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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소년에게는 시행착오를 연습해 볼 시간이 필요해요"

[다 다른 몸, 그리고 월경 ②] 발달장애 청소년 월경 교육

등록 2023.06.01 16:04수정 2023.06.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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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깨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여성들의 월경 경험을 가시화하고 사회 의제로 공론화하기 위해 매년 '월경 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제7회 월경 말하기 주제는 '다 다른 몸, 그리고 월경'입니다. 장애여성의 월경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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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활동가 박차영(왼), 김현숙(오) ⓒ 여성환경연대



매달 시작되는 월경, 그러나 모두가 같은 월경 기간을 보내지 않는다. 각자의 신체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다른 월경을 경험한다. '다 다른 몸, 그리고 월경' 2편에서는 10년 동안 성교육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차영, 김현숙 님을 만나 발달장애 청소년의 월경 교육의 현황에 대해 인터뷰했다. 

성교육 부족… "반복적으로 연습해 볼 시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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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씨)와 중증자폐장애인이 나란히 앉아 있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송된 이후 발달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깨나가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발달장애는 의사 소통, 사회적 관계, 인지 등의 발달이 늦거나 왜곡되어 나타나는 장애를 총칭하며 좁게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를 의미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일상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22.5%,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는 18.4%이다. 발달장애 청소년과 함께하는 월경 교육에서는 어떤 점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질문하자, 김현숙 활동가는 개인마다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 달라, 섬세하고 촘촘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월경혈을 보고 피가 났을 때 느꼈던 아픔과 공포를 떠올려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초경이 시작될 무렵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때 생리대 사용방법을 설명하는데 월경혈과 비슷한 빨간색 물감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해요.

한 번은 월경혈을 보는 게 무섭고 두려워서 월경 기간 동안 샤워를 못하는 학생을 만난 적 있어요. 월경 기간에 샤워를 하면 화장실 바닥에 피가 씻겨나가는데 그게 무서웠던 거죠. 혹은 속옷에 대칭을 맞춰 생리대를 부착하는걸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사자마다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섬세하고 촘촘한 구성이 필요해요."


교육부는 초,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년당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연 15시간은 청소년이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사춘기와 2차 성징, 성폭력 예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하는 만큼 월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교차적 억압

청소년의 경우 경제권이 없어 자신이 원하는 월경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재난금이 편성되었을 때 양육자가 허락해주지 않아 생리대를 구매할 수 없었다는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박차영 활동가는 발달장애 청소년은 다른 청소년보다 월경용품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에 대해 염려를 전했다.

"다양한 월경용품의 종류와 사용법에 대해 알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월경용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왔을 때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다른 용품을 써볼수도 있죠. 그런데 발달장애 청소년의 경우에는 '원하는 월경용품을 선택할 시기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해요.

월경용품에 대해 소개하고 나면 청소년들이 '엄마가 안 사줘요', '못 쓰게 하는데 써보고 싶어요'라고 말해요. 연습하면 월경대를 직접 교체할 수 있는 학생인데 생리대를 잘 교체하지 못할까 봐 염려해 양육자가 팬티형 월경대만 사용하도록 권하기도 해요. 시설에서도 팬티형 생리대를 하루종일 착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만큼 팬티형 월경대를 장시간 사용할 때 가려움증이나 염증, 피부 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박차영 활동가는 "남학생이 2차 성징과 함께 찾아오는 자기 몸의 변화를 자랑거리로 삼는 것처럼 여학생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발달장애 청소년의 월경권이 보장되기 위해서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통해 모든 청소년이 자신이 선택한 월경용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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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한 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의 모습 ⓒ 여성환경연대

 
월경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발달장애 청소년의 양육자분들을 만나면 초경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스로 옷 갈아입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월경용품을 어떻게 교체하지?'와 같은 걱정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일부 발달장애 청소년 중에는 양육자, 활동지원사와 같은 주변인이 보이는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자주 접하며 월경 터부를 더 강하게 인식하는 청소년도 있어요."

김현숙 활동가는 장애여성은 사회에 만연한 월경 터부와 더불어 장애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월경 터부를 깨고 월경에 대해 더 많이 대화를 나눌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월경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면 서로 대안을 공유할수도 있죠. 예를 들면 특정 옷만 입으려고 고집하는 학생에게 월경 기간 동안 어떻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권할지, 수업 중에 월경혈 냄새를 맡거나, 속옷에 부착한 월경대를 자꾸 뺄 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교사와 교사, 양육자와 양육자, 혹은 교사와 양육자 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공유할수도 있고요. 그러면 해당 학생에게 어떤 방법이 잘 맞을지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도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월경통이든 궁금함이든 월경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나눌 기회가 많아져야 해요."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몸과 월경, 월경용품 등에 대해 충분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을 여건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박차영, 김현숙 활동가는 발달장애 청소년 월경 교육이 지금보다 잘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교육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교육 시간 보장, 교사 및 양육자, 활동지원사 등 주변인의 월경 인식 개선, 양육자와 함께 당사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일상 공간에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가정방문 교육, 구체적이고 쉬운 그림과 설명을 포함한 교육 매뉴얼 제작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월경 말하기 #여성환경연대 #월경 #발달장애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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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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