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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도 "단순 정비"라는데... 뜸들이는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 업무 전문성 주장하며 정규직 전환에 미온적... 4차 간담회서 재논의하기로

등록 2023.05.24 17:13수정 2023.05.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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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5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법원행정처와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 이탄희 의원실 제공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더디다. 전문가도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은 단순 정비에 가깝다고 판단했지만, '원청' 법원은 '장애 발생시 빠른 대처를 보면 하청노동자는 전문기술을 보유, 직고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원행정처,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3차 간담회를 열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초청, 핵심 쟁점인 '법원 전산직 업무의 전문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그간 행정처는 법원의 전산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다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단순 유지·보수 업무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흥준 교수는 "전문성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살펴보면 고도의 엔지니어링 자격을 갖추는지, 고비용의 장비를 사용하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분야들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제외대상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전산직의 경우는 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지, 혹은 높은 수준의 자격 요건이 요구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정비 수준"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과거 법원의 승강기 유지보수 인력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까닭 역시 ▲전문교육과 자격증 등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노동자들이 현재 법원에는 파견돼 있지만 법원 일이 끝나면 또다른 기관으로 파견될 수 있는 등 '회사 소속'이란 점이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 발생시 빠른 해결을 해야 하는 것도 전문성의 문제 아니냐'는 행정처 쪽 의견에 "위급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이란 것이 정규직 전환을 막는 이유가 되나 싶다"며 의문도 표했다.

"전향적 결정 내리면..." 그래도 '난색' 표한 행정처

정흥준 교수는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민간이 갖고 있는 기술은 주로 보안솔루션인데, 법원행정처가 용역을 준 노동자들의 과업에는 보안프로그램이 없다"며 업무 범위를 봐도 이들의 정규직 전환 제외 이유를 '전문성'으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법원에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면 어떨까 싶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처우가 엄청나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고용의 안정성과 차별 문제 등만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창우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장은 "(행정처) 사법등기국에서 (저희 업무 가운데) 보안솔루션이 있는지, 임금수준이라든지 이런 걸 한 번 실태를 파악해서 함께 실사를 가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최근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장도 행정처 관계자들에게 "저희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저는 24년째 일하는데 회사가 5번 정도 바뀌었다. 실사가 필요하고, 그런 부분을 다시 한 번 보지 않으면 서로 다른 말만 하고 합의점을 못 찾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행정처는 실사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동기 사법등기심의관은 "등기소는 많은데, 실제로 상주하는 분들(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이) 모든 등기소에 나가 있지 않다"며 특정 등기소 업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박천규 전산정보관리국장 직무대리는 컴퓨터 OS(운영체제) 설치 관련 오류가 발생했을 때 하청업체가 보유한 프로그램으로 신속히 원상복구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이 또한 업체 차원의 전문성이라고 주장했다. 

양쪽은 결국 '전문성'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간담회를 마무리지었다. 다만 다음 간담회 전까지 행정처는 정규직 전환시 우려되는 전산장애 처리 문제, 하청노동자들은 그 대응책 등을 정리한 뒤 4차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관련 기사]
파업 후 6개월... 마침내 노동자와 마주앉은 '원청' 법원 https://omn.kr/22jwr
#이탄희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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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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