" 제안도


서울 은평구의 한 펫숍에 들어가자 점주와 강아지들이 함께 반겼다. 크지 않은 가게는 가운데 응대 소파를 둘러싼 케이지들이 20여 개 정도 되어 보였다. 짐을 두고 편하게 둘러보라는 점주의 말에 소파에 짐을 두고 가게를 둘러보니 두 뼘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 작은 케이지 안에 여러 품종의 강아지들이 지내고 있었다.

갇혀 있다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손님에 반응한 것인지 강아지들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아픈 듯 늘어져 잠만 자는 강아지도, 좁은 케이지 안을 계속 빙글빙글 도는 이상행동을 하는 강아지도 보였다. 케이지 안에는 매달린 물통과 배편패드 정도만 있고(혹은 쿠션만 있고 배편패드가 없는 경우), 생존을 위한 정말 최소한의 조건만 마련돼 있었다. 케이지 앞에는 해당 강아지의 품종과 태어난 일자, 성별과 가격이 기재돼 있었다.

50만 원부터 100만 원 이상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었는데, 점주는 A, B, C, D로 등급이 매겨진다며, 등급별로 가격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점주는 "저렴하다고 하자 있는 아이를 키울 수는 없지 않냐"고 외모와 시세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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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펫숍의 분양 가격표 (사진 : 김연웅 기자) ⓒ 은평시민신문


지난 4월 27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따라, 과거 반려동물의 생산 및 수입, 판매, 장묘업의 경우 '등록제'로 운영되던 것이 '허가제'로 바뀌며, 영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에 따른 지자체장의 허가가 필요하게 됐다.

동물 복지에 있어서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그 기준이 여전히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많다. 또한 펫숍 등 업자들이 수익을 위한 비용 절감과 과도한 품종개량을 시도하는 등 이들의 손을 거쳐 가는 동물의 현실적인 복지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반려동물의 판매와 공장식 생산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제69조에 따른 시행규칙 속 허가영업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은 '동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크기'로 '사육설비의 가로 및 세로는 각각 사육하는 동물의 몸길이의 2배 및 1.5배 이상일 것'을 제시하고 있다.

펫숍 등 업자들은 이러한 기준의 최소한을 맞춰 영업장 설비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펫숍에 위치한 케이지와 동물들의 생활 환경을 보면 이러한 기준이 정말 '최소'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같은 기준 내에 '개 또는 고양이의 경우 50마리당 1명 이상의 사육·관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포함돼 있는데, 이 역시도 동물을 방치하고 사육하는 개념이 아니라, 돌보고 관리하는 개념으로 인식한다면 충분한 기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 6월까지 2년 6개월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동물 관련 피해구제 신청 432건을 분석한 결과, '폐사' 관련 피해가 172건으로 39.8%에 달했고, 다음 '질병'이 147건으로 34%에 달했다.

충격적인 건 폐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 중 분양일자 확인이 가능한 159건을 분석했을 때, '15일 이내' 폐사한 사례가 85.5%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판매업자가 지자체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할 것' 등을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공장식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동물 '판매'가 불법이 되자 늘어나는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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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펫숍에서 만난 케이지 속 강아지의 모습 2 (사진 : 김연웅 기자) ⓒ 은평시민신문


독일은 기본법에 '동물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연방 동물보호법 제1조로 "이 법은 인간의 이웃인 동물에 대한 책임을 바탕으로 동물의 생명과 안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에게 통증, 고통 및 상해를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민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동물과 인간을 이 세상의 동등한 생명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독일은 엄격하게 반려동물의 입양 등을 규제하고 있는데, 독일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는 동물 보호소를 이용해야 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보호소는 입양 희망자가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는지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충분한지 등을 심사해 까다롭게 분양을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려동물의 판매가 금지되어 입양이 유일한 방법이다 보니, 보호소의 동물 중 약 90%가 입양돼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고 한다.

미국 뉴욕주는 2024년부터 개, 고양이, 토끼의 판매를 금지한다. 업자들은 반려동물 판매 대신 동물보호소 내의 유기동물 등을 중개하게 된다. 분양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브리더가 소규모로 하는 분양은 여전히 가능하다. '공장식 생산과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7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2020년 메릴랜드 주, 2021년 일리노이 주가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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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펫숍에서 만난 케이지 속 강아지의 모습 3 (사진 : 김연웅 기자) ⓒ 은평시민신문


서울은 이미 많은 동물이 버려지는 곳이다. 2021년 기준 5632마리의 유기·유실 동물이 구조·보호 조치된 바 있다. 이마저도 구조·보호 조치돼 통계에 잡힌 경우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5개 자치구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 중 원거리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의 입양률(33.6%)이 도심 소재 보호시설 입양률(54.5%)보다 저조하고, 시민들이 반려동물 구매 시 '유기동물 입양'은 약 14%로 낮게 나타나, 도심 내 유기동물 입양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서울은 이미 많은 유기동물이 존재하고 공간이 없어 양주에 위치한 위탁 시설로 보내진다. 그리고 낮은 입양률로 인해 많은 유기동물이 안락사라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주장대로 반려동물의 '판매'와 '공장식 생산'이 금지된다면, 높아지는 반려동물 수요는 곧 '입양'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높은 안락사 비율을 낮추는 등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유기동물 입양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개선과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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