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임신부 에스코트 거절 경찰' 보도에서 곱씹어 봐야 할 것

시민과 경찰의 입장 차이 존재... 긴급 상황 관련 보도에 대한 아쉬움

등록 2023.05.28 10:46수정 2023.05.28 18:31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출산이 임박한 아내를 태우고 가는 도중 경찰에게 에스코트를 요청하는 남편의 모습 ⓒ KNN뉴스 갈무리

 
지난 23일 출산이 임박한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가던 남편이 경찰에게 에스코트를 요청했으나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경찰이 '관할이 아니라서 거절'하고 '119에 요청하라'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엔 이동거리 해당 구간은 30km에 최소 1시간이 넘는 상습정체구역이라는 반론과 함께 응급 구조 능력과 장비를 갖춘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글을 쓴 현직 경찰은 "당신 덕에 임산부 에스코트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갑론을박이 다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남편과 경찰 모두 이해가 됐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멀더라도 아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 가길 원했고, 정체 구간만 빠져나가면 병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경찰은 위급한 상황에서 가까운 응급실에 가는 것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봤을 것입니다. 

경찰이나 산모의 남편을 비난을 하기보다는 각자가 처해져 있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보도했다면 하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직 경찰의 "더는 임산부 에스코트는 하지 않겠다"는 말에 2010년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a

필자가 살았던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 산부인과는 30km가 넘는다 ⓒ 다음지도 갈무리

 
제가 살았던 제주 중산간마을과 가장 가까운 읍내에는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아이를 출산하려면 30km가 떨어진 제주 시내로 가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119 구조센터도 10km가 넘습니다. 


'혹시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112 순찰차였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을을 순찰하기 때문에 119보다 빨리 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승용차로도 갈 수 있겠지만 신호등과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출산 며칠 전에 평소 다니는 시내 산부인과에 갔다가 거리가 머니 입원을 하고 아기를 낳자는 의사의 말에 순산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사례입니다. 산부인과와 20~30km가 떨어진 곳에 사는 임산부와 그들의 가족은 출산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전국 249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58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119센터가 지구대보다 더 먼 곳도 수두룩 합니다. 제가 살았던 중산간마을도 119센터는 없지만 제주 자치경찰이 계속 순찰을 도는 지역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119보다는 112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119를 불러야 한다' '112 순찰차가 도와줘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도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던 수많은 응급 환자 에스코트 중에 벌어진 극히 드문 사례에 불과합니다. 

현직 경찰의 반론과 지적은 과도한 비난에 대한 대응과 방어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 경찰이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임산부 에스코트를 거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경찰은 시민의 어려움과 도움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임신 #출산 #산부인과 #경찰 #에스코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