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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 딴지걸고, 지원금 문제삼고... 강제징용시민단체 공격하는 언론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피해자 직접지원'으로만 따질 수 있나... TF 만들겠다는 국힘도 의문

등록 2023.05.26 19:30수정 2023.05.2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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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며 대법원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모습. ⓒ 유성호

 
한·일 분쟁의 핵심 사안인 강제징용 보상 문제에서, 정부가 들고나온 일방적 '제3자 변제안'은 일부 피해자들의 거부로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동아일보를 위시한 일부 언론은 강제징용 소송을 지원한 단체 공격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조선일보는 <[단독] "징용 배상금 받으면 20% 내라" 지원단체, 피해자와 11년전 약정>(5/23 김은중 기자)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0년 이상 무료변론을 지원해온 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이, 피해자들이 보상금을 받을 경우 20%를 기부하기로 한 과거 약정까지 문제라 거론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동아일보는 피해자 법률지원을 하는 단체에게 '왜 이렇게 피해자 직접지원 금액이 낮냐'는 취지의 보도를 통해 공격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소송지원 단체에 왜 복지지원 없냐 묻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단독/징용 시민단체, 1억5000만원 기부받아 피해자에 428만원 지급>(5/25, 신나리 기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의 직접지원 금액이 428만원으로 드러났다며 비판했습니다. 한 해 수입액이 1억5천만 원인데, 인건비로 3200만 원을 쓰고 9117만 원을 이월했다는 겁니다. 그러고선 익명의 '일부 피해자 가족'의 발언을 통해, "말은 지원단체인데 받아본 게 행사 참여했을 때 갈비탕 한 그릇, 명절에 보내오는 사과 박스가 전부여서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사에선 이를 전한 취재원이 "피해자 가족과 접촉한 소식통"이라고 돼 있습니다. 즉 이걸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익명 취재원에게 전달받은 말이라는 뜻입니다.

동아일보가 지목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피해자 직접 복지를 제공하는 단체라기보다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직접 성금을 모아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들이 일본에게 강제동원 보상금을 받도록 지원하는' 활동에 주력해왔습니다. '피해자 직접지원' 금액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관련 기사: "정부보조금 한푼 없이 달려온 14년, 공격 받을 일인가" https://omn.kr/243cm).

정작 피해자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은 따로 있습니다. 2014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립된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입니다. 동아일보와 똑같은 방법으로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시스템에서 2021년 이 재단의 피해자 직접지급액을 따져본 결과, 1년 수입금 47억 원 중 '유족 복지지원' 명목으로 지원된 금액은 9900만 원으로 나왔습니다. 수입 대비 비율로만 따진다면, 피해자 직접지원에 쓰는 비율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 추진에 핵심적 역할을 맡은 곳으로, 포스코에서 기부받은 60억 원을 자산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2021년 20여억 원을 보조금으로 받았습니다.


한편 동아일보 보도에서 또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보도가 공개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지출내역 중 '일본어판 자서전 출간' 사업의 경우, 해당 자서전은 다름 아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김정주 할머니가 2021년 출간한 책이었습니다. 이 자서전의 인세가 누구에게 갈 것인지까지 생각해본다면, 이를 '피해자 직접지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지원금액에 포함한다면, 피해자 직접지원 금액은 428만 원이 아닌 1478만 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국민의힘, 동아일보 보도 언급하며 '시민단체 정상화 TF' 발족 알려

이른바 2020년 '정의기억연대 오보사태'부터 일부 보수언론은 시민단체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공격하고 신뢰를 훼손해왔습니다(관련 기사: 윤미향 1심 판결문이 '탄핵'한 검찰·언론의 '마녀사냥' https://omn.kr/22rso).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보수언론의 공격적인 시민단체 보도에 정·언 유착까지 결합되는 듯한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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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날인 25일 오전, 기다렸다는 듯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기사를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김 대표는 "국민 기부금 대부분을 자신들의 인건비, 관리사업비로 지출하며 피해자 직접 지원에 소홀한 단체가 피해자 보상금 수령금을 강탈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명분은 피해자 지원을 한다지만, 속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 보도자료 등 여러 주장을 꼼꼼히 따져보면, 김 대표의 이런 발언은 사실관계와도 다르고, 명분도 설득력도 거의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25일 오후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정부 강제동원 해법을 거부했던 피해자 한 명은 결국 정부 입장을 받아들여 보상금을 수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모니터 대상 : 5월 25~26일간 네이버 포털을 통해 송고된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 관련 기사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강제징용 #일본 #시민단체 #억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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