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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상주' 사진 찍은 외신 기자가 말한 광주

[이영광의 '온에어' 245] 김재형 KBS 광주총국 PD

23.05.24 10:06최종업데이트23.05.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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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 ⓒ KBS 1TV

 
5.18 광주 민주화를 상징하는 사진 중 하나가 일명 꼬마 상주 사진이다. 한 꼬마가 아버지 영정 사진을 안고 앉아 있는 사진은 그 당시 5.18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누가 그 사진을 찍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누가 찍었을까?

지난 18일 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꼬마 상주 사진을 찍은 기자를 찾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공개되고 이어 꼬마 상주였던 조천호씨와 사진 찍은 외신 기자의 재회를 담았다. 제작 이야기가 궁금해 '로숑과 쇼벨 1980'을 연출한 김재형 KBS 광주총국 PD와 지난 22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꼬마 상주 사진 찍었던 외신 기자를 찾다

- 지난 18일 방송된 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 연출하셨잖아요. 3년 걸렸다고 나오던데 방송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저에게는 첫 입봉 작품이어서 굉장히 부담감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주위 사람들 도움을 많이 얻어서 잘 끝냈다는 것에 있어서 후련함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사진기자였던 로숑과 쇼벨이 기억하는 광주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어요?
"다른 선배님께서 꼬마 상주 사진 보고 누가 이 사진 찍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셨는데 진짜 찾아보니까 이 사진 찍은 사람이 분명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심심한데 한번 찾아볼까 하다 보니 우연히 좋은 아이템을 찾게 됐죠."

- 그럼, PD님은 5.18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나요?
"제가 PD가 된 이유도 5.18 때문이긴 한데요. 5.18에 대해 막연하게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 시민들의 운동으로 알고 있었지만 한 5년 동안 5.18 관련해서 계속 취재하고 관심 가지면서 5.18의 다양한 면면 그리고 다양한 층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있고요. 이게 단순하게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 시민만의 운동인 게 아니라 그 안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었던 운동이기도 하다는 걸 느끼고 있죠."

- 5.18 특집인데 6.10민주항쟁부터 시작하셨잖아요.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단순하게 두 가지 이유였던 것 같은데요. 하나는 6월 민주항쟁의 발발지점을 광주 5.18 민주화 운동과 연결시켜보고 싶었었고요. 다른 하나는 6월 민주항쟁 발발하는 시점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1987년 6월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1988년도 한겨레 신문 창간했을 때 연결 지점이 6월 민주항쟁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 그림 하나라면 당시 시대 상황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구성했어요."

- PD님은 꼬마 상주 사진 어떻게 봤어요?
"맨 처음 5.18 꼬마 상주 사진을 봤을 때는 대학교 때 5.18 전야제 행사하면서 플래카드에 걸려져 있던 사진을 봤었던 게 제일 먼저 기억이 나요. 근데 제가 주목하고 있었던 사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 ⓒ KBS 1TV

 
- 사진 기자 찾기 어렵지 않았나요?
"사진 기자 찾는 데 거의 두세 달 걸렸던 것 같은데 굉장히 자료가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진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되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어요. 처음에 이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었거든요. 그래서 당시 5.18 관련된 사진들을 다 찾으러 다녔었고 그때는 외신과 국내 기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때 있었다는 사진 기자들은 다 찾아가고 그들이 만들었던 발간했던 사진 책들을 다 보면서 찾아보려고 했었죠."

- 석 달 걸렸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찾은 거예요?
"일단 이 사진이 어느 잡지에 실렸는가를 제일 먼저 찾으려고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5.18 기념재단을 통해서 'quick'이라는 잡지에 있었다는 걸 저희가 알게 됐고 그럼 그때 당시에 외신 기자가 이 사진을 찍었다는 게 확인이 된 건데 그럼 누구일지 찾아보려고 했었던 거죠. 그래서 잡지를 다시 한번 봤더니 거기에 'photo gamma'라는 프랑스어로 된 게 있었고 그다음에 저희 선배님께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해서 구글링 하기 시작을 했어요. 방송에는 안 나가게 됐는데 어느 국내 기자의 사진첩 하나 봤더니 거기에서 은어 같은 거 알려주더라고요. 보도 사진처럼 뿌려지는 사진을 PP라고 하는데 press photo의 줄임말이 PP라는 거예요. 그래서 세 가지 키워드를 검색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게티 이미지라는 사이트를 찾게 됐고 거기에서 꼬마 상주의 원본 사진을 처음 확인하게 됐어요."
 
- 로숑 기자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요?
"굉장히 잘생겼어요(웃음). 솔직히 말하면 외신 기자 느낌이라기보다 그냥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좀 더 강하긴 했었죠."

- 꼬마 상주에 대해 물었을 때 어땠나요?
"그 꼬마 상주가 어떻게 있었는지 혼자 있었는지 같이 있었는지 같은 거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찍었을 때 당시 심경 같은 걸 잘 말해줬죠. 영상 속에서 보시다시피 그렇게 감정 이입하면서 우는 건 연출이라기보다 진짜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던 부분이에요. 그것만 보면 꼬마 상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왜 찍었다고 하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많은 관들 속에서 그 아이가 아버지의 사진을 안고 있었던 그 이미지가 눈에 보였던 거죠. 그리고 그게 명확한 이미지였고 그게 세상에 이 사건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광주 다시 찾은 두 기자
 

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 ⓒ KBS 1TV

 
- 패트릭 쇼벨 기자가 나오잖아요. 로숑과 쇼벨은 어떤 관계인 거죠?
"둘이 친분이 있었던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고 둘이 우연치 않게 프랑스 기자였고 우연치 않게 만나게 돼서 경로가 비슷한 것뿐인 것 같아요."

- 당시 취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땠다고 해요?
"굉장히 어려웠죠. 일단 의사소통이 안 됐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제일 큰 어려움을 말씀하셨고요. 제대로 상황 파악이 안 된 채 취재 들어갔기 때문에 무엇을 더 집중적으로 취재를 해야 될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요. 단순하게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찍었기 때문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불분명한 게 좀 있었죠."

- 쇼벨 기자는 지금도 현역 기자로 활동하는 건가요?
"맞아요. 영상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크라이나 영상도 직접 쇼벨이 찍어서 보내주는 거고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쇼벨 기자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나 봐요?
"쇼벨은 로숑보다도 훨씬 더 많이 기억을 많이 하고 있었고요. 뚜렷하게 기억하는 편이었죠. 그때 당시에 자기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분명하게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요."

- 로숑과 쇼벨 기자가 광주에 갔는데 어땠나요?
"일단 광주에 다시 온다는 거 그 자체에 대해 이분들이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뜻깊은 일이었고 자기가 취재했던 그 장소에 가서 그때 그 사진을 찍었던 생존자분들을 만났다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감명 깊어 했고 그래서 억지로나마 시간을 내서 저희 광주를 찾아오려고 했었죠."

- 광주 도착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일단은 신기했다는 반응이 맞을 것 같아요. 그때 당시 광주가 굉장히 농촌에 가깝고 도시화는 안 되어 있었으니까 이렇게 건물이 높게 들어서고 그때가 이곳이었다고 하면서 굉장히 놀라워하는 부분들이 많았었죠. 그런데 전일 빌딩이나 옛 전남도청 공간에 갔었을 때 '이곳만큼은 그때 당시 1980년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그때 취재했던 내용들 회상하시기도 하고 떠올려 보시기도 하면서 그때 당시 감상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더라고요."
 

KBS 1TV <다큐인사이트> '로숑과 쇼벨 1980' 편 ⓒ KBS 1TV

 
- 꼬마 상주였던 조천호씨와 두 기자가 만났잖아요. 사전에 몰랐나요?
"두 기자에겐 만날 수 있다고만 말을 해놨었어요. 사실 그게 연출이 가미된 부분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조천호 선생님께 프랑스 두 기자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만나실 의향이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조 선생님은 자기를 찍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고 그때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만나보고 싶다고 말씀했죠. 

사실 쇼벨 같은 경우에는 다른 분들을 만나고 싶어 했는데 그 다른 분들은 모두 촬영을 거절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쇼벨이 좀 더 집중하고 싶었던 분들이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고요. 로숑은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정이 없는 채 광주에 왔었는데 사실 실제로 조천호씨도 늦기도 했고요, 그러다 그런 조천호씨에 대한 감정들이 좀 더 잘 살아났던 것 같아요."

- 엔딩을 사진으로 끝냈는데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 많은 시민이 광주 민주 항쟁에 참여했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조사해서 이분들인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겠어요. 이 사진 속의 사람들이 누군지 알려주시면 제가 또 취재 해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거죠."

- 제작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가 좀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 이분들을 좀 더 잘 부각시킬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던 거고요. 그다음에 쇼벨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인데 저때까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신념이 분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던 건데 그거 하나만큼은 배워서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 마음 가지고 5.18 취재를 더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사람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게 많을 거 같은데 얘기할 게 있나요?
"열심히 취재했는데 통편집된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요. 일단 전일 빌딩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취재했지만, 날아갔죠. 그걸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고요. 권정생 재단이 제일 큰 아쉬움이죠. 권정생 선생님 혹시 아세요?"

- 동화 작가분 아니신가요?
"맞아요. <강아지 똥> 그리신 동화 작가님이신데 1980년 당시에 광주의 소식을 잘 모를 법한 시대임에도 권정생 선생님은 1980년도에 광주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계셨고 1988년도에 한겨레 신문이 처음으로 조천호 사진을 가지고 기사 특집 기사를 썼을 때 권정생 선생님은 그 기사를 보고 자신이 아직도 진정하게 5.18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조천호씨에 대한 편지를 쓰셨거든요. 근데 그 편지도 차마 전달하지 못했었어요. 그런 아쉬움을 저희 방송에도 담아서 조천호의 상징성과 조천호와 권정생 선생님과의 관계를 조금 더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방송 분량상 삭제된 게 아쉬움이 컸죠."
김재형 5.18 꼬마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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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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