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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에 미쳐서 3년째 전국일주 다닙니다

[인터뷰] '전국김밥일주'의 저자 정다현

등록 2023.05.25 13:50수정 2023.05.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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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누가 처음 선언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한해서는 맞는 말이다. 전국의 김밥 맛집 136곳을 소개하는 책 <전국김밥일주> 말이다. 국내 유일 김밥 큐레이터인 정다현 작가가 전국을 2년간 순례하며 온몸으로 말아 쓴 김밥의 대동여지도 같은 책이다.

"김밥? 김 위에 밥을 펴 놓고 대충 아무 식재료를 올린 다음 돌돌 말면 끝나는 거?"
 

이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닭가슴살, 사과가 가득 들어간 김밥부터 산더덕, 꼬시래기, 반건조 오징어가 들어간 김밥, 심지어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글로벌 고추냉이김밥과 가수 폴 킴이 즐겨 먹어 더 유명해진 전복톳나물김밥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김밥이 어딘가 존재하며 누군가는 지금도 맛있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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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김밥일주 표지 ⓒ 가디언

 
정다현 작가는 김밥에서 도대체 어떤 매력을 찾았기에 다니던 대기업도 때려치우고 김밥 하나에 인생을 걸기로 선언했을까?


2년 넘는 기간 동안 전국 400곳 이상의 김밥집 도장을 깨고 있는 정다현 작가에게 긴급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왕이면 김밥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역시나 지방에서 김밥 일주 중인 작가와 만날 수 없어 이메일과 메신저로 얘기를 나눴다.

-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김밥에 미쳐서 3년째 전국김밥일주 중인 정다현입니다."

- 다니던 회사가 코로나로 사정이 안 좋아지자 예고 없는 인사발령을 냈고, 현장 스태프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왕 그렇게 된 김에 늘 꿈꿔왔던 일을 해보자고 그 길로 사표를 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꿈인지?
"퇴사할 당시에는 사실 막연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일단 하자였다. 사실 누군가가 보면 대책 없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흘러가는 삶에 끌려다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만의 삶, 인생을 꾸려가고 싶었다.

서른이 되기까지 정말 많은 것에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곧 다가올 30대에는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것에 도전하고 경험했기에 이렇게 좋아하는 걸 찾고 또 도전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게 뭘까 적어보다 생각난 게 김밥이었다."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고 수줍게 표현했지만, 작가의 짧은 인생은 도전 그 자체라고 할 정도였다. 등산하다가 땀 흘리는 등산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얼음 커피를 팔러 다니기도 하고, 코레일에서 주최한 국토대장정 '청년보부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육포를 팔았다. 장사의 재미를 느끼고 지인들과 함께 수제 버거집을 창업하기도 하고, 등산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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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산 중인 정다현 작가 ⓒ 정다현

 
-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김밥 말고도 많다. 왜 하필 김밥에 빠지게 됐는지?
"김밥은 한 주에 서너 번 이상은 꼭 먹을 정도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큰 음식이기 때문이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어린 시절, 그래도 집 앞 골목에 있는 김밥가게에서 '김밥' 하나만큼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당시의 김밥은 햄과 오이, 어묵, 달걀, 단무지가 들어가는 단순한 김밥이었지만, 할머니가 말아주시는 따끈한 김밥은 늘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했던 나에게 든든한 한 끼였다."


- 이렇게 다양한 김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것이 진정한 김밥의 매력 아닌가 싶다. 사실상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료를 넣을 수 있으며, 다른 재료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맛이 달라질 수 있는 레고 같은 매력! 그런 면에서 김밥 창의력 대회 같은 것도 있는지 궁금하다.
"김밥과 관련한 활동들은 많이 없더라. 그게 많이 아쉬웠다. 떡볶이 경연대회나, 떡볶이 페스티벌 같은 건 많은데 김밥은 없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

- 책에서 총 136곳의 김밥집을 소개했다. 시간만 된다면 책에 나온 모든 집을 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중에서 단 한 곳만 가야 하는 잔인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왜 그 집인지?
"진짜 잔인한 질문이다. (웃음) 한 번 더 가고 싶은 집이 많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먹어주는 김밥집이 있다. 낙성대역에 있는 '오월의김밥'의 밥도둑김밥이다. 집이 가깝기도 하고,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 중 달걀을 좋아해 이 김밥을 좋아한다. 이 김밥은 풍성한 계란지단에 매콤한 땡초어묵이 들어가는 게 특징. 그리고 최근에 정말 맛있게 먹은 곳이 있는데 잊지 못한다. 홍제역에 '다시밥'이라는 곳인데 거리만 가까우면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이곳은 책에 실리지는 않았다). 김 대신 유부로 말아낸 유부김밥과 시원하고 깔끔한 무떡볶이가 최고!"

- 책을 아직 못 본 독자들을 위해 '세상에 이런 김밥이!' 탄성이 저절로 나왔던 정말 특이한 김밥을 소개한다면?
"부산에 정말 특이한 김밥이 있다. 영도에 있는 사또분식이라는 곳인데, 비빔김밥이라는 메뉴를 판다. 김밥과 비빔당면 소스를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이다. 먹는 방법도 특이한데 만드는 방법도 특이하다. 팔팔 끓는 육수에 썰어놓은 김밥을 두 번 정도 토렴한 다음 그릇에 담고, 당면과 양념장 소스를 넣어준다. 비주얼은 요상하지만, 맛만큼은 최고!"

- 다른 사람이 만든 김밥 말고 본인도 김밥을 자주 만드는지? 그렇다면,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만들고 싶은 김밥은?
"사실, 김밥을 먹기만 많이 먹고 잘 만들어보진 않았다.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김밥을 소개하지 못해 아쉽지만 얼마 전부터 요리학원을 등록해 김밥 싸는 법도 배웠으니, 조만간 보여 드릴 날이 올 것이다. 최근 '밥풀이네 김밥집'이라는 김밥 유튜브를 열었는데, 전국을 다니며 먹었던 김밥들을 만들어보는 등 재밌는 콘텐츠들을 보여 드릴 예정이다."

- 김밥을 소개하는 채널을 운영해 10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모였다. 앞으로 김밥큐레이터로서 어디로 향할 예정인지?
"한국의 김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콘텐츠로 알리는 방법이고 현재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밥을 알리고 있다. 또한, 김밥과 관련한 재밌는 일들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김밥 페스티벌을 연다든지, 다양한 브랜드와 재밌는 협업을 한다든지).

나아가, 나만의 김밥 브랜드를 만들어 전 세계에 맥도날드처럼 까는 게 내 꿈이다. 그리고 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김과 밥에 관한 탐구와 공부도 이어나갈 것이다(밥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기 위해 공부 중이다)."

내가 정다현 작가를 처음 안건 등산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고작해야 북한산, 도봉산이 전부였던 내게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를 찍고 돌아온 그의 계정은 말 그대로 눈부셨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안 보여서 궁금했었는데, 전국 김밥 왕으로 돌아왔다. 정다현 작가의 바람처럼 전 세계에 김밥이 널리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의 또 다른 도전을 응원한다.
 
20년간 '김밥테이너'로 살아오며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김밥과 착 붙인, 김밥에 이리도 진심인 분을 만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기에 눈물나게 반갑고놀랍기까지 했다. (중략) 김 따로 밥 따로 속 따로 아닌 김과 밥이 다 했다,라는 본질을 우물거리며 이 역사적인 김밥책을 통해 김밥도 인생도 잘 말아줘~ 잘눌러줘~" – 자두(뮤지션)

전국김밥일주 -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김밥 맛집 136

정다현 (지은이),
가디언, 2023


#김밥 #맛집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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