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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를 전망하는 영국 BBC방송 ⓒ BBC
20년 만의 튀르키예 정권 교체를 결정할 대선 결선투표가 28일(현지 시각) 치러진다.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꺾고 1위에 올랐으나, 과반 득표에 미달하면서 두 후보가 결선을 벌이게 됐다.
1차 투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이 49.52%,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44.88%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폭락으로 인한 경제난과 지난 2월 대지진 등으로 민심이 나빠지면서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열세였으나 보란 듯이 이를 뒤집었다.
30년 장기집권 노리는 '술탄' 에르도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20년에 걸친 안정적인 정권 운영으로 튀르키예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고, 이슬람 민족주의를 강화했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테러 세력을 대변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가정용 가스와 학생 대상 인터넷 데이터를 무상 공급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또한 대규모 재건 공약을 내세워 지진 피해 지역 11곳 가운데 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선언하고 승리하면 임기를 5년 더 보장한 튀르키예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각제 시절 총리 재임 기간까지 포함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총 집권 기간은 무려 30년으로 늘어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하면 반대파를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 통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친러시아 노선을 유지하면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세속주의 회복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저금리 정책을 고집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달리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이다.
표심 확장에 나선 클르츠다로을루, 역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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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소셜미디어
결선 투표의 핵심은 1차 투표에서 5.17%라는 '깜짝' 득표율로 3위에 오른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오안 대표가 얻은 283만 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득표차인 254만 표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그가 결선 투표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주의 성향인 오안 대표는 1차 투표에서 탈락이 확정되자 곧바로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승기를 굳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예단하기는 이르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보수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 튀르키예에 있는 수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송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오안 대표를 지지했던 일부 우파 정당들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로 돌아선 것이다. 이로써 오안 대표의 득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게 됐다.
튀르키예 KONDA가 실시한 여론조사(20~21일) 결과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7%,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42.2%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8%나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세하지만,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의 격차는 얼마든지 메워질 수 있다"라며 "지난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유권자들과 대화한 유튜브 방송의 조회 수는 2300만에 달했다"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의 민족주의는 강하지만,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경제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현안이 얽힌 이번 결선 투표에서 과연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국제사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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