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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욕창'마저 정치적으로 보더라고요"

[이영광의 '온에어' 246] KBS 1TV <시사기획 창> 류재현 기자

23.05.29 12:37최종업데이트23.05.2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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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욕창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 아마도 욕창이라면 노인에게 생기는 피부병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욕창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기가 들린다. 우리가 알던 욕창과 다른 것일까?

지난 23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욕창, 여기 사람 있어요' 편이 방송되었다. 30대에 움직이지 못하며 욕창이 생긴 이은지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전국에 있는 욕창 환자를 전수조사하고 욕창 환자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등을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6일 '욕창, 여기 사람 있어요' 편을 취재한 KBS 대구총국의 류재현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 지난 23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욕창, 여기 사람 있어요'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게 제일 처음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욕창이 온다'라는 긴 뉴스로 처음에 제작했었고요. 그 이후에 <시사기획 창>으로도 제작됐어요. 4개월 정도 계속 욕창 취재해 뉴스를 냈죠. 이 뒤에 우리가 욕창에 대해서 뭔가를 사회적으로 던졌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관련 뉴스가 있으면 저는 계속할 건데요. 하지만 사실 제가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정부나 국회에서 나서줘야 해요. 지금까지 이 사람들이 욕창에 대해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뉴스 프로그램 한두 개로 관심 가질까라는 걱정이 또 있어요."

- 욕창 이야기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2022년 초에 거리 두기가 잠깐 해제된 적이 있었어요. 한동안 요양병원 같은 경우 면회 못 했잖아요. 그러다가 면회가 재개된 거예요. 그래서 요양원이나 병원 혹은 요양병원에 부모님 입원시켰던 자녀들이 찾아가 보니까 부모님은 욕창에 걸린 일이 많았어요. 거기에 충격 받고 언론사로 제보가 많이 왔었죠. 그때는 일부 병원의 얘기긴 한데 방치돼서 부모님이 거의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얘기 많이 해서 제가 실제로 그 부분에 대해 뉴스 제작했고요. 그 당시에 제가 캡으로 있을 때거든요. 그걸 하면서 저는 욕창이라는 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할지 통계 뽑아보고 또 통계를 가지고 분석해 보니까 의미가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 취재하기 전에 욕창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욕창이란 말은 예전부터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욕창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 얘기는 주변에 할아버지나 할아버지의 또 부모님들 예전 세대분들도 욕창으로 많이 돌아가셨다란 얘기도 들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병 중의 하나였고 별로 특별하지 않았죠. 특별하지 않아서 관심이 없었죠."

- 취재해 보니 어때요?
"기사에서 계속 얘기하는데요. 욕창이라는 병이 다른 병하고 특이한 부분이 그거예요. 체위 변경을 2시간마다 해줘야 해서 누군가가 계속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 부분이 굉장히 환자 가족이나 환자 본인한테 힘들다고 봤고요. 그래서 단순히 병이 심각하다거나, 이 병 많이 걸리고 아프다 등 병에 대한 내용보다 이거로 인해 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이라든지 또 이거로 인해 사회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굉장히 크지 않나 생각했어요."

- 욕창은 노인들의 문제로만 알았는데 이은지씨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봐요?
"욕창을 의료 현장에서는 압력 궤양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가장 큰 욕창의 원인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피부가 압력 받는 거죠. 누워 있을 때 뼈가 있는 돌출되는 부분은 매트리스하고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욕창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보면 노인들의 일만은 아니고요. 노인도 걸리고 주로 걸리는 분들이 척수장애인분들 그리고 또 젊은 사람이라도 노인성 질환으로 누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 욕창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요. 또 면역력이 떨어지고 영양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욕창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 이은지 씨는 활동 보조사가 돌보는 거 같던데 혼자 사는 건가요?
"현재 혼자 살고 있고 어머니가 있는데 따로 살고 계신가 봐요. 그리고 어머니도 기존에 어머니의 어머니를 또 병간호한다고 신경 많이 못 쓴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 활동 보조사 시간이 있을 텐데 활동 보조사 없을 땐 어떻게 해요?
"이 분은 활동 보조사 받는 시간 중에 좀 최대한 많이 받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주간 야간에 활동 보조사들이 2명 정도 배치돼서 있고요. 잘 때는 혼자 계신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은지씨의 체위를 변경해야 되는데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나 봐요. 활동 보조사도 거절하는 분들이 많고 활동 보호자를 못 구해서 방송에 나온 분이 두 타임을 혼자 보시더라고요. 은지 씨는 또 다행히 침대가 전동 침대로 지원 받았어요. 그래서 전동침대 활용을 잘해서 욕창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 욕창을 합병증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하던데 그럼 아무 병이 없어도 욕창이 생길 수 있는 건가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사례에서도 보면 병이 없지만 몸이 쇠약하고 면역력이 좋지 않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분이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 걸리더라고요. 의사분도 얘기한 게 합병증이 아니라 질병으로 봐야 된다고 하잖아요. 이 얘기가. 지금까지는 노인성 질환이라든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욕창이 생겨서 어떻게 보면 욕창은 뒷전이고 자기가 원래 걸렸던 질환 치료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 쏟는 거죠. 그렇지만 욕창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욕창을 병의 합병증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메인으로 바라봐야 된다는 거죠."

- 코로나로 욕창 환자가 많아진 거 같은데 왜 그런 거죠?
"당시 우리나라의 간병 인력은 중국에서 오신 분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중국인들은 다 돌아갔죠. 또 국내에 있던 돌봄 인력들도 그만두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병원에도 외부인 출입이 안 됐죠. 이렇다 보니 돌봄 인력이 너무 부족했던 거예요. 사실 24시간 하려면 1대 1 간병 해도 욕창의 위험이 있는데 이렇게 되니까 돌봄 보호사가 환자 6명당 1명은 양호한 수준이고 10명 10명당 1명이라든지 많은 것은 20명당 한 명까지도 한 분이 그렇게 많은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분들이 체위 변경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환자분들의 식사도 책임을 져야 되고 또 이분들이 대소변도 가려야 되고 할 일이 워낙 많아요."

- 욕창 환자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 급여 수급자가 높다던데 왜 그럴까요?
"정확하게 이게 왜 그렇다고 분석하는 분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 추정으로 얘기를 하시던데 가난할 경우에 그만큼 병원 갈 기회가 적고 돌봄 받을 기회도 적고 영양 상태 안 좋고 사는 환경 안 좋고요. 60대 이상이 전체 욕창 환자의 85%가 나오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고령자 분포가 많다 보니까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욕창 발병률이 더 높은 이유도 있고요."

- 근데 의료 급여 수급자는 병원비가 적지 않나요?
"맞아요. 이분들은 의료급여 수급을 받기 때문에 병원비가 적죠. 욕창에서도 그런 혜택을 받기는 해요. 근데 문제는 의료급여 혜택을 못 받는 항목이 꽤 많다는 거죠. 한마디로 보험이 안 되는 약이 많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의료 급여 수급을 받더라도 약 처방받고 약국에서 사야 하는데 약이 너무 비싸요. 그리고 대부분 또 수술 비용에 있어서 보험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이분들이 혜택을 못 받는 부분도 있는데 현재 의료 급여가 저렴한 부분에 대해서 돼 있고, 실질적으로 비싸거나 고가의 제품들은 의료 급여 항목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좋은 약을 처방을 한단 말이죠.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병원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샀을 때 비급여 부분이 항목 중에 많다면 돈을 많이 내야 되는 거죠.

그리고 욕창이라는 게 의료수가가 1만원대예요. 그리고 이게 피부 이식으로 들어가 버리면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수술이 성형외과라든지 화상 전문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욕창이 상처에 연고 발라 낫는 게 아니고 이게 점차 커져서 뼈까지 들어가면 뼈와 관련된 의사가 와야 되는 거고 신경 관련 의사가 와야 되는 거고 외과 감염 관련 의사가 와야 되고요. 의사들도 얘기하는 게 이거 치료가 왜 어렵냐면 다양한 진료과에서 와야 된대요. 그러다 보면 의료급여 수급자라더라도 병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요."

- 연고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나요?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연고도 있는데 저가죠. 약마다 또 성분이나 효과가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이 환자는 A라는 약을 꼭 써야 되는데 이 A라는 약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거죠. 이런 케이스가 많다는 거죠."

- 의료수가 낮은 게 지적되는데 의료수가 높이면 해결될까요?
"이게 욕창을 해결하는 많은 해결책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이걸로만 욕창을 해결할 수는 없고요. 의료 수가를 높이자는 이유는 그거예요. 수가가 워낙 낮다 보니 욕창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약하다는 거죠.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과 정부에서는 욕창이라는 게 생기고 난 이후에 의료 수가 조정한다든지 비급여를 급여로 만든다든지 하기보다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쪽으로 정책을 맞춰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간병보험이라든지 그런 비용들 돌봄 인력 그리고 우리가 해결해야 될 부분도 많고요. 사실 저는 너무 무책임한 얘기로 들렸어요. 

우리 의료나 돌봄 정책의 역량을 예방 쪽으로 맞춰야 되는 건 맞지만 발생하고 난 이후에 대한 환자 관리도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 부분에서 그게 있더라고요. 지금 의사와 간호사 관련해서 갈등이 있잖아요. 정치인들도 어느 정도 편이 나뉘었죠. 그래서 특정 정당 정치인들은 '의료 수가 높여서 욕창을 해결하자'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거예요. 의료 수가 높이는 건 의사에게 유리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하더라고요. 어떻게든 간호 인력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또 반대쪽은 의료 수가를 높여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똑같이 욕창을 해결함에 있어서 진짜 힘을 써줘야 할 정치인들조차 이 욕창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거죠. 그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 갓난아이는 욕창이 없는데 노인은 있다는 게 핵심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심인 거잖아요.
"갓난아기는 계속 24시간 돌봄을 받죠. 배고프면 음식 갖다주고 땀이 차면 베이비 파우더도 발라주고 계속 돌봄을 하는데 요양병원에서 지난해에 환자 방치 사건이 나타났던 것도 돌봄이 부족해서 나타났던 거잖아요. 가족이 노인을 돌봐야 되기도 하는데 가족은 사회생활도 해야 되고 생계를 이어가야 되기 때문에 부족해요. 그래서 가족이 아닌 정부나 더 큰 틀의 공동체가 노인 돌봄을 하지 않으면 노인은 계속 욕창이 생기고 그로 인해 또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을 거고요. 결국 관심이 중요한데 이 관심이라는 건 실질적인 정책으로 제도로 뒷받침이 돼서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노인 돌봄에 대한 공백을 줄여야 되는 거죠. 사실 외국 사례를 비교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일본 같은 경우 욕창은 병원의 수치라고 쓰여 있어요. 일본은 돌봄 인력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거기는 간병 보험이 되잖아요. 그래서 욕창이 우리나라보다 적죠. 결국 돌봄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욕창을 다루면서 정책 얘기해야 되니까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해야만 했어요.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상당수 국회의원이 다 거절했어요. 저는 이분들한테 기대를 많이 걸었거든요. 왜냐하면 복지와 관련해서 평소에 이야기 많이 하시는 분들이니 좋은 이야기가 나오겠고 이 방송이 나가고 난 이후에 이분들이 뭔가 조치를 해 주실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요청 했는데 다 거절했어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해석하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프로그램에 쓴 내용들은 의사의 의료 수가를 올려줘야 되고 이런 내용이 나오니 이 사람들은 자기들은 그 입장에 서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인 거예요. 저는 이 병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했고 이렇게 되는 상황이면 방송에 나간 이후에도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국민들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욕창이라는 병에 대해서 봐줬으면 하는데 자칫 의사 간호사 이야기를 넣었다가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 해석이 돼서 왜곡되는 걸 굉장히 경계했거든요.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넣으면 이야기는 더 풍부해지겠죠. 하지만 거기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 환자의 고통과 무관심을 조명 하는 데 의도가 왜곡하고 방해 되는 요소로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정치인'이라는 걸 더 한 번 더 느끼게 된 계기가 됐고요. 

그리고 국회의원 쪽도 전에 욕창 관련해서 본인들도 알아보셨대요. 그런데 욕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나 간호사 설득해야 돼고요. 요양병원은 요양병원대로 이야기가 있고 각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많고 또 이분들이 첨예하게 대립을 하고 있어서 풀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기 때문에 안건으로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이게 병이지만, 이상하게 정치와 접목되면서 더더욱 풀 수 없는 문제가 돼버린 거예요. 현재 그 부분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류재현 시사기획 창 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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