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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통장 압류해봤자 잔액 '42원'... 바보라서 사기 당했겠나"

[심층 인터뷰] 대전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들 "문제있는 거래 부동산 중개사도 공범"

등록 2023.06.01 18:42수정 2023.06.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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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섯 명 째다. 전세사기 피해자 다섯 명이 생명을 잃고 나서야 지난 5월 25일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정부가 주장한 안보다 적용대상은 확대되었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한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통과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지난 5월 27일 대전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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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신진호(오른쪽)씨와 윤고은씨. ⓒ 김선재

  
#사례1. 집주인은 1987년생 오씨... 피해자 57가구, 금액은 50억 

신진호(가명)씨는 신혼부부다.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다가구 빌라에 거주하다 지난 2월 15일부로 계약기간이 끝났다. 전세금은 1억 2천만 원이고 그 중 90%인 1억 8백만 원은 신혼부부 대출 은행 빚이다. 진호씨는 세 달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은 87년 생 오아무개씨. 임차인들이 전화를 하면 꼬박꼬박 전화를 받으며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겠다"며 안심을 시켰지만, 결국 해결된 것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다.

"피해가 진행되고 있던 3월 중순쯤에 저와 같은 빌라 다른 호수에 사시는 분께서 '주인이 이 곳 도마동 빌라 하나만 가진 게 아닌 것 같다. 여러 동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가 직접 주인한테 전화해서 '지금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다른 건물이 몇 동이나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죠. 그러니까 다섯 동 가지고 있데요.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니 처음엔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집 주인에게 '이렇게 무작정 갚겠다고, 기다려 달라고만 하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니 그제야 잠깐 고민하다가 알려주더라고요.

도마동뿐 아니라 월평동, 태평동, 내동, 괴정동 이렇게 총 빌라 다섯 동을 소유하고 있었어요. 피해를 입은 빌라 사람들이 한 5월 초쯤에 한 단톡방으로 다 모였는데요. 알고 보니까 그 한 오아무개씨 한 사람으로 인한 피해자가 57가구이었습니다. 피해 금액만 50억 정도로 추정되는 상황이었어요."


도마동 빌라를 시작으로 피해자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신씨는 피해를 인지하고 민형사 소송을 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를 시작했다. 소송을 진행하며 상상도 하지 못했던 황당한 사실들을 맞닥뜨렸다.

"제가 계약했을 당시에 임대차 계약서와 함께 주는 서류 중에 중개대상물 확인서라고 있거든요. 거기에 선순위 보증금을 확인하는 란이 있어요. 그 건물에 나보다 먼저 전입해서 보증금이 총 얼마 있는지 확인하는 건데, 당시 그 보증금이 2억 5천만 원 정도 있다고 임대인을 통해서 확인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경매가 터지고 확정일자 부여현황 그리고 전입세대 열람원을 확인해보니 거의 10억 원 가까이가 선순위 보증금으로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계약 당시 저에게 말한 금액의 4배 가까이 선순위 보증금이 있었고, 이건 허위 사실로 계약을 한 거잖아요.

그래서 집주인을 대상으로 사기죄로 형사 소송을 진행중이고요. 민사쪽으로는 이런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한 공인중개사와 협회를 대상으로 진행중입니다. 저희 피해자 단톡방에서 확인하니 저와 같이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한 사람이 6명이 더 있었어요. 나머지 분들은 선순위 보증금이 뭔지도 모르고 계약을 하셨거나, 아니면 중개대상물 확인서 자체를 공인중개사가 떼주지도 않고 계약한 분들입니다."



계약 진행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았던 점들은 계속해서 드러났다. 정말 유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함정들이 계약의 구석구석 숨어있었다.

"저희 빌라에 다른 입주자 분이 계신데요. 그분은 똑같이 '2억 3천만 원 선수 보증금 있음' 하고, 그 다음 문장에 뭐라고 쓰여 있냐면 '이와 관련해서 법적으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확인함'까지 쓰여 있는 거예요. 비록 잘못된 진술이어도 받아들이라는 문장이잖아요. 이를 봐서 미리 법적으로 피해가려고 머리를 썼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집주인 본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랬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선순위 보증금 허위 진술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사기를 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거죠."

# 사례2. 비밀번호 알려달라 사정한 집주인... 악몽의 시작 

또 다른 피해자 윤고은(가명)씨는 중년의 여성이고 현재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진호씨와는 같은 건물의 이웃 사이다. 작년 10월경 집주인 오아무개씨에게 퇴거 의사를 밝혔다. 고은씨의 전세보증금은 1억 2천만 원. 집주인 오씨는 천만 원을 더해 1억 3천만 원에 집을 내놨다고 말했다. 집값이 내려가는 국면에 오히려 전세금을 높여서 부동산에 내놓은 것이 의아했지만, 고은씨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집의 실내를 사진 찍어서 부동산에 내놨는데 단 한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집주인 오씨와 거래한 모 부동산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다음에 올 임차인이 LH전세임대로 진행을 한다고요. 제가 다른 부동산을 통해 내놨을 때는 LH로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오씨와 통한 부동산에서는 그렇게 된다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저는 이사 날짜를 정했고, 이사 당일이 됐어요. 아침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 연락을 안 받더라고요. 보증금을 받아야 이사를 가는데, 연락을 안 받아서 이상하다 싶었죠. 그렇지만 이삿짐은 다 쌌고, 이삿짐은 이미 다 출발을 했어요. 부동산에 연락을 해봤더니 집주인하고 이야기해 보라는 게 다였어요. 제가 마침 다음 들어올 세입자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세입자에게 전화해보니 LH 대출 실행이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고은씨가 이삿짐을 빼고 한 시간 후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였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고은씨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집주인 오씨는 통사정하며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고은씨를 설득했다. 보증금 문제는 꼭 해결된다며 고은씨를 안심시켰다. 결국 고은씨는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만다.

"이거 분명히 해결되니까 비밀번호 좀 알려달라며 전화를 안 끊는 거예요. 그렇게 얘기를 하고, 또 저한테는 어쨌든 집주인이었잖아요. 결국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다음 세입자는 들어왔어요. 저는 다음날인 월요일에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주일이 소요된데요. 세금을 내지 않아 가압류가 걸려있는데, 그게 풀어지려면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그 일주일 사이에 해결은커녕 집주인이 은행에 이자를 내지 못해 건물 자체가 경매에 들어갔어요. 저는 새로 이사 간 집에 전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이사는 나왔고, 보증금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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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제5, 제6의 추가 희생자 막아 달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고은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돈이 들어와야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었다. 집주인과 통화는 계속 가능했다. 하지만 집주인 오씨는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고은씨가 직접 얼굴보고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집주인은 계속 회피했다.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건물은 다 찾아가 봤어요.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보고, 불은 켜지나 한참 서서 지켜봤어요.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취해봤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되서 경찰에 가서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거예요. 당시 2월이었어요. 대전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은 상태였죠. 저는 경찰을 통해서 돈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을 조사해서 대면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듣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경찰은 개인정보 운운하면서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경매 과정에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 그리고 임차권 등기가 전부였습니다.

소송을 하고는 싶었지만 비용까지 부담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그건 포기하고 있어요. 저로 인해 제가 현재 이사 간 집에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고 말았어요. 그쪽에는 중도상환 수수료에 이자까지 제가 내주고 변상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월세로 전환해 월세 내며 살고 있고요. 저는 1인가구라서 정책적으로 지원받는 부분도 전혀 없어요."


# 사례3. 1988년생 집주인 서씨, 전세사기 후 잠적... 경찰 "사건 안 된다"

전재웅(가명)씨는 또 다른 집주인 1988년생 서아무개씨로 인한 피해자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처지에서 아이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었다. 아파트와 신축빌라를 고민했지만, 조금 더 깨끗한 신축이 나을 것 같아 이 곳을 선택했다. 2020년 9월 15일에 입주해서 2년 동안 크게 불편함 없이 지냈다. 22년 여름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고, 신축빌라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물이 샜다. 집 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했지만 서씨는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재웅씨는 집주인에게 퇴거통보를 하고 보증금 반환을 기다렸다.

"이사 일주일 전에 집주인에 전화해서 돈 준비되셨냐고 물어봤더니 분명히 '준비됐다'고 했어요. 저는 다음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 계약금 3천만 원을 넣어놓은 상태였고요. 그런데 같은 빌라에 저보다 하루 먼저 이사 가기로 한 여자 분이 계셨거든요. 그 분이 이사 가기 전날 저에게 쫓아 올라오셨어요. '지금 집주인하고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세입자들끼리 연락을 하거나 왕래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각자의 사정을 잘 몰랐던 거죠. 제가 보증금 반환을 위한 민사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건물에 가압류를 걸게 됐고, 그때부터 저희가 조금씩 내용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 건물에서 같은 문제를 겪은 게 한 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 민사 소송은 3개월 만에 지급 명령을 받아 끝났습니다. 그 지급 명령으로 제가 이 건물을 경매에 신청해도 되는데, 저의 권리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세입자 분들에게 죄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물을 제외하고 집주인의 다른 재산에 압류를 걸었죠."


재웅씨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집주인 서씨의 통장을 압류했어요. 제1금융권의 7개 통장을 압류해서 잔액을 확인했는데요. 통장에 다 합쳐서 1만 원이 없었어요. 78원, 42원, 300원 그런 식으로 남아있었죠. 이미 다 빼돌렸어요.

전세 사기임을 깨닫고 언론사에 제보하고 경찰에 사건도 접수했어요. 그런데 경찰에서 처음에는 형사사건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여러 사람이 단체로 고소하거나 명확하게 사기로 의심되는 사람이 대표로 신고하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미온적으로 대처했죠.

서씨가 가진 빌라가 세 동이에요. 피해자는 50명이 넘어갑니다. 세 동의 한 신축 빌라예요. 피해액은 다 합쳐서 50억이 넘습니다. 저희 건물에는 모든 호수가 전세예요. 건물 가치는 10억 정도 잡혀있는데, 보증금을 다 합쳐봤자 15억 4천만 원 정도 돼요. 건물 금액을 초과한거죠. 지금 집주인은 아예 잠적을 했고, 전화기도 없애버렸어요. 경찰도 아직까지 이 사람의 소재를 파악 못했어요. 수배를 내린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재웅씨는 애초 다가구 주택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조심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점을 물어봤고, 내용을 충분히 확인도 했었다. 그러나 사기를 피할 수 없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이 다가구에 들어갈 때 '무조건 1순위가 아니면 들어가지 마라'고 했어요. 다행히 저는 1순위이기는 해요. 그런데 지금 건물에 걸려있는 근저당이 워낙에 크죠. 부동산 경기로 봤을 때 감정가나 낙찰가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어요.

사실 지금 이 자리에 잘못한 분이 누가 있나요? 나름 다 확인했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중간 다리 형태로 전세를 들어갔다가 당한 거잖아요. 진짜 인터뷰도 오늘을 제외하고 30번을 했어요.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 말고도 더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이 많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리고 있어요."

     
"혈세로 사기 지원? 댓글에 경악... 공인중개사 책임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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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에서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지난 25일 국회에서 통과된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정부의 무책임, 무대책 반쪽 짜리 법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피해자들의 절규 끝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피해자들은 과연 정부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전재웅 : "특별법이 사실 기대치에 정말 많이 못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피해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선 구제해 주고 후 추심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텐데요. 현재 통과돼 있는 걸로 보면, 최우선 변제금에 해당하는 금액 만큼에 대해 무이자 혜택을 주고 나머지는 신규 대출이에요. 여기서 빚을 또 내서 갚으라는 건데, 모르긴 해도 피해자 대부분은 여기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길거리에 나앉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겁니다."

신진호 : "저는 두 가지 정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선 많은 피해자들이 원했던 건데, 경매를 정지시키거나 유예시키는 게 쏙 빠졌더라고요. 당장 저희 빌라만 해도 7월에 경매가 들어갑니다. 경매가 완료된다고 하면 당장 살 수 있는 주거지를 보호받을 수 없어요. 두 번째는 피의자에 대한 강력 처벌이 빠졌습니다. 음주운전만 해도 결국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잖아요. 전세사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강력 처벌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알맹이들이 빠졌기 때문에 저희에게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듭니다."

윤고은 : "제가 생각해도 이 법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은 들어요. 피해자가 일부러 당한 것도 아니고 바보라서 당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쩌다보니 피해를 당했지만, 우리가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구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워요. 저희도 그냥 '내 집 주세요'하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공짜로 돈을 달라고 하거나 요청하는 게 아니거든요. 집주인들은 조직적으로 은행 부동산과 연합해서 일을 꾸미는데, 세입자들은 개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구조적인 개선을 좀 마련해 주지 않으신다면, 이거는 똑같이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이 빠진 법안 내용으로 피해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국가와 정부의 구제를 받지 못한 허탈감이 컸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점들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전재웅 : "다세대 주택, 다가구주택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특별법에 포함되어 있단 말이죠. 우선 매수권이라든지 이런 것은 저희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요. 다가구 주택에 대해선 경매가 넘어가고 낙찰이 됐을 때, 배당받지 못하면 명도를 당해서 다 내쫓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을 보면 원룸에 청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 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윤고은 : "저는 청년층이 아니다 보니까요. 제외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거 없이 전세 사기는 누구나 다 당하니까요.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구제가 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월세로 살았더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당시로는 월세보다 좀 낫게 하자고 생각하고 전세로 들어간 게 결국 피해로 돌아왔어요. 실질적으로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살 집입니다. 그런 주거권을 보장해 주시면 좋겠어요."

신진호 : "올 초에 주택 임차인 관련해서 법들이 많이 개정됐습니다. 찾아보니까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주택 선순위 보증금이나 임대차 정보 납세 증명서를 반드시 제시를 해야 되고, 또 4월서부터는 임차 보증금이 1천만 원 넘으면 임대인 동의 없어도 그 임대인의 세금 체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너무 의아하거든요. 그렇게 확인할 수 있는 여지를 임차인에게 주게 되면, 나중에 전세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임차인의 책임이 강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부동산 관련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을 통해 거래를 하잖아요. 공인중개사들도 책임을 짐으로써, 임차인의 경제적 손실을 덜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인중개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 중개를 했을 경우에 책임을 지라는 거죠.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 비용이 가는 만큼 할 일을 하라는 거죠."


끝으로 피해자들은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이 인터뷰가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진행된 이유이기도 하다.

신진호 : "댓글이나 아니면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내 혈세 가지고 사기 피해를 지원하는데 쓰냐?'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저희에게 공격적인 글이 가득해요. '댓글을 조작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심각하더라고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주식이나 개인적 투자 등 어떤 범위 내에서 일어난 손실이면 저희도 인정을 하겠는데요. 지금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이미 올바른 운동장에서 벌어진 거래가 아니었어요. 공인중개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정확한 안내가 없었어요. 또 임대인이 사기 목적으로 가지고 접근을 했을 때 이미 기울어져 있었죠.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지정해 준 공인중개사가 중간에 껴서 진행한 계약인데도 문제가 터졌어요. 정부에도 이런 사태를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피해자들은 오래도록 자리에 남아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아직 세상에 목소리 내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 포기하지 말고 힘을 냈으면 한다는 말도 남겼다.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피해자들은 같은 처지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
#전세사기 #대전 #전세사기특별법 #빌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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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우리 지역 현장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이크가 필요한 분에게 마이크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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