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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공판 때 울먹였던 검사, '악' 소리 나는 중책 맡다

[이슈와 검사] 박재억 신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그의 인권수사 소신은?

등록 2023.05.24 07:57수정 2023.05.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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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 연합뉴스

 
[이슈] 2023-05-23 대검 마약조직범죄부, 5년 만에 부활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앞서 법무부는 검찰 조직 개편 관련 '검찰청 사무규정'에 따라 기존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한다면서 23일자로 검찰 인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반부패부와 마약 범죄 등을 담당하던 강력부를 통합했던 2018년 법무부 방침이 5년 만에 회귀한 것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수 사건과 관련하여 4월 6일 윤 대통령은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생산,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고, 18일 국무회의를 통해서도 "마약범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해달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이 말은 사흘 후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이런 말로 더 구체화됐다.

"'악'소리 나게 강하게 처벌할 것이다." (4월 21일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 후 발언)

한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래서 호기심에, 값싼 마약을 한 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한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정부 하에서 마약에 대한 단속을 좀 느슨하게 했고, 대형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오던 검찰의 손발을 잘랐다"면서 "저희 정부는 많이 잡을 것"이라는 공언도 남겼다. 이와 같은 중책의 '꼭대기'에 서게 된 이가 박재억 신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다. 

[검사] 박재억 신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박재억 검사는 1971년생으로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 제29기를 수료했다. 공익법무관 생활을 거쳐 200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수원지검으로 발령났으며 이후 부산지검(2008년), 서울중앙지검(2010년 2월)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2013년까지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에서 파견직 검사로 일했다. 

2014년 1월 광주지검 강력부장으로 부임했으며 이후 대검찰청 마약과장(2015년 2월),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2017년 8월) 등 '강력통'으로 경력을 쌓았다. 부산지검 시절이었던 2018년 7월부터는 서울시 법률자문검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당시 법무부 대변인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 후 대구지검 포항지청장(2020년 2월),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2020년 9월), 청주지검 차장검사(2021년 2월), 수원고검 차장검사(2021년 6월) 등을 거쳤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창원지검장으로 일해왔다. 

[특이사항] 세월호 공판에서 울먹인 검사... 인권 수사에 대한 그의 소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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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박재억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일본, 대만 폭력단 조직원이 개입한 필로폰 밀수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지검 강력부장 재직 당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팀장으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세월호 승무원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 사고책임자 38명을 기소했으며, 특히 2014년 6월 10일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모두 진술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 검사는 "어린 학생, 이웃을 못 구했다는 자괴감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피고인들의 첫 재판이다. 희생자들은 안전한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줬고 이는 책임자들의 엄정한 사법처리부터 시작한다"면서 이준석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아무 잘못 없는, 선내 대기 지시만 따른 착한 학생들이 '엄마, 아빠 사랑해요'란 말을 남기며 탈출을 시도하지 못하고 갇히고 말았다"는 발언을 하면서는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시 재판에서 진행된 단원고 학생들의 증인 신문과 관련하여 피해자 측 변호사는 박 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최윤수 변호사는 당시 페이스북에 "(증인신문이 열리기 전) 미리 세 분의 검사님이 학교에 오셔서 면담을 하며 언니처럼, 오빠처럼 친밀하게 대해주셨다"면서 "법정에서 그렇게 부드러운 검사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검사는 1심 재판 내내 법정 신문에 참여했다고 한다. 2015년 1월 국민포장을 받았다.

그는 '강력통'으로도 여러 차례 주목을 받은 검사이기도 하다. 검찰 최초로 조직 폭력배의 권총 소지 실태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7년 9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재직 당시에는 주택가 건물에서 대마초를 대량으로 재배하여 가상화폐를 받고 판매한 일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국정원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일본·대만 폭력단 조직원이 개입한 필로폰 밀수 사건 전모를 밝히기도 했다.

검찰주의자로서 면모도 엿보인다. 2020년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재직 시절에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수사·기소 분리안에 대한 한 평검사의 공개 비판글에 "같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있다"는 댓글을 게재해 언론에 보도됐다. 인권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검사이기도 하다. 그는 창원지검장으로 취임하면서 "인권 보호는 검찰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가치"라며 "검찰의 법집행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마약 수사는 인권 침해 논란과 맞물리기 쉽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약수사팀 소속 경찰 5명이 한 태국인을 마약 혐의에 대한 체포영장이나 수색영장 없이 불법체류자로 현장에서 체포해 마약 수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기소돼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위장 수사도 위법 위험성이 대두되는 수사 방식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마약범죄 수사·기소 처벌에서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장수사 방식은 위법한 함정수사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마약 수사는 대통령은 물론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저희 정부는 많이 잡을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한 국정과제다. 이런 과제를 수행할 박재억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인권 수사에 대한 평소 자신의 소신을 앞으로 어떻게 발휘할지 주목된다. 
#박재억 #한동훈 #마약과의 전쟁 #대검 마약조직범죄부 #반부패강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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