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회사가 망했는데, 밀린 월급과 퇴직금은 어떡해야 하나요?

회사의 파산과 근로자들을 위한 마지막 비상구, 대지급금

등록 2023.05.26 13:33수정 2023.05.26 13:57
0
원고료로 응원
a

뻔한 월급 통장은 금방 빈자의 길을 걷고 근심 지갑은 두터워지는 게 5월이다. ⓒ pixabay

 
5월은 근로자들에게 자존감 회복의 달이다. 근로자의 날과 노동 관련 행사가 넘쳐나는 달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존심 추락의 시기이기도 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까지 돈이 들어가야 할 사정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이다. 뻔한 월급 통장은 금방 빈자의 길을 걷고 근심 지갑은 두터워지는 게 5월이다.

2023년 들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경제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이 처한 현실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느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배 아픈 뉴스도 간혹 눈에 띈다. 반면 직장갑질 119 상담방에는 부당해고나 불법해고, 임금체불에 대해 도와달라는 사연이 넘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자신이 속한 기업의 규모는 끊임없이 굴레가 된다.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300인 미만이나 30인 미만 혹은 5인 미만인지 여부에 따라 다양한 법률에서 복잡다단하게 규제와 통제를 받는다.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그 집단에 속한 근로자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흔든다. 정권이 바뀌면서 불어 닥친 근로시간 연장과 최저임금 문제까지 더하면 누군가의 가슴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온다.

작은 회사에 다녔던 A씨의 속사정

작은 식품가공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걱정이 태산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던 회사가 최근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거듭된 거래업체의 부도로 파산 직전의 위기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거의 이십여 년 간 다니던 직장이었다. 수년 전에 자동화 설비추진에 따라 감원을 추진할 때도 어찌어찌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월급까지 밀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집안에 돈 들어갈 데는 많았고, 나이는 아직 한창이었다.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밀린 월급도 그렇고, 퇴직금은 받을 수 있을까? A씨는 앞날이 막막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여기저기 검색하다보니, 각종 블로그와 지식인 답변에 애정 어린 글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의 설명으로 보이는 몇 개를 골라 읽어도 목이 말랐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전문가를 찾아갈 필요성을 느꼈다.

첫 번째로 노사관계와 노동관계 전문가인 공인노무사. 역시나 그쪽 분야의 전문가답게 논리적이고 법률적인 조언이 있었다. 임금채권보장법에 규정된 대지급금 지급 신청 절차를 통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주로 체불임금과 실업급여 등에 대한 상담이었지만, A씨 입장에서는 뭔가 아쉬웠다. 도움이 필요할 때 선임할 것을 약속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커졌다. 실제 회사 파산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분들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두 번째로 시골 친구의 대학 동창이라는 회생 파산 전문 변호사. 인맥을 통해 소개받아 그런지 환대를 받고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변호사에게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법률적 대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주로 채무자인 회사 측의 입장을 대변한 까닭에 노사관계와 근로자 체불임금 관련 법률 상담은 한계가 있었다.

회사가 부도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산절차에 관한 얘기를 들었지만, 현재 A씨가 처한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물론 체불임금에 대한 소송 제기 등과 관련해서는 나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송은 최후의 수단일 뿐 먼저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

회생법원에서 불편한 희망을 듣다

결국 A씨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지인의 귀띔으로 회생법원을 찾게 되었다. 법인파산업무에 경험이 많은 담당자로부터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법원의 업무 영역에 속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후 대화를 진행했다(이 분야는 노무사나 노사관계 전문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크다고 했다).

Q: 혹시 재직하고 계신 회사의 재무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시나요?
A: 네, 액수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현재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Q: 현재 시점에서 회사가 법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나요?
A: 저도 전해들은 얘기이기는 한데. 아마도 사장님이 파산신청을 할 거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최근에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도 만나고 그런다는...

Q: 회사 규모는 어떠한가요? 예를 들어 재직하시는 임직원들의 인원수?
A: 네, 저희 회사는 크지 않아서 대략 50여 명 안팎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 배 정도는 되었는데.... 자동화 설비 교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Q: 일단은 상황을 가정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회사는 도산절차로 진행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는 밀린 월급과 퇴직금 등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겠죠?
A: 네,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져서 문 닫는 거는 가슴 아픈 일이긴 한데. 제 입장에서는 먹고살아야 되니까. 밀린 월급하고 퇴직금 받는 것도 중요하죠...

Q: 법인회생절차에서는 임금과 퇴직금은 공익채권으로 수시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파산절차에서도 임금 등은 재단채권으로 변제받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환가할 재산이 없어 지급받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혹시 대지급금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죠?
A: 아! 네... 저번에 노무사님이 말씀해 주셔서 어떤 제도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의 수행을 위하여 인정된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원칙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후의 원인에 기하여 생긴 청구권을 말한다.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절차 개시 전의 채권이지만 특별히 공익채권으로 인정받는다.

임금 등의 공익채권은 수시로 관리인에 의해 변제받을 수 있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자에 우선하여 파산재단으로부터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는 청구권으로 채무자(회사)의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이 이에 속한다. 근로기준법은 최근 3개월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에 한정하는 제한이 있으나, 파산절차에서는 이러한 제한 없이 그 전액이 재단채권으로 인정된다.

(도산)대지급금을 신청하려면

Q: 대지급금 관련해서는 전문가인 노무사님이 더 자세하게 얘기하였을 겁니다. 대지급금은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해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회사의 도산절차 신청이죠. 근로자 입장에서는 밀린 월급 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막상 회사에서 도산절차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 상당히 피곤한 민사절차로 이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소송을 제기해서 확정판결을 받는 절차까지 가야되는 거죠. 여기까지는 이해하시겠죠?
A: 네,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그런지 머리에 콕 박히는데요... 그런데 혹시 국가로부터 대지급금으로도 지급받지 못한 체불임금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네, 좋은 질문입니다. 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지급금을 지급받고도 미지급된 금액이 있을 경우, 다시 파산절차에서 파산관재인에게 이를 증명하여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A: 아! 그러면 거의 두 제도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 대부분이겠네요. 

Q: 결과적으로는 그런 셈이죠. 대지급금 지급조건에 회생파산절차가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임금채권보장법에서 도산 등 사실인정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청기한까지 특정하고 있어서 유의하셔야 합니다.
A: 그러면 회사가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저 같은 경우에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겠네요...


임금채권보장법과 그 시행령에는 대지급금 지급조건과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첫째, 회사가 법원에서 법인 회생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 결정이 있을 것. 둘째, 상시 근로자 300명 이하 사업장에서 경영 악화로 사업이 폐지되었을 것. 셋째, 사업 폐지된 회사에서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음을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인정받을 것... 그리고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이와 같은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회사의 파산신청이 근로자를 위한 마지막 배려일수도

Q: 그렇죠.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상황과 사정이 있겠지만, 사업을 접을 경우 가능하면... 직원들이 대지급금을 통해 국가로부터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파산절차를 신청해주면 바람직하겠죠. 사실 직원들이 회사에 파산을 신청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쩌면 함께 회사를 위해 고생한 직원들을 위한 최후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A: 네, 선생님. 어려운 법적인 절차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지급금은 사업체가 파산하고 난 후 밀린 임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효자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나 근로자의 월급은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는 중요한 수단이어서 반드시 지급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제도적으로는 근로자가 요건을 증명하기보다는 공적인 기관에서 상호 업무 연계를 통해 조건 충족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개선책이 요구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큰 나라의 경우에도 회사가 파산하면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하물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크고 재취업이 어려운 노동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고통은 헤아리기 어렵다. A씨 또한 재취업의 기회를 갖으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대지급금과 관련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배운기 시민기자는 서울회생법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 브런치 스토리에 중복 게재할 예정입니다.
#법인 파산 #회생법원 #임금채권보장법 #체불임금 #대지급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무원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장에서 밥벌이 중입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꿈꾸고 고민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처가를 먼저 간다고?" 결혼 후 계속 그랬습니다만
  2. 2 해병대 전·현직 사령관의 두 갈래 길
  3. 3 "미X 여자", "부검해야"... 강남 학부모들의 충격적인 단톡방
  4. 4 "장사 좀 되니, 나가줄래?" 백종원도 결국 피하지 못했다
  5. 5 대구지검 잇단 좌천 인사에 검찰 조직 '술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