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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국힘의 초법적 집회 금지, 물대포까지 소환하다니...

[주장] 야간집회금지 이미 위헌 판정... 백남기 농민 사건 잊었나

등록 2023.05.28 11:46수정 2023.05.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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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를 살려내라" 2016년 2월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지난해 11월 27일 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 병원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두개골이 박살이 났는데 이게 어떻게 단순골절이냐."

2015년 11월 14일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던 쌀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던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17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사망 후 검찰은 병사, 즉 물대포를 맞고 죽은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사망한 것이라며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나섰다. 물대포를 맞고 넘어지면서 두개골에 골절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사인은 이후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다른 원인이기에 부검을 통해 이를 입증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위 발언은 백남기 농민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현한 윤일규 신경외과 전문의의 발언이다.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면서 두개골이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백 농민의 317일간 치료를 "의학적으로 이미 뇌간 사망 상태의 환자를 연명 치료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물대포가 사람의 두개골을 박살을 낼 정도로 강력하고 위험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후 다행히도 더는 시위현장에 물대포가 등장하지 않았다.

국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의 초헌법적인 발상

그런데 이렇듯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함께 무덤 속으로 사라졌던 물대포가 최근 다시 소환되고 있다. 지난 19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1박 2일 집회를 거론하며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며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사실상 물대포의 재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물대포를 다시 꺼내자는 발생은 그 자체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이미 2020년 4월 23일 물대포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직사살수 행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기까지 했다(2015헌마1149). 박 위원장의 물대포 소환은 초헌법적인 발상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집회에 관한 위헌적 움직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2일 "오전 0시에서 6시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집회대응 과정의 경찰력 행사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겠다"라는 추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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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라도 사용해야 한다? 논란의 박대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맨 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시위와 관련해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막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강제해산을 위해 물대포라도 사용해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 남소연


2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 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고통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호할 것이며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의 야간옥외집회 금지 입장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백남기 농민 사건처럼) 문제가 발생해도 면책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야간집회 금지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임이 확인된 사안이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야간옥외집회에 대한 허가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따라서 집시법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은 헌법 제21조 제2항(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금지되는 허가제를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했다(2008헌가25).

백성 입 막으려던 려왕이 맞이한 결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적 집회 금지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정부·여당은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상 집회의 사전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헌법재판소는 위에 판례에서 집회의 허가제는 헌법 제21조 제2항(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금지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미 위헌결정을 받은 집회 허가제를 정부와 여당이 꺼내 든 것이다.

이렇듯 정부·여당은 연이어 위헌적인 집회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듯 위헌적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그 시작부터가 위헌적 발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건설노조를 건폭(건설 폭력배)이라, 민주노총을 민폐노총이라 비판하며 시작된 집회에 대한 공격은 그 자체로 위헌이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헌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공격하려니 당연히 그 방법 역시 헌법에 어긋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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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집회는 민심의 직접적인 표출이다. 집회를 막는 것은 민심을 막는 것이다. 위법과 불법이라 비난해도 노동조합의 탄압과 부정은 헌법에 대한 부정이다. 민심을 등지고 노동자를 탄압해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탱크로 밀어버리자며 부마항쟁을 술자리 안주로 삼았던 박정희는 부하의 총에 쓰러졌다. 국민의 저항을 무력으로 탄압했던 전두환 정부는 6월 항쟁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물대포로 민심의 표출을 억압했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탄핵을 당하고 말았다.

민심을 탄압하려는 정부와 여당에게 중국 주나라 소공이 려왕에게 했던 충언을 소개해 주고자 한다.

防民之口 甚於防川(방민지구 심어방천)
川壅而潰 傷人必多(천옹이궤 상인필다)
民亦如之(민역여지)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흐르는 물을 막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입니다(防民之口 甚於防川). 흐르는 물을 막으면 터져서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됩니다(川壅而潰 傷人必多). 백성들 또한 이와 같습니다(民亦如之)

백성의 입을 막으려던 려왕은 결국 민란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집회금지 #옥외집회 #건설노조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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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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