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 제시된 자기 역사 연표의 예
바다출판사
이 책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은 학생들이 직접 쓴 자기 역사들을 사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각 사례들을 읽는 재미가 크다. 개인의 생활사 기록에 시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한국인으로서 잘 접하지 못했던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중 일본 본토의 서민 생활사 기록이 눈에 띈다. 전쟁 당시 헤어져 있던 부부간에 나눈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기록되었는데, 숯과 설탕 같은 물자 배급, 공습 훈련, 전쟁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헌납 등 당시의 생활상이 잘 드러나 있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를 중심으로 다룬 사례도 여러 개를 보여준다. 이 사례들 또한 일본 경제 부흥 시기 각 분야의 산업발달 과정이 녹아 있어 눈길을 끈다. 전후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육아휴직을 쟁취하기 위해 앞장섰던 여성의 기록이나 싱글맘으로 두 자녀를 키워내며 깨우친 삶의 지혜가 담긴 사례도 있다. 이런 생생한 사례들은 독자로 하여금 실제로 자기 역사를 써 보도록 하는 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지점으로 읽힌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역사 쓰기는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삶의 첫 번째 무대를 면밀히 다시 들여다 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전망해 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는 점, 또한 과거지사를 거듭 반추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었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며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례자들이 직접 쓴 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랑스러워졌다. 누가 읽지 않아도 좋다. 읽을 필요도 없다. 한 인간의 자기 역사는 그 인생을 살아낸 자기 자신을 위해 쓴 것이다."(280쪽)
"과거에 일어난 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일을 생각하는 나 자신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 일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도 했다...(중략) 지금의 내 관점에서 과거를 다시 보고 어떻게 시각이 달라져 왔는지를 포함해서 작성하는 일이 자기 역사이다."(112쪽)
자기 역사 쓰기는 결국 자신의 삶을 미화하거나 후손에게 남겨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자신을 위해 쓰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요 개념설명을 한 번에 파고들지 못하는 점이다.
연표나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의 개념을 뒷부분의 사례와 연계 설명하느라 단어는 미리 나왔으면서도 자세히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뒷부분으로 미루다 보니 보기에 따라 일목요연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누구보다 이 책은 퇴직 전후의 50,60대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데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해 듣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궁금해 미리미리 묻고 기록해 두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한다.
기록을 위한 큰 틀의 힌트를 얻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혹시 글은 쓰고 싶은데 주제가 고민이신 분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이언숙 (옮긴이),
바다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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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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