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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폐지하자"... 위기 닥친 '놀면 뭐하니'에 바라는 점

[TV 리뷰]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23.05.29 12:52최종업데이트23.05.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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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흡사 아픈 손가락 같은 프로그램이다.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의 세례를 받았던 터라, 그 기본 골격(김태호 PD + 유재석)을 재결합한 출발에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릴레이 카메라', '조의 아파트', '대한민국 라이브' 등 실패한 기획으로 부진했을 때에도 도전 정신을 응원하며 승천의 기미가 보이기만을 고대했다.

당시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가 "캐릭터 버라이어티에 가깝"다며, "완성된 프로그램이 아닌 여러 콘텐츠를 시험해볼 플랫폼"으로 이해해 달라고 청했다. 이후 '음악 예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유산슬' 등으로 대표되는 '부캐 열풍'을 일으켰을 때 안도했다. 이 전성기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웃음과 영향력을 모두 지닌 예능 프로그램이 되기를 말이다.

"제작진하고 프로그램 시작할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무한도전>처럼 고정적인 멤버화는 힘들더라도 패밀리십은 구축이 되어야 한다. <무한도전> 멤버들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요번에 적극적으로 나서봤어요." (유재석) 

유재석 1인 체제에서 패밀리십으로

몰락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2년 만에 유재석 1인 체제의 체력은 급격히 빠졌기에 패밀리십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멤버 체제로 옮겨가는 과도기였지만, 당시 제작진은 그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정준하와 하하를 데려온 건 사실상 '무한도전' 2기를 노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캐스팅이었다. 실제로 노홍철, 정형돈, 박명수 등은 제의를 고사했다. 

<놀면 뭐하니?>는 최종적으로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를 패밀리십으로 구성했다. 남녀의 성비를 맞춰 균형을 잡고, 당시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미주를 데려오는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정준하와 하하의 역할은 애매했고, 신봉선은 좀처럼 스며들지 못했다. 그나마 이미주의 활약으로 분위기를 띄워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진짜 위기는 김태호 PD의 이탈이었다. 김태호 PD의 빈 자리는 압도적이었다. 과연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메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됐다. 애석하게도 바통을 이어받은 박상훈 PD는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명확하고 장기적인 플랜이 부재했고, 멤버들의 역량을 살리는 데에도 실패했다. '놀면 뭐하니?'는 부유(浮遊)했고 우왕좌왕했다. 

새로운 도전도 파격도 없었던 '놀면 뭐하니?'는 결국 음악 예능으로 회귀했다. MSG 워너비와 WSG 워너비를 흥행시켰지만, 회차가 길어지며 울궈먹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음악 예능 후 '다음'이 없었다. 불가피하게 멤버 추가(이이경, 이진주)에 나섰으나, 이미주와 이이경의 얼토당토 없는 러브라인으로 분량을 채우는 식이다. 정준하와 신봉선의 분량은 확 줄어들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재석) 
"가장 좋은 건 이제 폐지를 해야겠죠." (이경규)


웃음과 함께 쓴소리 쏟아냈던 이경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최근 들어 가정의 달을 맞아 '예능 어머니' 이성미와 '예능 삼촌' 지석진을 초대하고, '예능 선생님'으로 이경규(와 책사 이윤석)를 모셔 쓴소리를 듣고자 했다. 이 기획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전자였던 지난 20일 방송분은 시청률이 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떨어지며 외면을 받았고, 후자였던 27일 방송분에서는 4.1%로 상승해 평균치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화제성이 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경규는 직언과 웃음을 절묘하게 배합하며 특유의 화법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예능인의 덕목(인성과 인품)을 제시하기도 했고, 도전과 변화를 강조하며 예능인의 태도를 언급했다. 또,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폐지를 언급했는데, 이것이 <놀면 뭐하니?>에 대해 직접적으로 폐지를 권한 것으로 과장되어 화제가 됐다. 

'예능 대부' 이경규를 불러 쓴소리를 듣고자 한 선택은 전략적이었으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경규의 방송 분량 후 <놀면 뭐하니?>는 또 다시 이미주와 이이경의 러브라인을 검증하겠다며, 멤버들끼리 입씨름하는 장면들로 후반부를 채워 넣었다. 시청자들은 전혀 관심과 흥미가 없는, 방송용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제작진의 헛심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기에 직면한 <놀면 뭐하니?>는 대수술을 예고한 상태이다. 우선, 박창훈 PD는 연출에서 물러나 CP(chief producer) 자격으로 프로그램 총괄을 담당할 예정이다. 대신 젊은 PD들이 전면에 나설 듯하다. 또,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멤버 교체도 예고되어 있다. 냉정히 말하면 유재석 빼고 다 바꾸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놀면 뭐하니?> 변화할 수 있을까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물론 유재석이 있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유재석의 첫 연애 예능으로 화제를 모았던 tvN <스킵>은 1% 시청률을 전전하다 11회 만에 종영했다. 유재석으로서는 굴욕적인 경험을 한 셈이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놀면 뭐하니?>도, 유재석도 안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청률 속에서 (일시적이지만) 3.1%까지 떨어진 시청률이 그 증거이다. 

이경규는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배는 정박해 있는 배다. 하지만 바다로 나가지 않는 배는 더이상 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과연 <놀면 뭐하니?>는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까. 마지막 애정을 담아 <놀면 뭐하니?>의 각성을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놀면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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