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영덕은 대표음식 있는데... 서울식 주점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은평구 연신내 '정서울' 정상훈 셰프

등록 2023.05.26 16:33수정 2023.05.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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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상훈?김지수 사장과 오종석 셰프.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구 연신내 번화가 반짝이는 거리를 지나 조금 한산한 골목길, 서울식주점 '정서울'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만나서 반갑다는 듯 간단한 회 한 점을 비롯한 웰컴푸드가 나온다. 작고 귀여운 모양에 눈이 즐거울 무렵에야 메뉴판이 제공된다. 항정살 구이와 페퍼된장소스, 어향소스 등갈비튀김, 양념새우장 두릅장아찌 기름국수, 구운 대삼치와 바질 파스타 등 처음 접하지만 그 새로운 조화가 맛있게 상상되는 메뉴들과 와인부터 전통주까지 다양한 술들을 만날 수 있고 다른 한편에는 다양한 베이커리까지 마련돼 있다. 무얼 선택해야 할지 잠시 당황할 무렵, 어떤 술과 메뉴를 고르면 좋을지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예쁘게 나오는 음식에 눈으로 한 번, 새로운 맛에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술과 음식의 조화에 또 한 번 놀라는 순간 사장님은 새로운 술을 한 잔 권하며 이야기를 건넨다. 색다른 메뉴와 술 그리고 편안한 공간에 머물다보면 내가 단순히 음식을 먹으러 간 건지, 좋은 공간에서 하염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온 건지 모를 정도다. 이 멋진 공간을 만들어가는 서울식 주점 정서울의 정상훈 셰프를 만나보았다.

평범하지 않지만 조화로운

- 서울식 주점이라는 말이 좀 낯설기도 한데요 서울식 주점은 어떤 것인가요?

"우리가 어느 지역에 놀러가면 그 지역의 대표음식을 만나게 되는데요. 전주비빔밥이나 영덕대게처럼요. 서울을 대표하는 음식은 뭘까 생각했는데 서울은 뭔가 하나로 이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면을 가진 지역이더라고요. 그리고 정서울의 음식 또한 어떤 한 분야의 음식이 아닌 서울처럼 다양한 면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서울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방면의 서울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랄까요? 

정말 예상치 못한 메뉴들이 많아요. 양식, 중식도 아닌 하지만 각 고유의 특색 있는 재료들과 향신료로 정서울만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 이런 음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요리를 배우면서 '이 음식은 왜 이렇게 구성되고 왜 이런 맛이 날까' 의문을 갖고 다양하게 공부를 했어요. 재료와 조리법의 특성을 잘 알고 본연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근본적으로 좋은 재료, 정확한 조리법에 대한 이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거죠.

또한 요리사는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기보다는 있는 재료와 조리법을 잘 터득해 그것의 변주를 만들어내는, 재해석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재료와 조리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화를 고민하게 됐고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생소하지만 먹어보면 새롭기도 하고 익숙한 듯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답니다."

- 독특하지만 조화로운 메뉴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군요. 술도 종류가 다양해요.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술도 많고요. 어떻게 하다 이렇게 다양한 술을 공급하게 됐나요?
  
"술과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갖게 되는 궁합, 페어링이 주는 즐거움이 있어요. 고객들이 소주와 맥주 말고도 와인, 막걸리, 전통주 등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음식도 다양하지만 술도 그에 맞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요. 

또 술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바디감과 향과 맛이 좋고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스토리가 재미있어요. 이런 것들을 손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나누고 싶었어요. 자신이 먹게 되는 술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마시면 더 재밌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좀 더 잘 설명하고 싶어 최근에는 와인학교를 다니면서 어떻게 술이 만들어지는지 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등등 알아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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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시민신문

 
-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는 것 같아요. 

"정서울이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아닌, 좋고 다양한 경험을 하실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함도 있지만, 누구랑 언제 어떻게 가서 어떤 서비스와 분위기를 느끼느냐가 그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남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어울리는 술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시간. 저희 식당에서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 좋은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나요?

"고객과 소통하는 식당이 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꾸준히 고객들을 관찰하며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그것을 반영하면서 개선점을 발견하면 메뉴를 새롭게 개발하기도 합니다. 자존심을 부리며 내가 하는 것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도 고객의 시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더 다채로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음식과 어울리는 다른 술을 한 잔씩 드리기도 해요. 웰컴푸드를 드리는 것도 반가운 마음에 드리고, 다 드시고 나가시는 길에도 꼭 문 앞까지 같이 가서 인사드려요. 오시는 순간부터 가시는 순간까지 좋은 경험이길 바랍니다."

- 진심이 가닿아 에너지가 되는 순간들이 있나요?

"좋은 시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요. 저희의 진심이 전해진 순간이랄까요? 저희 가게를 방문하러 제주도에서 매달 오시는 분도 있고 인천에 사는 분이 저희의 제일 단골이기도 하고요. 여기가 너무 편하고 좋아서 온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저희에게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좋은 시간에 대한 노력이 정말 마음으로 가닿아 관계가 형성되고 친해지니 음식을 대할 때도 더 진심을 담아서 만들게 되고요. 좋아하는 분들께 더 좋은 음식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꾸준히 함께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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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 주점 정서울의 정상훈 쉐프.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연신내에서도 굉장히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운영하기 힘든 점은 없나요?

"특이한 메뉴, 다양한 주류가 낯설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이 책정되다보니 지역 상권 대비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은평구는 사람들이 놀러오는 곳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 그 분들과 계속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으로 지속하고 있어요."

-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어른이날',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지수분식점' 등 지역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팝업행사도 진행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사실 어떤 행사나 이벤트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방문하게 되고 즐기게 되잖아요. 동네에 공연을 보거나 다양한 행사를 하는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아쉬운 마음이 겸사겸사 놀 거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팝업행사를 열기 시작했어요. 저희 음식을 코스로 즐길 수 있도록 하거나, 순대와 와인의 좋은 페어링을 알려드리는 것이 또 좋은 경험을 드리고 싶은 마음과 동일하고요. 추후에는 다른 상점과 협업을 하거나 플리마켓 같은 다양한 이벤트도 생각 중입니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원대한 꿈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루라도 더 하고 싶어요.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사람의 죽음이 생각보다 가깝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루하루 좋아하는 일을 소중하게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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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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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 주점을 만들어가는 '정서울'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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