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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 최하점 줬더니... 무용과 교수 공채 후 벌어진 이상한 일

공주대 심사위원 교수 징계받고 임용때 영어강의 제외 추진... 원성수 총장 관련 억측 난무

등록 2023.05.26 04:31수정 2023.07.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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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전경 ⓒ 박순택

 

충남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인 국립공주대학교가 교수 성 비위 사건을 비롯해 물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교수 공채 규정에서 영어공개강의를 삭제하려다 교수회 반발에 부딪치자 미뤄두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해 총장의 명예와 대학의 신뢰도를 손상할 법한 소문과 억측까지 돌고 있다.

공주대, '영어공개강의 삭제' 시도

공주대는 지난 3월 교수회(회장 서정호 교수)에 공문을 보내 '전임교원 공개채용업무 시행지침 일부 개정 지침'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개정 지침에서는 심사 항목 가운데 영어 강의가 원칙인 외국어 공개강의를 삭제했다. 공개 강의 '심사내용과 방법' 조항에서 예로 든4개 학과 가운데 무용학과의 경우 '국문 공개강의 및 무용시연 심사'라고 명시했다. 개정 지침은 2023년 3월29일부터 시행한다고 부칙에 명시했다.

교수회는 즉각 반발했다. 대학 측의 검토 요구 공문 접수를 거부하고 돌려보냈는데 공문을 받을 경우 대학 측이 교수회 측의 '검토' 절차를 거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개정 지침을 강행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서정호 공주대 교수회장(겸 국공립 교수노동조합 공주대 지회장)은 "교수회가 심의기구일 뿐 의결기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침 개정에 (반대) 의견을 내도 대학 측이 밀고 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원천봉쇄 차원에서 아예 공문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정호 교수회장은 "영어공개강의 규정은 국립대 교수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든 전공이든) 골고루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몇십년 전부터 이어온 것인데 전공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영어를 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공주대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33년간 전임교원채용지침이 42번 바뀌었다. 특히, 현 제7대 원성수 총장 재임 기간에만 8번이 바뀌었다.


불과 지난해 10월에 일부 개정한 교수채용시행지침에도 영어공개강의 규정은 남아있었다. 기존 전임교원 공채업무 시행지침의 심사 절차는 '기본자격심사>전공일치도심사>연구실적물 심층심사>공개강의심사>외국어 공개강의심사> 면접심사'로 6단계가 기본이었다. 다만 교수채용공정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외국어 공개강의심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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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개강의 심사 규정 삭제 공주대 교수채용지침, 발췌 (2023.3.29~, 현재 보류 중) ⓒ 박수택

 

원성수 총장 "의혹 전혀 사실 아냐... 강사와 안면은 있다"

왜 공주대는 6개월도 되지 않아 영어공개강의 규정을 삭제한 지침으로 또 개정하려 했을까. 대학 안팎에서 여러 의문이 일고 억측이 제기됐다. 관련해 지난 2월 예술대 무용학과의 교수 채용 심사를 둘러싸고 심사위원 교수 2명이 징계를 받은 일이 거론됐다. 심사에 참여한 무용 전공 예술대학장과 무용학과장이 2월1일자로 '주의' 처분을 받았다.

두 교수는 무용학과 교수 공채에 응모한 A 후보자에게 영어공개강의와 무용 시연 부분에 동시에 최하위 점수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에서 탈락한 A 후보자는 공주대 측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교무처장이 위원장인 교수채용공정관리위원회는 예술대학장과 무용학과장에게 '불공정 심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관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기자에게 주의 처분 사유로 임용 후보자에 대한 '인격침해'를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인격침해'와 유사한 내용이 이번 개정 지침에 새롭게 포함됐다. '심사내용 및 방법' 항목에 '※ 공개강의 심사 시 심사위원은 지원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 발언(예, 지원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지난친 압박 면접 등은 지원자에게 본인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음)은 삼가야 한다'고 적시됐다. 지난해 10월 개정에는 없던 부분이다.

교수를 둘이나 주의 처분을 받게 한 임용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공주대 내에서는 말이 분분했다. 주로 총장의 명예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총장 딸의 친구라거나 딸 또는 딸의 친구들을 가르친 무용가라는 것이다. 원성수 공주대 총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기자에게 단언했다.

원 총장은 "해당 후보자가 무용과 시간강사여서 안면은 있다"고 밝혔다. 또 "딸이 중학생 때 학과 교수를 통해서 딸이 다닐 만한 방송무용학원이 어디 있는지 소개를 받았고, 지역 문화제나 무용 페스티벌에서 공주대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인사를 나눈 정도일 뿐"이라고 했다. 교수 징계에 대해서는 "임용심사에서 떨어진 시간강사 여성의 이의신청과 정보공개 청구를 살펴보니 영어강의와 무용 시연에 내린 두 심사위원의 점수가 똑같아서 공정관리위원들이 상식적이지 않음을 지적한 모양"이라고 밝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공주대의 교수임용지침 개정이 무용과 심사위원 징계와 맞물리면서 학내에서 억측과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주대 교학과 측은 "외국어 공개강의심사를 없앤 것이 아니라 공개강의심사에 포함해 학과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며, 무용과의 경우는 이제까지 규정에 없이 하던 무용 시연을 지침에 넣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성수 현 총장은 오는 5월31일로 4년 임기를 마친다. 이미 선출된 새 총장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 임명 절차는 오리무중이다.

서정호 교수회장은 지난 3월 31일 교수들에게 보낸 공지 메일을 통해 신임교원 채용 규정 개정에 관한 내용은 대학의 현 집행부 측이 전면 백지화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공주대 교학과 측은 "교수회가 규정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오는 2학기부터 개정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립 공주대 학내의 분열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론보도] <공주대학교 '전임교원 공개채용업무 시행지침' 일부 개정> 관련

본보는 지난 2023. 5. 26.자 사회면에 <영어강의 최하점 줬더니...무용과 교수 공채 후 벌어진 이상한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2023년 3월에 작성된 '전임교원 공개채용 업무 시행지침(안)'은 특정인을 위해 개정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각 학과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권한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개정하려고 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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