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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

전국특성화고본부, 구의역 김군 7주기 추모... 구의역 9-4 승강장까지 행진

등록 2023.05.27 20:05수정 2023.05.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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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특성화고본부가 27일 낮 12시, 건국대 앞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전국 조합원들과 함께 7년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을 추모하고, 주 69시간 노동개악 폐기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 전국특성화고본부 제공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이 2인 1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흘렀다. 하지만 상황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안전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다음 소희> 이후, 특성화고 학생과 현장실습생들의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지금 소희'들은 현장실습 중에 '노동자'가 아니란 이유로 죽지 않기 위해 노동자로서 싸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고교취업연계 장려금'과 '현장실습 지원 예산'까지 대폭 삭감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줄여주고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들에 대한 예산은 삭감시키고 있는 것.
 
한해 산업재해로 2223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제는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구의역 김군이 너무 바빠 사발면 하나도 먹지 못하고 일한 현실은 여전한데, 주 69시간 노동시간 연장을 하려는 것과 관련, 특성화고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며 비 오는 27일 거리로 나섰다.

승리하는 우리노동조합 전국특성화고본부(이하 특고노조)는 27일 낮 12시, 서울 지하철 건대입구역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7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특성화고 졸업생 김군을 추모하고, 주 69시간 노동개악 폐기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특고노조는 시민들에게 구의역 김군 7주기를 알리고 양질의 안전한 고졸 일자리를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주 69시간제 폐기를 알리는 플래시몹과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발언을 듣고 구의역 9-4 승강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양질의 안전한 고졸일자리, 정부가 보장하라!',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주69시간제 폐기하라!',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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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특성화고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구의역에서 양질의 안전한 고졸 일자리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전국특성화고본부 제공


최서현 특고노조 본부장은 "7년 전 구의역 9-4 승강장은 눈물바다였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취업하고 정규직을 꿈꿨던 19살 청년이 왜 지하철에 치여 죽어야 하나 모두가 분노했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녔던 김군의 가방엔 컵라면과 수저가 들어 있었다"며 추모했다.
 
최 본부장은 "구의역 김군은 특성화고 졸업생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특성화고 졸업생들, 고졸 노동자들의 일터는 안전해지지 않았다. 올해 초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을 때 영화를 함께 본 졸업생들이 영화 속 소희가 마치 나 같았다, 내가 겪었던 일과 똑같았다고 말했다"며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박동균 특고노조 인천지부 조합원은 "구의역 사고가 있던 당시 특성화고에 다니던 저도 2년 뒤에는 현장실습과 취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무서웠다. 그리고 역시나 제가 나갔던 현장실습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박 조합원은 "저는 강남의 한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했는데 아침 11시 출근, 새벽 5시 퇴근. 프로젝트가 밀리는 날이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야만 했다. 하루에 19시간, 주에 95시간, 거기에 주말 출근이 있는 주에는 주 100시간을 넘어가는 말도 안 되는 노동시간이었다"며 최소한의 현장실습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음에 분노를 표했다.
 
신은진 특고노조 경기지부 조직국장은 "구의역 김군 사망 이후에도 제주 이민호,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불과 2년 전 여수 홍정운님까지, 우리 사회가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운 일들은 또 다시 발생했다"며 "안전 메뉴얼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특성화고 설립 취지에 맞게 양질의 안전한 고졸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의 편이다. 산재 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이고 오히려 더 많이 일해야 한다"며 "일하다 죽지 않고 놀다가 죽지 않는, 폭력에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 사회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다음 소희 #6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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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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