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진상조사 회피한 김남국, 결국 무책임한 탈당 돼버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

등록 2023.05.25 13:58수정 2023.05.25 13:58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2일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당의 쇄신을 촉구하면서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에 대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 옹호하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청년 정치인들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2주가 지난 지금,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과 지난 24일 전화 연결해 김남국 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동, 위법 여부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
 
a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왼쪽부터),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청년정치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 김남국 의원 관련 기자회견에 비대위원님도 참여하셨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공격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비판하시는 분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죠. 저는 비판할 부분에 대해 의견 내는 것 자체에 대해 전혀 불쾌하지 않아요. 그건 소통이니까요. 그런데 욕설을 하신다거나 너무 협박하고 아예 공론장을 나가라는 식의 주장 들으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 문제엔 목소리 안 내면서 왜 민주당 문제를 비판하고 나서느냐'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요.

"정치 자체가 경쟁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자보다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못 하는 지점 짚는 건 당연한 생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경쟁하는 상대만 바라보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상대방보다 잘해야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자기 문제라도 스스로 해결해야죠.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돈 주고받았다는 의혹이나 혹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를 하기 위해서 상임위원회, 그리고 심지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보고 받는 자리에서 코인 거래를 했다는 건 아무리 우리 당의 문제고, 설사 그 문제 짚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우리를 공격할 만한 빌미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잘 드러내서 바로잡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왜 보수언론에 먹잇감을 주냐'고도 하는데.

"김남국 의원의 문제를 우리가 잘 드러내고 반성하자고 하는 건 (보수언론에) 먹잇감 주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들 눈높이에 너무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정말 별문제가 아닌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거라면 그런 비판을 하실 수 있겠지만 이것은 많은 국민들이 '국회의원도 그냥 각자도생하고 있었구나. 그럼 내가 굳이 세금을 왜 내야 되나'라는 식의 생각까지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는 게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이기도 한데.

"지금 당장 진실을 알 수는 없죠. 소위 시중에 도는 이야기 중에, 검찰이 캐비닛에 (사건을) 넣어 놓고 있다가 타이밍 좋을 때 내놓는다는 의심도 있잖아요. 그런 의심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의심이 있는 것과 별개로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우리의 잘못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의 기획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그것 자체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코인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란 의견은 어떻게 보세요?

"코인 투자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고, 국회의원 신분이더라도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 논의가 되는 건 위법 여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직업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비판이에요.

국회의원에게 1억 5천에 가까운 세비를 주고 보좌진들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입법권과 다른 정보 열람권 등 상당한 권한을 주는 건 그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에는 아주 집중해서 공동체의 문제, 사회의 문제 풀어주기를 기대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완전히 저버린 행동한 거죠.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동을 한 것은 위법 여부랑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죠.

김남국 의원의 행동은 지금 보도된 것만 봤을 때 통상적 시간 때우기 위해서 하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가상화폐 거래의 규모, 빈도 그리고 시점을 봤을 때 여러 차례의 상임위에서 거래했다는 게 보도되었잖아요."

- 김남국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보세요?

"저는 김남국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업윤리를 아주 심각하게 저버린 것이 첫 번째 본질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직업 윤리적으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아주 소수의 몇몇 의원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는 돈 벌면 안 되냐? 가난한 정당이어야 되냐'라거나 '진보가 도덕성을 지켜야 된다는 건 폐기해야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요. 국회의원의 직업 윤리쯤은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한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다음에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이 문제의 두 번째 본질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의원의 직업윤리를 뭐라고 보세요?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최소한 자기 직무에 최선 다한다는 것이 일단 있겠죠. 근데 지금 김남국 의원과 관련된 것 보면 최선을 다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보는 게 훨씬 더 상식적인 판단 같아 보이고요. 두 번째 국회의원은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길 기대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까 상당한 권한을 주는 거죠. 그런데 가상화폐 자산을 그 정도 빈도로 거래했다는 것, 심지어 업무에 집중해야 될 아주 분명한 시기에도 그랬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해명하는 과정의 태도가 논란을 더 키웠다고 생각해요. 

당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조사할 때는 물론, 진상조사단 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부를 보여줬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관련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이건 문제가 안 되고 다 소명하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과도 배치될뿐더러, 되레 더 의혹을 낳으면서 논란이 커졌어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드러내고 필요한 부분은 사과하는 태도가 아니라 숨기고 있는 모습이죠."

- 그럼,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 탈당한 건 어떻게 해 보세요?

"개인의 탈당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무책임한 탈당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진상조사에 응한 다음에 그것과 관련된 처분이나 징계를 받고, 진상이 확인된 다음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탈당한 게 아니라, 이를 회피하고 탈당하는 꼴이 되어버렸죠. '당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인은 주장할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진상조사 회피하기 위한 탈당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들이 다시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게 노력해야"
 
a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연설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이 대선 자금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는데.

"이 사안을 더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하태경 의원실에서 제보를 받았다고 하면서, 대선 자금과 연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일축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주장을 하려면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따라붙어야 돼요.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대선 자금과 연결될 수 있다'고만 반복해서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정치적 공세로 보이고, 만약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겠죠."

-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죠. 늦었다는 지적도 있던데.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쇄신 의총을 한 날이 일요일(5월 14일)이었고 쇄신 의총 문안에 관련한 제소를 하겠다는 분명한 행위까지 담아서 발표하고 다음 날 제소했다면 이런 비판이 안 나왔을 텐데 며칠 있다 제소하게 된 거잖아요. 좀 아쉽죠. 그러나 제가 듣기로는 윤리위에 제소하지 않으려고 했다기보다, 이미 윤리위에 국민의힘이 제소했기 때문에 그 절차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당이 스스로 반성한다는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저희가 더 일찍 제소를 하는 게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남국 의원 문제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던데.

"지금 현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는 게 사실인데 저는 김남국 의원의 문제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남국 의원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지금 이재명 대표 체제가 더 크게 흔들릴 수도 있고, 이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신뢰가 쌓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질 수도 있어요. 

만약 민주당이 (윤리위) 제소는 했지만 실제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리더십에 금이 갈 테고, 그게 아니라 징계 절차를 진행해서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인다면 되레 신뢰가 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 체제의 대응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 공교롭게도 이낙연 전 대표가 6월에 귀국하잖아요. 이낙연 전 대표 귀국이 민주당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그것만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더 의심받는다든가 이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발생하는 위기를 잘 대응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흔들리는 거지, 그게 이낙연 대표의 귀국과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최근 정치 전체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20대 같은 경우 무당층이 절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오죠. 저는 정치권이 무너진 신뢰 회복하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탓하면서 '저쪽이 더 못하니까 우리는 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제발 버렸으면 좋겠어요. 이걸 버려야만 정치가 이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가 너무 절실합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 위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그렇고, 개인이 벗어날 수 없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래요. 그리고 수도권에 50% 이상의 인구가 몰려 있는 상황이 계속 가속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풀기 위해서도 너무 정치가 절실합니다. 정치에 시민들이 다시 신뢰를 줄 수 있게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지웅 #김남국 #코인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