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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가 믿기지 않는 울산 어민들 "설마 그러겠냐"

[현장] "정부가 가만 있을 리 없다"는 목소리도... 단체들, 반대집회·서명운동 돌입

등록 2023.05.23 20:07수정 2023.05.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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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 정박중인 어선 ⓒ 박석철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그런 일이 생기면 모두가 망하는데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지 못하도록 정부가 뭔가 조치를 취하겠죠."

23일 낮 울산 방어진 항구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한 어부는 "7월쯤 일본 오염수 방류가 우려되는 데 어떠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방어진항 어민 쉼터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는 기자가 재차 묻자 "정부에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있다"라며 "만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일본으로) 쳐들어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후배 어부가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는교?"라고 되물었다.

울산 방어진항은 대대로 주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노 어부는 이곳에서 50년 이상 고기를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근래들어 기름값이 대폭 상승해 제대로 어부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이지. 안 그래도 어민들이 연료비 상승에 힘들어 하는데 바다에 방사능을 처리한 물을 버린다면 어민들은 모두 나자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수 있겠나, 사람이라면"

방어진항의 특산물은 용가자미다. 방어진항에서는 지난 2020년에는 3297톤(142억 9200만원), 2021년엔 4369톤(142억 8600만원), 2022년에는 3477톤(143억 1200만원)이 위판되는 등 전국 용가자미 위판의 60~70%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이 용가자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울산 동구청과 전북 군산에 소재한 중국 투자기업 '푸광 국제무역 유한회사'가 지난 1월 울산 방어진 용가자미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도 방어진항 곳곳에서는 가자미와 오징어, 가오리를 말리는 상가가 눈에 띄었다. 가자미를 말린 후 판매하는 여성은 남편이 어부인지라 바다에서 잡아온 가자미를 말리든지, 이웃 어부가 잡아온 가자미를 구입해 말린 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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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울산 방어진항에서 말리고 있는 가자미. 방어진 가자미는 용가자미라 하며 전국 용가자미 위판의 60~70%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 박석철

 
가자미를 말리고 있던 70대 여성은 자신이 40년 이상 이곳에서 가자미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묻자 "설마 바다에 버리기야 하겠냐"며 "여태껏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듯이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바다는 생물이 사는 곳이고 인간의 먹을거리와 밀접한 관계인데 어떻게 방사능 사고를 처리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수 있겠나, 사람이라면"이라고 되물었다.

방어진항에는 20여 곳의 횟집이 들어서 있는데, 울산에 온 관광객은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회센터 주인들도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횟집 사장은 물고기가 한가득 들어 있는 가게 앞 어항을 가리키며 "지금 물고기들이 놀고 먹고 있는 이 물이 바로 앞의 방어진 바닷물이다"라며 "그런데 바닷물에 오염수를 버리면 손님들이 과연 회를 먹을 수 있겠나,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어업·어민, 해산물 취급 상인들 큰 피해 우려돼"

울산에는 방어진(동구) 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구에는 정자항과 신명항이, 울주군에는 진하항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어민들의 터전이 즐비해 있다. 

북구의 북구어선어업협의회, 신명선주인협의회, 정자활어직매장 상인회 등은 이미 최근 시민단체가 발족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울산공동행동'에 가입해 일본 오염수 방류 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성 오염수 투기와 동시에 우리나라 어업과 어민, 해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본의 책동에 단호히 반대해야 하고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와 어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울산공동행동은 지난 19일부터 집회와 거리행진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 시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민 서명용지는 전국의 서명용지와 함께 조만간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에 항의 전달될 예정이다.
#울산 방어진 방사능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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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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