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았던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 산부인과는 30km가 넘는다
다음지도 갈무리
제가 살았던 제주 중산간마을과 가장 가까운 읍내에는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아이를 출산하려면 30km가 떨어진 제주 시내로 가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119 구조센터도 10km가 넘습니다.
'혹시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112 순찰차였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을을 순찰하기 때문에 119보다 빨리 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승용차로도 갈 수 있겠지만 신호등과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출산 며칠 전에 평소 다니는 시내 산부인과에 갔다가 거리가 머니 입원을 하고 아기를 낳자는 의사의 말에 순산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사례입니다. 산부인과와 20~30km가 떨어진 곳에 사는 임산부와 그들의 가족은 출산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전국 249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58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119센터가 지구대보다 더 먼 곳도 수두룩 합니다. 제가 살았던 중산간마을도 119센터는 없지만 제주 자치경찰이 계속 순찰을 도는 지역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119보다는 112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119를 불러야 한다' '112 순찰차가 도와줘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도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던 수많은 응급 환자 에스코트 중에 벌어진 극히 드문 사례에 불과합니다.
현직 경찰의 반론과 지적은 과도한 비난에 대한 대응과 방어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 경찰이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임산부 에스코트를 거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경찰은 시민의 어려움과 도움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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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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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에스코트 거절 경찰' 보도에서 곱씹어 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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