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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동 지대장 친형 <조선> 겨냥 "인간의 기본 양심 저버린 행위"

양회선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참석... "상처 대못 박는 비정함 어디서 나왔나"

등록 2023.05.23 16:00수정 2023.05.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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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가 동생을 위한 편지를 읽고 있다. ⓒ 이희훈

 
"아직도 가슴에 박힌 상처 감당하기도 힘든데 또 대못을 박아버리는 그런 비정함이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돈 때문입니까, 무엇 때문입니까."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전국 순회 미사 강단에 선 양회선씨는 이렇게 반문했다. 양씨는 건설노조에 대한 검경 수사와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친형이다.

양씨는 '분신 방조설'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 분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유출한 이들을 겨냥해 "인간의 양심마저도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날 시국미사에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준비해 왔다.

양씨는 "동생의 강릉법원 앞 영상을 제공, 유포 또 (이를 통해) 음해하신 분들께 묻고 싶은 게 있다"라며 "(당신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아이들 아빠일 수도 있고 남편, 아내일 수 있을 텐데... 적어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양심마저도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씨는 또 동생이 분신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나눈 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양씨는 동생 양 지대장이 5월 1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할 신부님들의 탄원서를 받는 문제를 상의해왔다고 했다.

양씨는 신부님들께 탄원서를 부탁해보겠다고 동생 양 지대장에게 흔쾌히 답했는데, 동생으로부터 당일 오후 8시 이후 다시 전화가 와서는 "나 때문에 혹시 신부님께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결국 탄원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동생이) '오늘 미사드리기를 너무 잘했다, 이젠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했는데 "그땐 그게 동생과의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곁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씨는 "그 '편해졌다'는 말이 아직도 귀에서 맴돈다"며 "아직도 동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라고 울먹였다.

앞서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이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양 지대장을 비롯한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공갈'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태였다. 경찰은 노조활동의 하나였던 건설사와 조합원 고용 협의 등에 대해 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양 지대장은 유서에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라는 내용을 남겼다(관련 기사: 분신 건설노동자의 마지막 말 "검사독재 지지율 제물로 죽는 국민" https://omn.kr/23sp7).

다음은 양회선씨가 이날 직접 쓴 편지 내용 전문이다.

이 자리를 허락해주신 전능하신 하느님, 신부님, 교우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저는 의정부교구 송내동 성당 교우이면서 양회동 미카엘의 형 양회선 안토니오입니다.

4월 29일 토요일 저녁 무렵 동생 미카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께 탄원서 받을 수 있을까요, 5월 1일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하고 싶어서요.'
'그래 알았어. 송내동 성당에서 세례 주셨던 신부님께 부탁해 볼께. 쌍둥이 성당 가면 너무 이뻐하고 안아주셨던 분인데 기억하실거야. 형이 부탁드려 볼게. 그리고 너도 교적이 있는 본당 신부님께 부탁드려봐. 7시 미사니까 서둘러 성당가서 미사드리고 신부님께 면담 요청해서 사정 말씀드리고 부탁드려봐.'

8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어요.

'형님 여기 본당 신부님께 말씀 안드렸어요.'
'왜 필요하잖아.'
'아니예요. 나 때문에 혹시 신부님께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형님도 부탁하지 않아도 돼요. 오늘 미사 드리기 너무 잘했어요. 이젠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땐 동생하고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편해졌다는 말 아직도 귀에서 맴돌며 우리 곁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미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의지가 강한 동생이었으니까요. 아직도 동생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지난주에 동생의 강릉법원 앞 영상을 제공, 유발, 묵시적 침묵, 유포, 또 음해하신 분들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아이들 아빠일 수도, 남편, 아내일 수도 있을텐데. 다들 나는 아니야 하고 외치겠지만 적어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양심마저도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가슴에 박힌 상처 감당하기도 힘든데 또 대못을 박아버리는 그런 비정함이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돈 때문입니까, 아니면 무엇 때문입니까.

지난주엔 미사드리면서 예수님의 십자가상 모습이 너무나도 슬프고 아파해 하는 모습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 위로도 받았습니다.

'미카엘의 억울한 죽음 나는 안다, 그러니 울지말고 슬퍼하지 마라. 아파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가족들 잘 보살펴라. 힘들어하는 너희와 함께 있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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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에 대한 경찰 수사와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친형인 양회선씨가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전국 순회 미사에서 낭독한 편지. ⓒ 이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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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에 대한 경찰 수사와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친형인 양회선씨가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전국 순회 미사에서 낭독한 편지. ⓒ 이병수

 
 
#양회동 #양회선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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